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또다시 서로의 제품과 기술력을 비방하고 나섰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또다시 서로의 제품과 기술력을 비방하고 나섰다. 세탁기 파손 논란이 해결된 지 5개월 만으로, 당시 오너 간 모든 분쟁을 끝내기로 한 합의가 무색해진 모양새다. 일각에선 중국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 간의 논쟁은 경쟁력에 도움될 것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 LG “삼성 세탁기, 80년대 제품” vs 삼성 “LG TV 4K인증, 돈 줬나”

선공은 LG전자의 세탁기부문에서였다. LG전자 전시문 세탁기 사업부장은 지난달 21일 창원시 LG전자 사업장에서 열린 신제품 소개회에서 삼성전자가 올 초에 선보인 액티브워시 세탁기에 대해 “바케스(양동이)를 하나 올려 놓은 게 무슨 기술이냐”며 “1981년도에도 낼 수 있는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자 삼성전자는 TV부문에서 비방을 개시, 공방을 이어갔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지난달 26일 LG전자의 RGBW UHD TV가 4K 인증을 받은 것에 대해 그런 건 돈 주고 살수 있지 않냐는 내용의 폄훼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황정환 LG전자 TV·모니터사업부 전무는 지난 4일 독일 베를린 IFA 2015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R&D만 30년 가까이 해오고 있는데, 돈을 주고 인증을 받는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며 “도저히 있을 수 없고, 경쟁사의 TV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분이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조성진 LG전자 H&A사업부 사장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조 사장은 다음날(5일) 독일IFA2015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버블샷 에드워시에 대해 “경쟁사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의 애드워시는 드럼이 옆으로 도는 데, 문을 열면 옷감이 쏟아질 수 있고 물이 튈 수도 있다”며 “LG전자 제품은 세탁물이 쏟아질 정도의 물이 들어가는 상황을 만들지 않게 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의 언쟁이 국제 행사에서도 이어지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 삼성·LG, 수년간 지루한 공방

삼성과 LG의 이 같은 공방은 한두해 일이 아니다. 이들의 격돌이 거칠어진 것은 2010년대 들어 가전과 디스플레이 부문서 갈등이 발생하면서다. 지난 2011년 3D TV와 관련해 양사는 기술논쟁 및 상호비방을 개시했고, 한해 뒤인 2012년 디스플레이 부문서 절정에 도달했다.

2012년 5월 검찰은 삼성의 OLED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LG디스플레이 본사를 압수수색 및 임직원들을 대거 기소했고, 이에 삼성은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관련 기술사용을 금지해 달라는 영업비밀 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러자 LG디스플레이 측은 기술도둑으로 몰렸다고 발끈하며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를 상대로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또 같은 해 두 회사는 냉장고 용량을 두고 설전을 벌이다 법정공방으로 가기도 했다. 결국 정부의 중재에 2013년 9월 상호 제기한 모든 소송이 취하되면서 이들의 갈등은 일단락 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두 회사는 지난해 독일IFA에서 세탁기 문제로 또 다시 링에 올랐다. 당시 삼성전자는 LG전자 조성진 사장이 자신들의 전시부스에 와서 세탁기 문을 파손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양사는 서로간의 해명 및 비방을 되풀이하며 소송을 늘렸고, 논란이 악화되자 올해 3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양사 오너들이 직접 나서 모든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한 바 있다.

◇ 국내 기업 간 분쟁, 이득 없어

업계에선 이번 논쟁이 법적공방으로까지 증폭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양사의 오너들이 ‘사업 수행 과정에서 갈등 분쟁이 발생할 경우, 법적조치는 지양하고 양사  간의 대화와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을 상대해야 할 기업들이 서로 비방하는 경쟁에만 매몰되다 보면 결국 잃게 되는 것은 브랜드 가치와 고객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특히 IT 및 가전제품 분야에서 하이얼,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의 기술은 우리나라와 거의 격차가 없을 정도로 따라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내외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의 제품과 기술을 비방하는 것 자체를 지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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