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한판토스가 LG그룹에 인수될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범한판토스가 LG그룹에 인수된다. LG그룹 계열사인 LG상사는 지난해 11월부터 논의해 온 범한판토스 인수를 최종 결정하고 이달 중 매매 계약을 맺을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금액은 약 6,000억원선으로 알려졌다.

◇ ‘알짜회사’ 왜 넘기나

범한판토스는 범 LG가(家)다.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동생인 고(故) 구정회 씨 일가가 1977년부터 운영해온 물류 회사인 것. 현재 구정회 씨의 셋째아들인 고(故) 구자헌 씨가 회사를 이끌다 1999년 타계하면서 부인인 조원희 회장과 아들 구본호 씨에게 회사를 물려줬다.

남편에게 회사를 물려받은 조원희 회장은 전문경영인에게 회사 경영을 맡겼지만 지난 2011년 11월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오너경영체제로 전환했다. 현재 조원희 회장과 아들 구본호 씨가 각각 50.9%와 46.1%, 총 97%를 보유해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사실 범한판토스는 LG그룹 계열사들의 물류를 전담하며 매우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해오던, 이른바 ‘알짜 회사’다. 2013년 매출 2조400억원에 영업이익 592억원을 냈다. 범한판토스는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LG그룹 쪽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매각설이 제기됐을 당시부터 알짜회사를 왜 넘기려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제기돼 왔던 게 사실이다.

일단 업계에서는 조원회 회장의 아들인 구본호 씨를 주목하고 있다. 범한판토스 안팎이나 업계 등에선 구본호 씨가 경영 승계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구본호 씨가 미국에 거주하며 회사 일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혼자 경영을 도맡아 해온 구본호 씨의 어머니 조원희 회장이 결국 회사를 친척인 LG그룹 측에 넘기기로 했다는 것이 범한판토스 매각 배경 중 가장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실제 구본호 씨는 범한판토스의 경영과 관련된 사안에는 이름을 올린 적이 거의 없다. 오히려 다른 송사를 통해 구설에 오르면서 주목받은 사례가 많다. 이미 2008년 ‘주가조작’ 의혹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고, 최근엔 미국 국적자로서 주식양도세 20억원을 내지 못하겠다며 조세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가 승소했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증권가에서는 ‘검은 머리 외국인’의 국부 유출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 범한판토스는LG그룹으로부터 일감을 몰아받아 성장한 회사다. 하지만 결국 LG그룹이 이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구본호(사진 위) 씨 등 대주주의 먹튀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본호 씨는 LG그룹 총수인 구본무(사진 아래) 회장과는 6촌 형제 사이다.

◇ LG그룹의 남은 숙제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LG상사가 범한판토스를 인수한다하더라도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범한판토스의 ‘먹튀’ 논란을 어떻게 불식시킬지 관건이다. 창업 당시 자본금 7억원으로 시작한 범한판토스는 2000년 들어서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범한판토스가 급성장 할 수 있었던 것은 LG그룹으로부터 일감을 몰아 받았기 때문이다. ‘손 안대고 코 푸는’ 식으로 회사를 키우고, 구본호 씨 등은 거액의 배당금까지도 챙길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6촌 형제 사이인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아예 회사를 사들이면서 구본호 씨 등은 돈방석에 앉게 됐다. 일부 시민단체에선 “외국인을 자처한 구본호 씨가 LG그룹으로부터 일감을 받아 덩치를 불린 기업의 주식을 수천억 원에 판다는 것은 ‘국부유출’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범한판토스는 LG그룹 방계회사로서 그룹 계열사의 일감을 몰아 받아 이익을 냈는데도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웠던 회사다. 하지만 LG상사가 인수하게 되면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재점화 될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LG상사가 범한판토스를 인수할 경우, 그룹 물류관련 업무를 수행하는데 따른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원이 중심인 현재 사업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다른 사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한편 조원희 회장과 아들 구본호 씨는 범한판토스의 경영권과 주식 대부분을 LG상사에 넘기고 레드캡투어를 경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캡투어는 최대주주인 범한판토스가 지분 대부분(309만주·35.9%)을 시간외 거래로 조원희 범한판토스 회장에게 넘겼다고 지난 14일 공시했다. 레드캡투어는 이에 따라 조 회장의 아들인 구본호 씨가 최대주주(38.4%)로 등극했다. 조원희 회장과 구본호 씨의 레드캡투어 지분을 합치면 약 74%로 절대적이다.

레드캡투어의 사업부문은 크게 렌터카사업과 여행사업 두 가지인데, 매출의 약 80%는 렌터카사업에서 나온다. 그나마 이 마저도 대부분 LG그룹과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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