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회에 앞서 세 후보자가 악수를 하며 웃고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따로 강조할 필요도 없이 서울 관악을은 4.29재보선의 최대 승부처다. 김무성·문재인의 내년 총선 전초전임은 물론이고, 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 정국현안을 바라보는 서울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야의 네거티브 전략이 난무하는 혼탁한 선거가 아니라 매우 ‘신사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간간히 야권인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 측과 무소속 정동영 후보 측의 가벼운 공방만이 있을 뿐이다. 지지층만 제대로 잡아도 승리할 수 있다는 각 선거캠프의 계산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까닭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참고용일뿐 사실 중요치 않다. 수많은 여론조사전문기관이 최대격전지인 관악을을 조사했지만 편차가 너무도 커 어느 하나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18대 대선과 민선6기 지방선거 결과, 관악은 서울에서 새정치연합의 표가 가장 많았던 지역임에도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새정치연합의 정당지지율이 20~30% 수준인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오히려 지난 선거의 통계를 참고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분석일 것이다.

▲ 기본적으로 관악을은 야권에 유리한 운동장이다. 지난해 6.4지방선거와 지난 18 대선에서 관악은 서울지역에서 새정치연합에 가장 많은 표를 준 지역이다.
◇ 65대 35, 야권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

통계상 유권자의 성향으로 봤을 때, 관악을은 분명히 야권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1988년 소선거구제가 정착된 이래 관악을의 주민들은 단 한 차례도 여권에 국회의석을 허용하지 않았다. 호남향우회 등 야권의 지역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고, 대학가와 고시촌을 중심으로 야권성향이 두드러지는 젊은 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는 관악갑·을 포함, 박원순 새정치연합 후보가 63.36%를 득표하고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가 35.67%를 득표했었다. 서울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 지역이다.

정태호 후보 측의 선거 전략은 이 같은 토양을 기본 베이스로 깔고 시작한다. “선거판은 토양과 구도 두 가지만 보면 된다. 관악을의 토양은 65대 35로 야권에 좋다. 다만 정동영 후보 출마로 현재 결집된 구도는 오신환 35, 정태호 30, 정동영 25로 본다. 나머지 야권지지층 10의 결정에 성패가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게 선거 핵심 전략통의 판단이다. 그래서 정태호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는 ‘이기는 야권 후보’다. 정태호 후보로 표 쏠림 현상이 나와야 야권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구도는 사실 정동영 후보가 가장 먼저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이른바 ‘35% 한계설’이다. 정동영 후보가 출마선언을 할 당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만을 안겨줄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정동영 후보는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는 없다.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역대 선거에 비춰봤을 때 35%를 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요지는 65%를 차지하기 위한 정태호와 정동영의 싸움이고 결과는 1등과 3등으로 나눠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은 다르지만 오신환 후보도 이런 구도를 긍정한다. 오 후보는 기자의 질문에 “관악을은 아시다시피 65대 35로 여권에 불리한 지역이다. 그런데 19대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정동영 후보의 출마로 야권이 분열돼 있다. 여기에 주민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기본적으로 여당에 불리한 선거지형은 맞지만 거물급 야권 주자의 출마로 표가 분산되는 만큼, 이번은 분위기 반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분수령은 4만 표다. 지난 17대 이후의 총선결과를 보면 재미있는 수치가 하나 나온다.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김철수 후보는 4만255표(33.32%)를 득표해 낙선했고 18대 총선에서는 3만8,618표(40.1%)에 머물렀다. 3자 구도로 치러졌던 19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는 3만7,559표(33.28%)를 얻었다. 야권의 득표가 들쭉날쭉했던 데 반해, 여권의 표는 18대를 제외하면 일정하게 35% 언저리에 머물렀다. 득표수도 4만 표를 넘기기 힘들었다.

▲ “관악을은 아시다시피 65대 35로 여권에 불리한 지역이다. 그런데 19대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정동영 후보의 출마로 야권이 분열돼 있다. 여기에 주민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게 오신환 후보의 설명이다.
◇ 승리 분수령 ‘4만 표를 확보하라’

4.29 재보선 관악을의 유권자 수는 대략 21만 명, 바로 옆 지역인 동작을의 지난해 재보선 투표율 46%와 비슷할 것으로 가정하면 총 9만5,000여 유효표가 예상된다. 물론 예상임을 분명히 해둔다. 팽팽한 3파전이 치러지는 만큼, 4만 표를 확보하는 쪽이 안정적으로 승리를 확정지을 수 있다.

이 대목에서 각 선거캠프의 공략지점이 조금씩 달라진다. 새누리당의 경우 여권지지층을 어느 정도 결집한 것으로 보고 부동층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의 35%의 벽을 허물기 위함이다. 1인 가구가 많은 관악을 특성에 맞춰 ‘나행복 프로젝트’ 등 세심한 공약으로 누구보다 강하게 지역일꾼론을 밀고 있다. 다만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표심확대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조직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27년을 맹주로 자리했던 만큼 조직이 탄탄한 점을 이용해 세 결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지층이 겹치는 정동영 후보의 지역 조직이 약한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야권 표가 정태호 후보 쪽으로 결집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문재인 대표, 안철수 의원 등 핵심 인사들이 나서서 젊은 층을 투표장으로 이끈다는 계획이다. 다만 선거초기 불거진 친노-비노간 갈등을 완전히 봉합하는 게 선결과제다.

정동영 후보는 진보대통합의 바람이 야권심판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앞서 노동당 나경채 후보와 정의당 이동영 후보는 후보등록을 포기했다. 이상규 후보 역시 등록은 했지만 결국 중도사퇴하면서 사실상 정동영 후보로의 단일화가 완성됐다. 그의 출사표대로라면 진보통합의 다음단계인 야권심판만이 남은 셈이다. 다만 성완종 파문으로 야권지지층 사이에서 여권심판론이 거세, 야권심판론이 먹힐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다.

▲ 정동영 후보는 진보대통합의 바람이 야권심판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상규 후보까지 중도사퇴하면서 사실상 정동영 후보로의 단일화가 완성됐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관악을의 판세를 두고 오 후보가 조금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판단한다. 다만 성완종 파문으로 오 후보가 외연확대에 주춤하는 동안 정태호 후보의 추격이 턱 밑까지 왔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여기에 정동영 후보까지 추격에 가세하면서 ‘예측불허’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세 후보에게 이번 선거는 정치적으로 최고의 기회이자 동시에 무덤이다. 오 후보가 승리할 경우 27년 금여(禁與)의 땅에 여당깃발을 꼽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반면 패배할 경우 다음을 기약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정태호 후보도 승리한다면 후보단일화 없이 정동영이라는 대어를 잡았다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텃밭을 내준 후보라는 오욕은 생각하기도 싫다. 정동영 후보가 승리할 경우 야권재편과 함께 부활의 날개를 펼칠 수 있다. 질 경우에는 정치생명이 위태롭다. 세 후보의 ‘올 오어 낫싱’ 게임은 이제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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