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취임 1년째를 맞았다. 기대감이 컸던 만큼 평가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취임 1년을 맞았다. 세월호 여파로 한국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이었던 만큼 ‘구원투수’로 등판한 최경환 부총리에 대한 기대감은 남달랐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최경환 부총리의 노력도 빛났다. 과감하고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쏟아냈고, 이에 따라 각종 경제지표들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최경환 부총리에 대한 평가는 사뭇 엇갈린다.

◇ 공격적 경기부양책, ‘초이노믹스’에 대한 기대감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최경환 부총리는 1년 전 취임사를 통해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예고했다. 취임 일성은 곧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취임하자마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대출규제를 완화했다. 적극적인 부동산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주택매매거래량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7월 전국 주택 거래량은 7만6,850건으로 전년동기보다 2배로 뛰었다. 5년 평균치에 비해서도 24.6% 증가한 규모다. 증권시장은 종합주가지수 2000선 돌파로 화답했다.

당시 세월호 참사로 경제전반이 활력을 잃은 상황에서 최경환 부총리의 공격적인 부동산정책은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었다. 첫 과제는 성공적이었다.

여기에 46조원에 달하는 정부재정과 기금을 시장에 풀겠다는 ‘46조원 플러스알파 정책’을 내놓으면서 더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또 △투자활성화대책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 장년층 일자리 대책 등 열흘에 한 번 꼴로 경제분야 종합대책을 쏟아냈다. 유례없는 추진력과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에 최경환 부총리의 성을 딴 ‘초이노믹스’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대통령이 아닌 장관급 인사의 성을 따 ‘○○노믹스’라 불린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최경환 부총리의 경제정책에 거는 기대감은 남달랐다.

서민·중산층 가계의 소득을 늘려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이른바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근로소득증대세제·배당소득증대세제·기업환류세제)’는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임금이나 배당, 투자 등을 통해 가계로 흘러들어가게끔 한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그동안 대기업 수입이 증가하면 자연스레 투자와 소비가 늘어 경기가 살아난다는 ‘낙수효과론’에 근거했던 기존 정책방향과는 분명 다른 기조였다.

올 들어서는 △노동 △공공 △금융 △교육 등 4대 분야 구조개혁으로까지 정책방향을 확대했다.

▲ 사진은 지난해 9월 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9.1부동산규제완화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가계 부채 및 서민 주거안정 대책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 재정적자와 가계부채 급증 부작용도…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아쉽게도 ‘초이노믹스’에 대한 평가는 냉랭하다. 

무엇보다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호전됐다는 분위기를 감지할 수 없다.

지난해 3분기 0.8%로 반등했던 국내 경제성장률은 4분기에 0.3%로 다시 주저앉았고, 올해는 3%대 성장률 사수마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한국은행은 추경 효과를 반영한 올해 성장률을 2.8%로 보고 있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3%대 중반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에 이어 세계 평균을 밑돌고 있는 셈이다.

최경환 부총리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히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 역시 성공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표면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가계대출 증가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인하 정책으로 전세가격이 폭등하면서 전세난에 지친 서민층이 울며 겨자 먹기로 빚을 내 부동산 구매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금융권 전체 가계신용 잔액은 1,099조3,000억원으로 1,100조원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700조~800조원은 기준금리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형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려도 가계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만 연간 2조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간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저금리 기조를 강조하며 LTV와 DTI 규제 완화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이끈 최경환 부총리가 이 같은 위험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가 강조했던 가계소득 증대 정책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내수활성화 차원에서 도입한 가계소득 증대세제는 근로자 임금인상과 기업들의 투자확대보다는 배당만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올해 들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은 사실상 동력을 잃게 됐다.

최경환 부총리는 1년 전 취임 당시 △내수 활성화 △경제 혁신 △민생 안정을 3대 목표로 내걸고 “지도에 없는 길을 걸어 경제 전반의 활력을 불어 넣겠다”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어느 것 하나 자신있게 ‘목표를 이뤘다’고 내세울만한 분야가 없는 실정이다.

◇ 대외 악재까지… ‘초이노믹스’ 사면초가

물론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경환 부총리가 “운이 없었다”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공격적인 부양정책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의 더딘 회복에 따른 수출부진과 예기치 못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그리스 디폴트 위기 등 예기지 못한 안팎 악재들이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실제 최경환 부총리 역시 취임 1년을 맞아 직원에게 보내는 편지글(경어체로 작성됨)에서 “안팎으로 악재가 겹치다 보니 지난 1년간 여러분이 벌인 분투(奮鬪)가 좀 묻히는 느낌이 없지 않다”며 “감독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 최경환 부총리는 과감하고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쏟아냈지만, 경제성적표에 대한 평가는 냉랭하다.(사진=뉴시스)
하지만 처음부터 ‘재정투입’에 의존한 부양책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선임연구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부양책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단기부양보다는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에 중점을 더 두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문제는 취임 1년을 맞은 지금, 최경환 부총리 앞에 놓인 상황이 1년 전보다 좋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그리스 사태로 유럽은 불안하고 중국 증시는 대폭락하는 등 대외 상황이 녹록지 않다. 여기에 하반기 미국의 금리인상까지 현실화되면 3대 대외 불안 요소가 한꺼번에 터지게 된다.

이를 반영하듯 최경환 부총리는 “세상사라는 게 참 마음 같지가 않다”며 취임 1년을 맞은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12일 TV인터뷰를 통해 “연말까지 경제를 본 궤도에 올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시간이 많지 않은 최경환 부총리가 ‘초이노믹스’에 대한 유종의 미를 어떻게 거둘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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