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태 검찰총장이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유병언 구속영장 마감 시일이 7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검찰이 유병언 일가 검거에 심기일전 할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유병언 일가 검거를 맡은 인천지방검찰청과 광주지방검찰청의 미제사건이 늘었다는 보도가 이어지는 등 검찰이 슬슬 출구전략을 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15일 주례간부회의에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매우 송구스럽다”면서 “대검 유관 부서와 일선 청 모두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해 반드시 유병언 일가를 검거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검찰총장이 유병언 일가 검거 실패에 대해 직접 ‘사과’를 한 것은 처음이어서 이채롭다.

◇ 검찰, 거침없던 행보 돌연 ‘주춤’  

그런데, 이날 김 총장의 발언 중 주목을 끄는 대목은 또 있었다. 바로, “일반 민생 사건도 당사자들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명심하고 이러한 사건의 신속한 해결에도 정성을 쏟아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공교롭게도 김 총장이 이같은 발언을 하기 하루전인 14일 대검찰청은 인천지검의 미제사건 수가 지난달 7,193건이고 광주지검도 3,527건으로 올해 1~3월에 비해 약 80%정도 미제사건 수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인천지검의 경우에는 지난해 동기에 비해서 145%이상 미제사건이 늘었다는 내용도 덧붙었다. 검찰의 이 같은 발표에 일부 언론들은 유병언 검거에 너무 과도한 인력이 투입돼 일반사건 처리에 지장이 있음을 지적했다. 언론의 지적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황상 뭔가 석연찮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의 유효기간을 7일 앞두고 검거에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한 출구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구속영장의 유효기간은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유씨와 같이 사회적 파장이 크고, 검거 의지가 강할 경우 재청구를 통해 구속영장의 유효기간은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의 고민은 출구전략을 내놓게 될 경우 유씨에 대한 수사를 포기한 것으로 보여 검찰의 체면이 구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세월호 참사 후 검찰은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해경 등 정부 부처가 허둥지둥 할 때 부산지검에서는 ‘관피아’ 척결 특별수사를 진행하고, 인천지검에서는 청해진 해운 실소유주인 유씨에 대한 집중 수사에 들어갔다. 유씨와 관련있는 구원파 교회, 아이원아이홀딩스 등 15곳에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 진행과 유씨의 아들 유대균에 소환통보를 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세월호 참사의 국민적 분노를 달래줄 희망으로, 여론의 지지도 뜨거웠다.

▲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금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지만 유병언 검거에 실패했다.

◇ 출구전략 카드 ‘만지작’

검찰은 사건 초기 발빠른 행보로 세월호 침몰사고의 최종 책임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유씨와 유씨 일가로 이끄는데 성공했다. 이어 금수원을 포위하는 등 유씨를 포함해 유씨 일가 전원 검거에 자신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금수원에 대한 2차례의 압수수색에서 유씨를 검거하지 못했고 조력자 검거에도 실패하는 등 검거는 ‘헛발질’의 연속이었다. 2차 금수원 진입 즈음  검찰 일부에서는 유씨에 대해 기소중지 후 경찰에 검거를 일임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실제로 피의자가 잠적해서 검거시일이 길어지는 경우 검찰은 기소중지처분을 하고 검거작업은 경찰에 맡기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유씨 검거 촉구와 함께 지난 6회 지방선거 최대변수로 유씨 일가 검거가 떠올랐다. 검찰은 검거에 ‘올인’할 수밖에 없었다. 

두달 남짓 이어온 유씨 검거에 검찰 일선 수사관들과 경찰의 피로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세월호 국정조사도 일부분 마무리되는 시점이고,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 유효기간도 마침 끝나가고 있다. 검찰이 출구전략을 펴기 좋은 시기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남은 7일 동안 유씨 검거에 실패할 경우, 검거에 자신을 보였던 검찰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출구전략을 펼칠지 아니면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유씨 검거에 다시 한번 ‘올인’을 할지 검찰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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