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세론 형성 가능할까

▲ 박근혜 정부 중반기에 들어선 가운데,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 상승 추세가 무섭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박근혜 정부 3년차에 접어든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지율 1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것도 2위인 반기문 UN 사무총장과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는 독보적 1위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의 집권 중반기부터 두각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지난 1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차기대권 적합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표는 27.5%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오른 이후 수직상승 분위기를 이어갔다. 2위를 기록한 박원순 시장(11.2%)과는 무려 16.3%의 큰 차이 였다.

더 최근인 25일 <JTBC>와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는 28.5%의 지지율을 기록해 1% 더 상승한 결과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중반까지 압도적 1위를 기록했던 반기문 총장(14.9%)을 크게 앞지른 결과다. 지난해 10월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는 반 총장이 39.7%를 기록했던 반면 문 대표는 9.3%에 불과했었다. 문 대표 측에는 다소 고무될만한 일이다. <관련기사:문재인, 차기 대권 지지율 최대치 경신>

◇ 지지율 바탕으로 ‘대세론’ 형성했던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대권 잠룡시절 지지율, 정권 중반기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대세론을 형성했다. <자료=리얼미터 제공>
대선까지 3년 가까이 남은 시점에서 차기대권 지지율이 중요한 이유는 이른바 ‘대세론’을 형성하기 가장 좋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현 대통령에 대한 환상과 기대감이 깨지는 중반기부터 국민들의 실망은 다음 권력에 대한 열망으로 투영된다. 정치권 역시 여론을 따라 미래권력으로 이합집산 되기 때문에 중반기에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 대세론을 형성하기 좋은 토대가 마련된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확인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권 중반기인 2005년과 2006년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음 권력으로 부상했다. 당시 전 세계적인 부동산 광풍속에서 집값 수직상승으로 참여정부는 위기국면인 상황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대운하·기업프렌들리·작은정부·경제지도자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명박 정부의 공약 로드맵이 사실상 이 시기부터 국민들에게 각인된 셈이다. 2005년까지 각축을 벌이던 지지율은 2006년 초부터 이 전 대통령이 29.7%, 고건 전 총리가 25.4, 박근혜 현 대통령이 21.3%로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리얼미터 2006년 1월 1~2일, 성인남녀 1,438명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8%p>

박 대통령도 이는 마찬가지다. 물론 박 대통령은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꾸준히 차기대권주자로 거론됐다. 그러나 막상 대세론을 형성한 것은 3년 차에 가서다. 2010년 6월 세종시 수정안 문제로 이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2.7%까지 떨어졌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의지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자 지지율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에게 원칙과 신뢰의 이미지를 쌓은 박 대통령은 대세론을 형성, 지지율이 2010년 12월 32.5%까지 치솟았고 2위였던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10.9%)과 무려 3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리얼미터 2010년 12월 27~31일, 성인남녀 5,000명,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1.4%p>

▲ 문제는 대안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해서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닌 것처럼, 대권을 노린다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선국면에서는 후보들이 모두 비슷한 공약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특별한 차별성이나 철학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며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으로 다음 대선주자에 관심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는 3년차 부터가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대세론을 만들어나가기 가장 좋은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안이다. 단순히 현 정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만으로는 대세론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것. 안희정 충남지사는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를 비판한 것만으로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닌 것처럼, 비리를 고발하는 것으로는 절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며 “나라면 국가를 이렇게 운영하겠다는 비전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차원에서 문 대표는 최근 ‘경제정당론’을 들고 나왔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정을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하는데 방점을 찍겠다는 의미다. 집권 3년차 대세론 형성의 골든타임을 맞은 문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관련기사:[문재인의 ‘경제정당론’] 김대중의 ‘이미지 변신’ 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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