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현대미술관 야외에 세워진 조형물_오주환 촬영
[시사위크] 아이들에게 미술관은 즐겁고 재미난 놀이터다. 회화든 조각이든, 고미술이든 현대미술이든 미술관의 모든 작품은 아이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지적 호기심을 충족한다. 작품을 해설해주는 선생님의 말에 귀 기울이는 동시에,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자기만의 해석을 한다. 아이들을 틀에 가두지 않으니 마음대로 구경하고 생각하며 학습한다. 그래서 미술관 여행은 놀이면서 교육이다.

▲ 국립현대미술관의 백남준 비디오 아트 작품_오주환 촬영
미술관 여행에서 첫손에 꼽는 곳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다. 너른 옥외조각장과 산책로,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매력은 건축, 디자인, 공예, 사진 등 갖가지 시각예술을 모두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시 작품은 과학, 인문학을 비롯해 다양한 학문이 현대미술과 소통한다.

관람은 백남준 비디오아트 전시실에서 시작된다. 중앙에 TV를 쌓아 올린 봉화대형 램프코어가 설치되었고, 나선형 경사로가 각 층의 전시실을 연결한다. 왼쪽이 조각 전시장, 오른쪽이 회화 전시장이다.

어디를 둘러볼까 고민이 된다면 제1·2전시실과 중앙홀의 〈올해의 작가상 2014〉, 2~3층 회랑의 소장품 특별전 〈벽〉, 제3전시실의 디자인 기획전 〈사물학―디자인과 예술〉을 눈여겨보자. 이외에도 각 전시실에는 특정 주제 아래 작품이 전시된다.

이중 소장품 특별전 〈벽〉은 회화와 조형예술이 복합적으로 전시되어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호기심을 보인다. 작품은 벽의 물리적 존재감을 드러내거나, 벽에 투사된 우리의 관념을 비틀기도 하고, 스스로 또 다른 벽이 되기도 한다. 작가들은 벽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인정해 관객을 가상의 벽에서 해방하고, 벽 앞 열린 대화의 장에 초대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려운 작품 해설보다 눈에 보이는 작품에 관심을 기울이고 각자 해석하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끄집어낸다.

용인에 있는 호암미술관은 고미술품을 중심으로 한 미술관이다. 우리 조상의 뛰어난 미적 감각과 예술적 재능을 만날 수 있는 학습의 장이다. 전시실 1층에서는 기획전 〈동자, 순수와 행복의 얼굴〉, 목가구와 목공예, 2층에서는 민화와 불교미술, 도자기, 서화 등을 만날 수 있다. 기획전 〈동자, 순수와 행복의 얼굴〉은 내년 3월 1일까지 열린다. ‘수월관음도’의 선재동자와 ‘지장시왕도’의 명부동자 등 고려 시대 불화, 양송당 김시의 ‘동자견려도’를 비롯해 조선 시대의 그림과 도자기에 동자가 그려지거나 새겨진 수준 높은 작품을 전시한다.

▲ 호암미술관의 민화를 감상하는 관람객들_오주환 촬영
관람 시간 40~50분으로 아담한 규모지만, 작품 하나하나가 한국 미술을 대표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 설명을 원하는 관람객을 위해 도슨트의 전시 해설이 진행된다. 해설 시간은 주중 오후 2시와 4시, 주말 오전 11시, 오후 2시와 4시다.

호암미술관에서 희원을 빼놓을 수 없다. 전통 정원 조형미의 근원인 차경(借景, 주위 풍경을 정원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의 원리를 바탕으로 자연에 순응하면서 그 속에 담긴 원리를 삶의 뿌리로 읽어낸 한국 전통 정원의 멋을 만날 수 있다. 전체적인 구조는 창덕궁 후원에서 차용했다. 입구의 보화문은 덕수궁 유현문을, 진입로인 매림은 담양 소쇄원의 입구를, 길이 끝나는 곳에 세워진 담장은 낙산사 원통보전의 담장을, 두 기둥을 연못에 담근 채 멀리 앞산을 조망하는 관음정은 창덕궁 애련정을, 꽃담은 경복궁 자경전의 굴뚝을, 뒤뜰은 창덕궁 낙선재의 화계를 본떴다.

백남준아트센터는 퍼포먼스와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사유와 예술을 조명하고 대중화하는 미술관이다. 백남준은 1392년 서울에서 태어나 50여 년간 한국과 일본, 독일, 미국의 예술계에서 활동했다. 그가 작업한 비디오아트는 음악적 시각화라는 발상에서 나온 독보적인 예술 장르였고, 미디어와 예술의 본격적인 만남이었다.

