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G20 성장전략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아베노믹스에 대한 재신임을 묻고자 한다”며 아베신조 일본총리는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실상 아베노믹스의 실패선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아베노믹스와 ‘판박이’라는 초이노믹스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오후 아베 일본총리는 예상대로 조기 총선 카드를 꺼냈다. 일본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일본 국내외 언론들은 일제히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아울러 아베 총리가 아베노믹스 실패 인정보다는 중의원을 해산하고 재신임을 묻기 위한 조기총선을 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예상대로 아베 총리는 “내년 10월로 예정되어 있는 2차 소비세 인상안을 연기하기 위해 국민들의 의사를 묻기 위한 것”이라며 조기총선 카드를 꺼냈다. 당초 소비세율 인상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아베노믹스의 핵심 사안으로 이를 연기한다는 것은 사실상 아베노믹스의 실패와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재정건전성 확보 실패, 아베노믹스 후퇴
 
아베노믹스를 재정확대 정책을 통한 내수부양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보다 핵심은 내수부양을 통한 일본의 국가재정 건전성 확보에 있다. 일본의 국가채무는 GDP 대비 245%로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높다. 일본의 1년 예산 중 약 33%가 국채에 대한 원금과 이자로 나갈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에, 이 같은 국가 재정문제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미래는 없다는 위기감이 높았다.

이에 아베 총리는 이른바 3가지 화살을 준비했다. 첫 번째 화살은 도로건설 등 거대 인프라 사업을 통한 재정확대 정책을 펼치는 것이고, 두 번째 화살은 양적완화라는 통화정책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아베노믹스는 두 개의 화살을 통해 일본 경제에 피를 돌려 경기활성화를 노렸다.

핵심인 마지막 화살은 일본 정부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소비세를 인상하는 것이다. 앞선 두 개의 화살은 사실상 마지막 화살을 적중하기 위한 밑밥에 지나지 않는다. 아베노믹스는 경기활성화를 통한 세수확보, 그리고 확보된 세수로 재정정책을 통한 지속성장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 3월 소비세를 기존 5%에서 8%로 인상한 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지난 2분기 -7.3%의 GDP 성장률에 이어 3분기에도 -1.6%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 아베노믹스가 마지막 화살을 쏘기 전까지 온기가 도는 듯했던 시장은 일시적 활황에 그치고 말았다. 국내 소비는 크게 위축됐고, 엔저 정책에도 수출에서 활로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일본의 분기별 경제성장률 추이. 지난 3월 소비세 3%인상 후, 2분기 성장률이 큰폭으로 떨어지고 3분기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결국 아베총리는 소비세율 10% 인상이라는 목표점에 다가가지 못하고 연기방침을 밝히면서 간접적으로 아베노믹스의 실패와 후퇴를 선언했다.

◇ 통화·재정정책은 일시적, 지속가능한 방법 찾아야...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바라보는 우리 정치권의 심사는 복잡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경제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기에는 이미 우리의 경제규모가 너무 커졌다”며 “아베노믹스의 실패로 정부 주도의 재정·경제정책은 지속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초이노믹스는 아베노믹스와 ‘판박이’라고 할 정도로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부동산 부양과 증시 활성화를 통한 자산효과(Wealth Effect)로 내수경기 활성화를 추구하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해 선순환을 일으키겠다는 것이 초이노믹스의 요지다. 기획재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담뱃값 인상, 지방세·자동세차 인상, 공무원연금개혁도 큰 틀에서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보기에 무리가 없다.

그러나 아베노믹스의 실패로 정부주도의 경기부양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결국 기업과 가계라는 경제주체가 스스로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권의 한 경제통은 “이제는 정부주도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 보다는 민간부분이 활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선회해야할 시점”이라며 “경기부양에만 집중한다면 결국 아베노믹스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경제방향에 대한 제시는 쉽지만, 세부적인 방안을 확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면서 “경제는 진단도 어렵지만, 처방은 더욱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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