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일명 ‘이학수법’이 4월 국회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불법으로 취득한 이익(범죄수익)을 환수하겠다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이 법안은 삼성SDS 상장에 따른 천문학적 부당이득을 환수하기 위한 취지다.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타겟이 좁혀진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재용 부회장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정조준 하고 있는 법안이 비단 이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 이재용 정조준한 법안… 파급력 어느정도?

당장 ‘이학수법(특정 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은 삼성가 3남매를 정조준 하고 있다. 이 법안은 횡령·배임으로 취득하거나 제3자로부터 취득한 이익이 50억원을 넘을 경우, 국가가 나서서 민사적 절차로 환수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난 1999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으로 차익을 얻은 삼성가 3남매는 이학수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지난 2월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측은 지난해 11월 삼성SDS가 상장을 하면서 이학수 전 부회장(삼성구조조정본부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3남매가 약 2조2,000억원의 범죄수익을 거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만약 법이 시행되면 직격탄을 맞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재용의 삼성’을 구축하기 위한 ‘실탄’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범죄행위로 인해 얻은 부당한 이득으로 경영권 승계를 완성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뼈아프다. 이재용 부회장으로선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겨레>가 ‘이학수법’을 ‘이재용법’으로 부르는 이유다.

특히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삼성생명법’은 삼성그룹이 초미의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핵심 법안이다. 지난해 4월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회사가 계열사 주식을 과도하게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사가 보유한 유가증권의 가치는 취득 당시 기준이 아닌 현재 ‘시가’로 매겨진다.

▲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4월 임시국회에서 '이학수법'을 상정할 계획이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 모습으로, 해당 기사와 무관함.

국내 보험회사 중 계열사 주식을 3% 이상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삼성생명’이 유일하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등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을 대거 처분해야 한다. 삼성그룹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인 삼성생명이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 삼성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

당연히 치명상은 이재용 부회장의 몫이다. 경영권 승계 작업에 전격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 등 3세로의 승계구도 완성이라는 명제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벌이고 있는 삼성 입장에선 ‘승계 플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 들일 수 있다. 외부에서는 이 법이 시행될 경우 ‘이재용의 삼성’이 위기에 빠질 공산이 크다고 분석한다.

◇ 삼성의 투 트랙 전략

여기에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준비중인 가칭 ‘조현아법’ 역시 삼성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불법을 저지른 오너나 특수관계인이 5년간 임원으로 일할 수 없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해당 법안이 ‘이학수법’과 맞물리게 되면 상당한 폭발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이라는 전제 하에 가정해본다면, 이들 세 가지 법안이 모두 통과될 경우 삼성 이재용의 ‘1인 지배체제’는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될 수 있다. 삼성 입장에서는 기필코 통과를 막아야 하는 법안인 셈이다.

삼성 측이 법안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실제 정치권 안팎에선 삼성 측 대관업무 관계자들이 해당 법안에 서명한 의원실에 방문, 법안 저지를 위한 ‘설득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 삼성 서초사옥의 모습.

‘이학수법’을 발의한 박영선 의원은 5일 팟캐스트 ‘시사통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이학수법을 둘러싼 삼성 로비가 있었다고 전해들었다”고 폭로하면서 “(의원들에게) 전화가 많이 온다더라. 나(박영선)한테는 ‘큰 정치를 하려면 뭐 이런 거 가지고 그러느냐’는 식의 접근이 있었다. 일종의 협박이라고 본다. 언론사 간부들한테도 전화를 많이 해서 ‘그 기사 안 써주면 어떻게 하겠다’는 식이라고 한다. 참 나쁜 관행이고 나쁜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출신이자, 정치권에 오래 몸 담은 한 보좌관은 “삼성의 전략은 시간끌기”라면서 “이 같은 전략은 투트랙으로 이뤄지는데, 언론통제와 국회의원 로비가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보좌관에 따르면 일단 언론을 통제해 해당 법안들에 대한 이슈화를 자제시키고, 이후 국회의원들에게 접근해 ‘설득작업’에 착수한다. 국민적 공분이 적고, 여론의 관심 또한 사라지면 의원들 역시 법안을 밀어붙일 동력이 없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노린 것이다.

이 보좌관은 “결국 삼성의 최종 목표는 임기 말 해당 법안들이 자동폐기되는 것”라면서 “삼성이 두려워하는 세 가지 법안도 내년 총선국면에 접어들면 급격히 논의가 줄어들 것이고, 새 국회가 시작됨과 동시에 자동 폐기될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이를 위해 보이지 않는 물밑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학수법’ 법안 제출 당시 서명한 104명 의원 중에는 새누리당 의원이 4명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이학수법을 둘러싼 ‘소급적용’ ‘이중처벌’ 등 위헌 논란에 대해 “적법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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