11월 16일까지 ‘굿모닝 미스터 오웰’ 30주년 기념으로 〈굿모닝 미스터 오웰 2014〉가 전시된다. 《동물 농장》으로 유명한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의 《1984년》 내용이 틀렸다는 뜻을 담았다. 1984년이 되면 매스미디어가 인류를 지배하리라는 비관적인 예언에 백남준은 그의 예언이 절반만 맞았다고 반박하면서, 매스미디어의 긍정적인 사용을 보여주기 위한 위성 TV 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기획했다. 이 프로젝트는 1984년 1월 1일 미국과 프랑스, 독일, 한국에 생중계됐다.

▲ 동화 속 나라 같은 에버랜드 풍경_오주환 촬영
비디오아트라는 특성상 전시실에는 무수한 TV 브라운관을 통해 다양한 영상이 쉴 새 없이 비춰진다. 작품의 내용도 회화나 조각 작품을 보는 것보다 어려울 수 있다. 무작정 둘러보기보다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감상하는 것이 좋다. 작품 해설 시간은 주중 오후 2시와 4시, 주말 오전 11시, 오후 1시와 2시, 4시다.

백남준아트센터 인근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미술관도 들러보면 좋다. 과거와 현재의 생활용품을 한자리에서 비교해볼 수 있다. 전시실 규모는 소박하다. 3개 전시실에 섬세한 문양과 우아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장신구와 화장 용기 등 금속공예품, 반닫이와 사방탁자, 문갑 등 조선 시대 목가구, 삼국시대 토기부터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 도자기, 차와 관련한 서화 작품이 전시된다.

미술관은 아모레퍼시픽기술연구원 내에 있어 회사 정문을 통과해야 한다. 정문에서 미술관에 간다고 하면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경기도 광주의 영은미술관은 미술 작품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고 만들며 미술과 친해지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 감상 학습 프로그램은 에듀케이터와 함께 미술 작품을 감상하며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주제와 연관된 창작 활동을 한다. 유치원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오전과 오후에 2시간씩 유료로 진행된다.

작가들이 입주한 공방에서는 도예, 유리, 염색, 비누, 판화 체험을 할 수 있다. 손쉽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도예 체험이다. 도예가의 설명을 들으며 코일링 기법으로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고, 물레 위에서 흙덩어리가 점차 그릇의 형태를 갖춰가는 과정을 경험한다. 아이들은 부드러운 흙을 만지며 자기 생각이 반영된 그릇을 완성하고 즐거워한다.

▲ 영은미술관에서 도자기 체험 후 결과물을 내보이는 어린이들_오주환 촬영

판화 체험은 조금 색다르다. 드라이포인트 오목판화는 종이에 밑그림을 그리고 아크릴판에 니들로 그림을 옮겨 새긴 뒤 잉크를 넣어 한지에 프레스로 찍어낸다. 와이어 판화는 부드러운 와이어로 자전거, 동물, 사람 얼굴 형태를 만들고 잉크를 묻혀 프레스로 찍어낸다. 와이어로 모양을 만드는 과정은 아이들이 하기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려, 작가가 미리 제작해둔 것을 사용한다. 판화 체험은 과정이 쉽고, 결과물이 생각 외로 예쁘게 나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조각도나 위험한 도구를 사용하지 않아 안전하다. 이외에도 유리공예, 천연 비누 만들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미술관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하고 싶다면 인접한 여행지를 일정에 포함한다. 호암미술관 옆 에버랜드는 놀이동산뿐만 아니라 동물원, 사파리 월드 등이 갖춰졌다. 놀이기구를 타며 신나는 시간도 보내고, 사자와 호랑이, 불곰, 하이에나 등을 가까이서 보는 사파리 월드, 수로와 육로를 넘나드는 오픈형 수륙양용차를 타고 150여 마리 동물이 살아가는 로스트 밸리에서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법을 배우고 경험한다.

남한산성(사적 제 57호)은 영은미술관과 함께 여행하기 좋다. 북한산성과 함께 한양을 지키던 조선 시대 산성으로, 병자호란 때 인조가 피신해 47일간 청나라에 항쟁한 역사적 장소다. 삼전도의 굴욕으로 서문을 열고 항복하기까지 함락되지 않은 철옹성으로, 동서남북 문과 행궁, 수어장대 등 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산의 지형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굽이도는 성벽을 따라 걷는 둘레길이 아름답다.

