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0 재보선 수원병 지역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는 김용남 새누리당 후보와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여론조사와 관련해 김 후보 측은 평균 3%P 앞서는 ‘수치’를 강조해 승리를 전망했고, 손 후보 측은 ‘반응’이 생기기 시작한 ‘추이’를 근거로 승리 가능성을 타진했다.

[시사위크|수원=소미연 기자] 무려 22년만의 고민이다. 김용남 새누리당 후보와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경기 수원병(팔달) 주민들은 그간 남경필 경기도지사에 올인했다. 남 경기지사와 고인이 된 그의 아버지 남평우 선생까지, 부자가 내리 7선에 성공하며 명실상부 여당의 ‘텃밭’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번 7·30 재보선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남 경기지사가 빠진 수원병은 손 후보의 등판으로 안갯속 판세로 접어들었다.

실제 김 후보와 손 후보의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이다. 여론조사 샘플과 방식 등에 따라 편차가 있다. 후보자 등록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수원병 여론조사 7개 중에 5개가 평균 6.6%P 차이로 김 후보의 지지율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현장 체감률은 그리 크지 않다. 유세 현장 분위기로만 본다면야 인지도에 월등히 앞서 있는 손 후보의 상승세가 점쳐진다.

때문에 김 후보 측은 “종잡을 수가 없다”고 말했고, 손 후보 측은 “박빙인 것만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양측 모두 여론조사에 연연하지 않지만, 핵심 포인트를 달리 잡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김 후보 측은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 분석한 결과 “평균 3%P 앞서가고 있다”며 수치상 우위를 판단했고, 손 후보 측은 ‘신뢰가 가는 여론조사의 추이’를 근거로 “정체돼 있던 지지율에 ‘반응’이 생겼다”고 파악했다.

◇ 김용남 “수원의 미래 위해 키워야 할 인재”

▲ 김용남 새누리당 후보와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24일 밤 수원 팔달문 인근 통닭거리를 차례로 찾아 지역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김 후보는 “남경필을 배출한 수원의 자존심”을 강조하며 “제가 당선돼야 박근혜 대통령이 힘을 받아 일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소미연 기자
지지율을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은 선거 구도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24일 선거캠프에서 기자와 만나 ‘토박이’와 ‘미래’를 내세운 ‘지역일꾼론’을 강조했다. 팔달구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졸업했고, 검사로 근무할 당시에도 두 번을 수원지검에서 일했다. 정치인으로 변신하기까지 수원에서 변호사 활동을 한 “뼛속까지 수원사람”이라는 것. “그만큼 지역에 대한 애착이 크고, 추후 남 경기지사 못지않게 성장 가능한 후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 후보는 올해 44세로 정치 신인이다.

반면 이 관계자는 상대진영의 손 후보를 ‘철새’로 규정했다. 경기 광명에서 서울 종로를 거쳐 경기 분당에 출마한 전력을 꼬집은 셈. 이를 두고 관계자는 “손 후보의 출마가 정당성이 있는가. 정계복귀를 위한 발판이 아닌가 의문을 던졌을 때,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선 손 후보가 적합하지 않다”면서 “지역과 무관한 후보의 전략공천은 도리어 국민의 불신만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의 ‘철새론’에 손 후보 측 관계자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같은 날 선거캠프에서 기자와 만나 ‘새누리당의 패러다임’과 손 후보의 ‘선당후사’로 반박하며 “손 후보가 출마를 원했던 게 아니다. 종로땐 아무도 출마를 하지 않으려 했고, 분당 역시 후보를 영입하려 했으나 당시 당 지지율이 바닥을 치면서 쉽지 않았다. 결국 손 후보가 죽을 것을 각오하고 나간 선거였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번 선거도 손 후보의 결단이 필요했다. 당 지도부는 ‘손학규 효과’로 수원을과 수원정으로 확산시켜 ‘수원벨트’ 전승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적 의도로 손 후보를 수원병에 전략공천했다. 지도부의 요청이 있었고, 손 후보는 당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당으로부터 수원벨트를 살려달라는 요청을 받아 출마를 하게 됐지만, 사실 부담이 적지 않았다. 공백기도 길었고, 워낙 여당세가 강한 곳 아닌가. 현실은 우리도 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분당보다도 어렵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손 후보가 2011년 4·27 재보선에 출마할 당시 분당은 ‘천당 아래 분당’으로 불릴 만큼 야당의 불모지로 꼽혔다는 점에서 현재 수원병 선거가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짐작케한다.

▲ 손학규 후보는 경기도지사를 역임하고 대선 후보로 분류되는 만큼 지역 내 인지도가 높았다. 손 후보를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지역민도 상당수. 사진 요청도 쇄도했다. 손 후보의 인기가 투표장에서도 이어질지가 관건이다./소미연 기자
수원병은 ‘남경필 홈그라운드’이기도 하지만 보수 색채가 짙은 것으로 익히 알려져 왔다. 수원지역 22개 재래시장 중 14개가 위치해 있고, 아파트보다 주택이 많다. 연령대가 높은 토박이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호남이 2번을 찍는 것처럼 수원병은 습관적으로 1번을 찍는다”는 게 지역민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와 관련, 관계자는 “외부 변화에 더딜 수밖에 없는 곳”이라면서 “분당은 설득하면 느낌으로 변화가 감지됐는데, 이곳은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선거유세만 보더라도 손 후보의 출마에 지역민들은 거부감보다는 ‘지사님 오셨다’면서 환대해줬는데, 뒤돌아서면 ‘2번을 찍어본 적이 없다’며 고민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 손학규 “검증된 능력, 진정성으로 헌신 약속”

하지만 손 후보는 포기하지 않았다. “낮은 자세로 진정성을 더하면 어려운 선거라 하더라도 지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여기에 김유정 캠프 대변인은 ‘경험’과 ‘정치력’을 내세운 ‘큰 일꾼론’을 주장했다. 그는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았다”면서 “손 후보는 성공한 도지사로 그 능력을 이미 인정받았다. 일 해 본 사람이 일 할 줄 안다. 정치 신인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허비하기엔 아까운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경험이 있고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 남은 기간 지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지 않겠는가” 반문하며 “손 후보 스스로 마지막 지역구라고 밝혔다. 그만큼 각오가 남다르다”고 강조했다.

실제 손 후보는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팔달에 남겠느냐’는 지적에 대해 “팔달에 언제까지 있느냐는 팔달 주민들이 결정할 일”이라면서 지역에 남겠다는 의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손 후보가 여당 텃밭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김 후보는 인지도 올리기에 총력을 펼치고 있다. 정치 신인이 짧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대선 후보로 분류되는 손 후보의 인지도를 뛰어넘을 순 없지만, 지역 내 탄탄한 남 경기지사의 조직에 힘입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캠프 측 관계자는 “김 후보의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지지율도 동반상승하는 추세”라면서 “만나보지 못한 유권자들을 한명이라도 더 만나는 것, 이로써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는 게 남은 선거운동 기간 김 후보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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