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신조 일본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이 내달 2일 개최되는 것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2012년 회동 이후 3년 6개월 만의 한일 정상회담이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신조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이 내달 2일 개최된다. 관계개선의 측면에서 양국 모두 정상회담의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위안부 문제와 자위대의 휴전선 이북지역 전개 문제 등 첨예한 사안들도 얽혀있어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8일 오후 청와대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2일 오전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발전방안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한일 양국의 정상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양국 간 현안에 대해 심도있는 의견 교환을 할 것”이라는 게 김 수석의 설명이다.

◇ 3년 6개월 만의 정상회담, 얽힌 실타래 해법은?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회동은 2012년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회담 이후 3년 6개월 만에 열리는 정상회담이다. 지난 해 개최된 APEC 등 다자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마주친 일은 있으나, 별도의 양자 정상회담이 이뤄진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이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과거사 회피 등의 도발이 원인이었다.

▲ 한일 정상회담의 최대 난제는 위안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매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에서 일본의 위안부 사죄를 촉구하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 같은 아베 정부의 극우행보로 거리가 멀어졌지만, 양국 관계개선의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실제 북핵 문제 해법과 한미일 삼각체제 강화 등 안보문제와, 한국의 TPP가입 등 경제문제에서 한일 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의 주선으로 한ㆍ중ㆍ일 3국 정상이 모이는 만큼 한일 정상회담을 회피할 경우, 한일관계가 더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안부 문제 등 일부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안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우리 정부는 경제와 역사를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을 채택했으나, 위안부 문제만큼은 아베 정부의 전향적 태도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사과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박 대통령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얼마 전 미국 순방에서도 박 대통령은 별도의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예고하면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연세가 90세가 되고 그 많던 분들이 이제 47분 밖에 남지 않아 시간이 없다”며 “그것(일본 정부의 사과)을 계기로 양국 간 미래지향적 변화나 발전을 해 나가야 의미 있는 회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위안부·자위대 이견, 정상회담 성사에 의의 둬야한다는 의견도…

위안부 피해자 문제뿐만 아니라 자위대의 한반도 전개 문제도 우리 정부로서는 분명히 매듭 지어야할 문제다.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는 대한민국이고 휴전선 이북도 우리영토이기 때문에 자위대의 북한 진입 역시 우리의 동의와 요청이 없다면 불가능하다는 게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러나 나카타니 겐 일본방위상은 “대한민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는 견해도 있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은 이날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향후 열릴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자위대 한반도 진출에 대한 한국의 단호한 주권 의지를 한 번 더 표명해줄 것”을 박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도 했다.

첨예한 대치가 부담스러웠을까.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 오찬과 기자회견을 생략하기로 결정했다. 한중일 3국 공동선언과는 별도로, 양국의 합의문이 채택될지 여부도 현재까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베 총리의 이번 방한은 공식방문이 아닌 일종의 실무방문이어서 양국 정상간 오찬과 공동 기자회견 등의 일정은 하지 않는다는 게 청와대가 밝힌 입장이다.  

양국이 일정조율에 어느 정도 합의했음에도 공식발표까지 진통이 있었다는 것도 부담이 크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앞서 청와대는 26일 “내달 2일 정상회담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으나, 일본 측은 ‘보도를 알지 못한다’고 나오는 등 신경전이 치열했다. 무엇보다 이날 오후 4시로 예정된 공식발표에 앞서 일본 공영방송 NHK가 합의사실을 보도하는 등 엇박자도 나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번의 회담으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기 보다는 정상회담의 물꼬를 튼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앞서 26일 ‘정상회담일정 합의’를 보도했던 NHK도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해 독도 영유권 분쟁,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재판 등 현안을 둘러싼 양국 정부의 입장 차이가 커 이번 정상회담에서 관계 개선의 길을 열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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