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격동기 대한민국 정치사의 큰 획을 그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22일 새벽 서거했다. 그가 한국 정치사에 남긴 큰 족적만큼, 다양한 어록들도 역사에 남았다. 다소 투박하지만 직설적이어서 시원하고 호탕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어록을 살펴봤다.

김 전 대통령이 남긴 어록 중 가장 국민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 된 말은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는 말이다. 김 전 대통령이 신민당 총재시절이던 1979년, YH무역 여성근로자들이 당사를 찾아와 농성에 들어가자 이들을 보호했다. 이에 박정희 전 대통령은 신민당사에 경찰을 투입하고 법원은 김 전 대통령의 총재직 정지 가처분을 내렸다. 독재정권을 비판하며 남긴 이 말은 부마항쟁으로 이어졌고, 그의 말대로 새벽은 왔다.

◇ 신랄한 독재비판, 재임시에는 ‘희화화’ 대상 어록도…

당시 국내 정치사에서 의원직을 최초로 박탈당했던 김 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영원히 살기 위해 일순간 죽는 길을 택하겠다”고 말해 큰 파장을 낳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언급된 ‘대도무문’이라는 김 전 대통령의 좌우명도 주목된다. 총재직 재선에 성공한 그는 “대도무문, 정직하게 나가면 문은 열린다. 권모술수나 속임수가 잠시 통할지는 몰라도 결국은 정직이 이긴다”고 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굴곡을 모티브로 쓰여져 큰 인기를 모았던 무협소설의 제목도 ‘대도무문’이었다.  

또한 대통령 재직 당시 일본 극우 정치인의 거듭된 망언에는 “이 기회에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말해 국민들의 마음을 통쾌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상도동계’ 핵심측근이던 최형우 민자당 사무총장의 아들 대입부정이 터지자 “우째 이런 일이”라고 말해 사회 전계층에 회자되는 유행어를 만들기도 했다.

이 밖에 금융실명제를 전격적으로 시행하고 측근들을 향해 “깜짝 놀랐제”라고 말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이 같은 김 전 대통령의 어록들은 ‘YS는 못말려’라는 YS시리즈의 책으로도 출간돼 국민적 친밀감을 얻기도 했다.

대통령의 임기를 마친 후에도 김 전 대통령의 어록행진은 이어졌다. 2003년 당시 한나라당에 대한 특검수사에 반대해 단식투쟁을 하던 최병렬 대표를 찾은 자리에서 “나도 23일간 단식해 봤지만, 굶으면 죽는다”면서 단식중단을 종용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에 쓴소리를 이어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해 “그 입 다물라”고 격한 발언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건강이 악화되자 “이제는 화해할 때가 됐다”며 병문안을 가기도 했다. 한국 정치사의 양대산맥이자 숙명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이 같은 화해는 후대 정치인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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