▲ (사진 좌로부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담당 사장.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가 내년 초 ‘상장’된다. 삼성에버랜드가 공식적으로 내세운 상장의 명분은 수조원의 투자자금을 확보해 에버랜드를 글로벌 기업으로 본격 육성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작 세간의 관심은 상장 이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쏠려있다.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라는 점에서, 이번 상장 작업은 결국 삼성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긴밀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 지주사 체제 전환 전망

삼성에버랜드의 대주주는 이건희 회장의 장남이자 유력한 경영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에버랜드 지분 25.1%를 갖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이 각각 8.37%를 보유 중이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권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삼성에버랜드 상장은 이재용 부회장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는 핵심전략이라는 분석이 많다.

재계에서는 에버랜드의 상장 이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에 초미의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에버랜드의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안정적으로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0.57% 갖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안착시키려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고하게 다져야 한다. 에버랜드 상장 후 그룹 지배구조가 ‘지주사 체제’로 바뀔 가능성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선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가 합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이 0.57%밖에 없지만 삼성에버랜드 최대주주인 만큼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다지기 위해선 합병이 효과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시나리오는 이렇다. 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삼성전자홀딩스)와 사업회사(삼성전자)로 분할한다. 이후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홀딩스를 합병해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한다. 이렇게 되면 가장 큰 과제인 전자 관련 계열사들의 수직적 지배가 가능해진다. 

▲ 삼성전자 서초사옥.

◇ 막 오른 ‘이재용 체제’

또 삼성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의 합병을 점치는 예상도 제기된다. 삼성물산 자사주를 인적분할해 삼성물산지주사(삼성물산 홀딩스)를 만들어 상사-건설-중화학 계열사를 아우를 수 있다. 금융계열사는 삼성생명을 축으로 또 다른 중간 지주사를 만드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정대로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 전환은 삼성에버랜드가 삼성물산과 합병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며 “이 경우 지배주주가 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의 직접적 확보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증권가를 비롯한 업계에서는 그룹의 지배구조에 사실상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를 상장 결의함으로써 ‘3세 경영’ 시대가 사실상 개막됐다는 분석이다.

사실 삼성은 지난해 7월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매수를 시작으로 삼성SDS 상장 발표까지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이양작업을 숨가쁘게 진행해왔다. 특히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이런 움직임은 더 과감해졌고 더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결정적으로,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은 삼성의 기존 지배구조 체제를 바꾸겠다는 의지라는 점에서 경영권 승계의 마지막 수순으로 분석된다.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차익이 약 5조원에 달하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선 경영승계 과정에서 필요한 지분매입 비용과 상속세 재원을 상당 부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승계작업은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체제’를 위한 삼성의 움직임은 막힘없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이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비중과 절대적인 영향력을 감안하면 지배구조 체제 변화에 대한 관심은 어쩌면 당연하고 또 중요하다. 과연 ‘이재용의 삼성’이 어떤 모습을 갖추게 될 지 삼성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모두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시점이다. 

                      <삼성그룹 사업구조 재편 현황>

2013년 9월 23일

삼성에버랜드, 제일모직 패션사업 인수 결정

9월 27일

삼성SDS, 삼성SNS 흡수합병 결정

10월 23일

삼성디스플레이, 코닝에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 43% 매각 결정

11월 4일

삼성에버랜드, 급식․식자재사업 분할 / 건물관리사업 에스원 매각 결정

2014년 3월 31일

삼성SDI, 제일모직 흡수합병 결정

4월 2일

삼성종합화학, 삼성석유화학 흡수합병 결정

5월 8일

삼성SDS 연내 상장 계획 발표

6월 3일

삼성에버랜드 상장 계획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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