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주식과 관련해 끊임없이 ‘뒷말’을 낳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금호산업 주식을 대량 매입하며 대주주로 이름을 올리더니, 최근엔 일부 주식을 매각하는 등 알쏭달쏭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금호산업이 본격적으로 워크아웃 졸업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진짜 ‘속내’는 무엇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 금호산업 주가. 22일(인수전 시작) 상승세를 보이던 것이 23일(호반건설의 주식 매각) 이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 주택공급 실적 1위 호반건설, 금호산업 주가 ‘들었다 놨다’

1989년 김상열 회장이 설립한 호반건설은 지난해 중견건설업체 최초로 연간 주택공급 실적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한때 재계 서열 10위권까지 올랐던 금호그룹은 무리한 확장이 ‘독’이 되면서 지난 2009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돌입하는 위기를 맞았다. 이후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이어졌고, 지난해 말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졸업한 데 이어 금호산업 역시 본격적인 워크아웃 졸업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그런데 이러한 시점에서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의 주식을 매입 또는 매각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호반건설은 단순 투자라는 입장이지만,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를 두고 다양한 추측과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금호산업의 워크아웃 졸업 절차가 본격화되면서 호반건설의 알쏭달쏭한 행보에 더욱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11월 11일, 금호산업 주식 171만4,885주를 매입하며 단숨에 5.16%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어 11~13일 33만3,115주를 추가로 매입하며 지분을 6.16%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잘 나가는’ 호반건설의 이러한 행보는 시장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했고, 금호산업의 주가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순 투자’라고 밝힌 호반건설은 204억5,000만원을 투입해 순식간에 차익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호반건설의 의도가 정말 ‘단순 투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금호산업 인수 가능성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대한 지원사격이란 분석 등이 제기됐다. 하지만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때문에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지분 매입 배경은 ‘미스터리’로 남았다.

그런데 지난 21~22일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주식 34만8,000주를 매각했다. 지분은 1.21% 감소해 4.95%가 됐다.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주식 매각은 매입 못지않게 많은 여파와 분석을 낳았다. 우선 대체로 상승세를 유지하던 금호산업 주가가 급락했다. 23일에는 전일대비 1,600원(-6.91%) 떨어지더니 26일에도 1,000원(-4.64%) 떨어졌다. 인수전 개막으로 지난 22일 1,350원(6.19%) 올랐던 금호산업 주가가 호반건설의 매각 여파로 뚝 떨어진 셈이다.

▲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왼쪽)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알 수 없는 ‘속셈’… 소액 투자자 피해 우려도

이에 따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박삼구 회장 지원설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혹시 모를 적대세력의 등장을 미연에 방지하면서, 주가가 치솟는 것을 제어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금호산업 주가가 오를 경우, 부담이 커지는 쪽은 박삼구 회장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김상열 회장 입장에서는 쏠쏠한 주식 차익도 거둘 수 있다.

이런 추측의 배경에는 두 회사가 모두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자리 잡고 있다. ‘여유 있는’ 김상열 회장이 ‘동향 기업인’ 박삼구 회장의 부활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인수 가능성 역시 계속해서 제기된다. 주식 차익을 통해 인수자금을 보태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여기엔 다소 의문부호도 붙는다. 일단 금호산업 되찾기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박삼구 회장은 이미 10%넘는 주식을 보유 중이고, 채권단 보유 주식 중 50%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도 보장받고 있다. 제3자가 뛰어들기엔 지분 경쟁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인수 자금 확보를 위해 차익을 노린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지만, 이 역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채권단이 내놓을 금호산업 주식의 가치는 현재 약 4,200억원이다. 여기에 각종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매각가는 6,000억원~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주식을 매입할 당시 가격은 1만1,000원~1만5,000원대 수준이었다. 반면 팔 때는 2만1,000원~2만3,000원으로 주가가 올랐다. 초기 매입 대비 2배가량 주가가 뛰었지만, 1.21%를 매각하고 손에 쥔 금액은 8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더욱이 호반건설은 재무건전성이 탄탄하고, 6,000억원에 달하는 이익잉여금을 보유 중이다. 굳이 ‘작은’ 시세 차익으로 인수 자금을 마련할 이유가 없다.

결국 호반건설의 알쏭달쏭한 행보는 ‘시세 차익을 노린 단순 투자’와 그 뒤에 숨은 ‘박삼구 회장 간접 지원’을 위한 것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문제는 호반건설의 이러한 행보가 비판적인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호반건설은 줄곧 금호건설 주익 매입 및 매각 이유가 ‘단순 투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로인해 호반건설은 불필요한 ‘구설수’에 계속해서 휩싸이고 있는 상황이다. ‘잘 나가는’ 건설사가 ‘작은 돈’을 벌기 위해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삼구 회장에 대한 간접 지원도 논란의 대상이다. 물론 이러한 ‘숨은 의도’는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호반건설은 수백억원을 투입해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 되찾기’를 돕고, 쏠쏠한 시세차익도 거두는 것이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소액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 주식관계자는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주식을 놓고 보여주는 행보는 다소 독특하다”며 “다만, 호반건설의 움직임에 따라 주가가 큰 폭으로 흔들린다는 점에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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