《논어》 〈위정편〉에 ‘군자불기(君子不器)’라는 구절이 있다. ‘군자는 일정한 용도로만 쓰이는 그릇과 같지 않다’는 뜻으로, 한 가지 재능에 얽매이지 말고 두루 살피고 원만해야 한다는 말이다. ‘불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람을 키우는 교육이 중요하다. 상상력과 창작력, 미적 재능 등을 발견하고 키울 수 있는 미술관 여행이 윤택한 삶의 길을 제시하는 지침서가 될 것이다.

사진/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http://kto.visitkorea.or.kr/kor.kto)
 

〈당일 여행 코스〉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아모레퍼시픽미술관→백남준아트센터

· 영은미술관→호암미술관→에버랜드

 

〈2박 3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아모레퍼시픽미술관→백남준아트센터

둘째 날 / 호암미술관→에버랜드

셋째 날 / 영은미술관→남한산성

 

〈여행 정보〉

 

○ 관련 웹사이트

- 과천시 문화관광 www.gccity.go.kr/tour/main.do

- 투어용인 http://tour.yongin.go.kr

- 광주시 문화관광 http://tour.gjcity.go.kr

- 국립현대미술관 www.mmca.go.kr

- 호암미술관 www.hoammuseum.org

- 백남준아트센터 http://njp.ggcf.kr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http://museum.amorepacific.co.kr

- 영은미술관 www.youngeunmuseum.org

- 에버랜드 www.everland.com

- 남한산성 문화관광사업단 http://nhss.ggcf.kr

 

○ 문의 전화

- 과천시청 문화체육과 02)3677-2068

- 용인시청 문화관광과 031)324-0363

- 광주시청 관광예술팀 031)760-2725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02)2188-6000

- 호암미술관 031)320-1801

- 백남준아트센터 031)201-8500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031)280-5535

- 영은미술관 031)761-0137

- 에버랜드 031)320-5000

- 남한산성 문화관광사업단 031)777-7500

 

○ 대중교통 정보

[버스] 호암미술관 : 서울-용인, 강남역에서 5002번, 강변역에서 5700번, 천호동에서 1113번 버스 타고 에버랜드 정문에서 셔틀버스 이용.

[지하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 서울-과천,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에서 하차, 셔틀버스 이용.

백남준아트센터 : 서울-용인, 지하철 분당선 상갈역 하차, 도보 10분.

* 문의 : 서울메트로 1577-1234, www.seoulmetro.co.kr

[경전철] 호암미술관 : 서울-용인, 분당선 기흥역에서 용인경전철(에버라인) 타고 셔틀버스로 에버랜드 정문 이동, 호암미술관행 셔틀버스 이용.

* 문의 : 용인경전철 031)329-3500, www.ever-line.co.kr

 

○ 자가운전 정보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 경부고속도로 양재 IC→안양·과천 방면→선바위역 좌회전→경마공원역→궁말삼거리 좌회전→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 백남준아트센터 : 경부고속도로 수원 IC→신갈 방면 우회전→상길교사거리→갈천교사거리 우회전→백남준아트센터

· 호암미술관 : 영동고속도로 마성 IC→호암미술관

 

○ 숙박 정보

- Q호텔 : 용인시 포곡읍 전대로110번길, 031)339-8881, www.qhotel.co.kr (굿스테이)

- 송담고택 : 용인시 이동면 어진로, 031)332-2914, www.songdam.kr (한옥스테이)

- 홈브리지 : 용인시 포곡읍 에버랜드로, 031)320-5000, www.everland.com

- 곤지암 트윈하우스 : 광주시 곤지암읍 장심길, 031)762-2757, www.twinhouse.pe.kr

- 트윈빌 : 광주시 도척면 독고개길, 031)762-2975 www.twinvill.co.kr

 

○ 식당 정보

- 소담 : 한정식, 과천시 가일로, 02)502-6667

- 화수목 용인점 : 샤부샤부, 용인시 포곡읍 포곡로, 031)339-5560, http://hsmshabu.com

- 산사랑 : 산나물정식, 용인시 샘말로8번길, 031)263-6080, www.sansalang.co.kr

- 북경원 : 해물짬뽕, 광주시 경안안길58번길, 031)761-2144

- 초가집 : 모시잎전복추어탕, 광주시 중부면 엄미길, 031)762-9954

 

○ 주변 볼거리

서울랜드, 말박물관, 삼성화재교통박물관, 한국민속촌, 한택식물원, 와우정사, 경기도박물관, 천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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