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야당의 텃밭임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선거구도에 진땀을 빼고 있다. 이에 캠프 측은 ‘호남의 자존심’을 내세워 ‘숨어있는 표’의 절대적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서갑원 승리야 말로 박근혜 정부에 경종을 울리고, 정권교체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게 서 후보의 설명이다./소미연 기자
[시사위크|순천·곡성=소미연 기자]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7·30 재보선이 박근혜 정권의 심판과 정권교체를 위한 터닝포인트로 분석했다. 자신이 “이명박 정권에 정치적 탄압을 받은 노무현 대통령의 적자”이고, 상대진영에서 출마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만큼 ‘심판’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캠프 측에선 “이 후보의 당선은 박근혜 정권에 힘을 실어주는 것과 같다”면서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바닥 민심이 정권 심판과 거리감이 있다는 점에서 캠프의 고민이 깊다. 실제 순천 시민들은 이 후보의 ‘예산폭탄’에 관심을 보이며 지역발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캠프 관계자는 지난 19일 순천시 조례동에 위치한 선거 캠프에서 기자와 만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적으로 힘든 세대, 즉 50대에서 이 후보의 지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후보에 대한 막연한 기대심리로 보인다”면서 “지역민들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 앞으로 서 후보의 공약 알리기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권대결 구도는 유지할 방침이다. “식상하더라도 전체적인 기조”이기 때문이다. 반면 ‘왕의 남자’ 대리전은 거부한다. “살아있는 정권과 고인(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리전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것. 다만 “(무시정권, 불통정권의 폐해를) 바로 잡겠다”는 게 캠프 측의 설명이다.

관건은 노관규 전 순천시장과 무소속으로 출마한 구희승 후보다. 두 사람은 당내 경선에서 서 후보와 경쟁을 펼쳤으나 노 전 시장은 고배를 마셨고, 구 후보는 경선 룰에 반대해 탈당했다. 잠재적 우군이지만 경선 후유증으로 갈등 봉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노 전 시장은 서 후보의 지역 정가 라이벌로 익히 알려질 만큼 두 사람 사이가 좋지 않다는 후문이다. 사실상 서 후보가 노 전 시장의 ‘조직’을 넘겨받기가 어렵다는 게 지역 정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여기에 구 후보는 ‘완주’를 목표로 하고 있어 서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구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최소 5%이상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야당의 텃밭이지만 정작 야권의 세 대결에 서 후보가 진땀을 흘리고 있는 모양새다. 캠프 측도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기자가 만난 또 다른 관계자는 “지지율 수치상 서 후보가 앞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혼전 중이고, 위기라는 데 인정한다”면서 노 전 시장과 구 후보를 비롯한 야권 후보들의 협조를 기대했다.

이 관계자는 “노 전 시장의 심적 고통은 이해한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결국 서 후보를 도와줄 것이라 믿는다”면서 “만약 합류하지 않고 전 지역위원장으로서 방관해 있다면 본인의 향후 정치적 미래도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에 어리석은 판단은 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군소후보들이 정무적인 판단을 잘 해야 한다고 본다. 본인의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아닌가. 혹 야권이 여당 후보에게 패배라도 하게 되면 서 후보뿐만 아니라 야권 전체에 책임론이 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서 후보는 ‘호남의 자존심’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곡성도 함께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서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던 당시 곡성은 지역구에 포함되지 않았다. 4년여 만에 복귀전에 나선 서 후보는 선거 팸플릿과 명함마다 순천 대신 곡성을 먼저 기입했다. 이른바 ‘배려의 정치’다. 공백을 딛고 선거전에 뛰어든 서 후보는 박근혜 정권의 불통과 무능을 ‘심판’과 ‘배려’로 맞선 셈이다. 다음은 서 후보가 지난 19일 순천시 조례동 홈플러스에서 유세를 하던 중 기자와 나눈 이야기다.

- 공백기 이후 고향을 다시 찾았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3년 동안 중국에서 공부도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사실 지난 20년 동안 처음으로 쉬어본 것 같다. 제가 원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생각들을 정리하고,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 됐던 것이다. 출마하기 전에 6개월 넘도록 순천 구석구석을 혼자 다니면서 사람들도 만나보고, 그 만남을 통해 제가 정치를 해야 할 지, 정치를 할 수 있을지 그런 고민들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고맙게도 제 억울함을 이해해 주시고, 함께 아파해주신 분이 대부분이었다. 격려에 힘입어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 당내 경선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다.
“저는 처음부터 경선을 하겠다고 말했다. 경선이 순천 시민들에게 인정받는 절차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당하게 경선에 임했고, 저를 믿어준 순천 시민들이 열심히 잘하라고 후보로 뽑아준 게 아닌가. 고마울 뿐이다. 이제 본선을 치르게 되는데, 저는 선거를 치르는 과정 모두가 결국은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유권자들에게 저를 뽑아달라는 부탁, 인정해달라는 호소하는 과정이긴 하지만 한편으로 순천 시민들에게 숙제를 받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숙제를 잘 해야 하지 않겠나. 정말 잘 할 자신이 있다. 지난 7년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그래서 순천 시민들이 저를 역대 국회의원 중에서 가장 예산을 많이 가져온 사람, 일을 가장 잘 한 사람이라는 평가와 함께 훈장을 주셨다. 지금도 그 말씀을 많이 하신다. 그래도 서갑원이 일을 잘했다고. 저로서는 큰 영광이고, 그런 격려에 힘이 난다.”

- 선거에 임하는 각오 한 말씀 부탁한다.
“반드시 선거에 이겨야 한다. 이겨야만 일을 할 수 있으니까. 지금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이 드러났는데, 더 큰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전체가 아닌 특정지역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10대 요직 중에 9개 자리를 경상도 사람이 차지하고 있지 않나. 국무총리를 해임했다가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유임시키는 게 말이 되나. 역대 어느 정권도 이번 정권보다 인사 문제로 논란이 된 적이 없었다. 나와 생각이 다르고 이념이 다를지라도 통합의 정치를 위해선 상대진영도 함께 껴안아야 하는데, 현정부는 패걸이 정치만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특정지역이 아닌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경종을 울려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선 이번 재보선에서 야당이 승리해야 하고, 서갑원이 승리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2017년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 그런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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