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의 전용폰 루나가 출시 3개월째 접어들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사진은 SK텔레콤 광고 모델인 가수 ‘설현’.<제공=SK텔레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SK텔레콤이 TG앤컴퍼니와 함께 내놓은 전용폰 루나가 반짝 재미를 본 후 사라지는 모양새다. 당시 삼성전자와 결별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까지 받으면서 내놨지만 판매량은 영 신통치 않다. 이에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또한 대기업 제조사들에게 종속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 돌풍 주역 루나, 일일판매량 급감

지난 9월 4일 TG앤컴퍼니 제작, SK텔레콤 단독판매로 출시된 스마트폰 ‘루나’는 사막을 걷는 설현의 광고와 함께 신비하면서도 화려하게 시장에 등장했다.

중·저가폰은 가격이 싼 대신 성능이 떨어지고 싸구려 폰이라는 이미지를 확 바꾸는데 성공한 것. 루나는 40만원대의 가격임에도 퀄퀌 스냅드래곤801, 3GB램, 5.5인치 1,920x1,080 해상도 디스플레이 등의 채택으로 성능의 우수성을, 그리고 대대적인 광고로 이전과는 다른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특히 SK텔레콤은 현지촬영 등 광고에만 수억원을 집행했고, 루나에 공시지원금(보조금)도 최대치(33만원)에 가까운 31만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지난 8월 삼성전자의 갤럭시A8을 단독으로 제공받은 SK텔레콤이 삼성전자와의 결별을 각오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었다.

이후 루나의 일일 판매량은 약 2,500대로 알려지며 통신업계에서 돌풍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일 700대 가량 판매되는 것으로 전해져 초기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와 관련, “고객의 선택권을 높이는 차원서 출시한 것”이라며 “출시된 폰의 판매량이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 스마트폰 판매 1위부터 10위까지 애플, 삼성, LG가 장악

그러나 일각에선 SK텔레콤의 이번 시도가 이렇게 종료됨으로써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대기업 제조사에 대한 종속이 더욱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루나는 지난 9월 4일 출시됐지만, 9월 한 달간 국내 스마트폰 판매 순위 10위권에 한 번도 들지 못했다.

물론 루나의 판매량은 9월 첫 주에 삼성전자 갤럭시 A8보다 높은 14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10위권에 입성한 중·저가 스마트폰은 갤럭시 A5(LGU+, 5위), 갤럭시 그랜드 맥스(SKT, 7위) 뿐이었다.

같은 달 2주차에는 갤럭시 그랜드 맥스가 통신사 별로 4(KT), 7(SKT), 10(LGU+)위를 차지했고, 갤럭시 A5(LGU+)가 6위로 이름을 올렸다. 10월 2주차에는 갤럭시A5와 갤럭시 그랜드 맥스가 나란히 4, 5위에 올랐고, 잠깐 루나에 밀렸던 갤럭시A8도 9위를 차지했다. 특히 갤럭시 그랜드 맥스는 수개월 이상 판매량 순위권에 오르내리며 스테디셀러의 면모를 보였다.

▲ 애틀러스 리서치가 공개한 11월 2주차 스마트폰 판매순위.<출처=애틀러스 리서치>

최근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이 공개한 11월 2주차 스마트폰 판매 순위에서도 갤럭시 센스(SKT)가 9위, LG클래스(LGU+)가 10위를 차지하는 등 대기업 브랜드의 중·저가 스마트폰들만이 시장을 장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중저가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소비자 층이 중·장년이라는 점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젊은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으로 게임·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컨텐츠를 소비하는 비중이 높기에 프리미엄 폰을 선호하는 반면, 중·장년층은 카카오톡·SNS 등 커뮤니티에 참여하기 위해 중·저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다.

또 중·장년층은 기존 믿을 수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편이기에 TG앤컴퍼니라는 업체의 제품보다 삼성·LG전자 등의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단말기 제조사로 유명했던 ‘팬택’도 몰락한 마당에 대기업 제품이 아니면 믿을 수 없다는 심리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크다.

◇ SK텔레콤 실험, 성공할까

이홍선 TG앤컴퍼니 대표는 지난달 “차기작에선 불필요한 기능을 빼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했지만 다음엔 이번처럼 SK텔레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 힘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기업 브랜드만 등에 업어도 잘 팔리는 형국인데 괜히 제조사들과 대립구도를 세우면서 힘 뺄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그간 관계가 뜸하던 KT에 갤럭시 J7의 단독공급 할 예정이다.

이에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좀 더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등장하기 위해선 TG앤컴퍼니 등 제조사들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에는 기회 제공이 필요하다. 루나를 통해 보여준 SK텔레콤의 실험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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