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에서 당신을 생각했다/김재이 저/부키/248쪽/1만3,800원/2016년 3월 4일 출간.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조선시대만 해도 유배지였던 제주도. 하지만 2016년의 제주도는 위상 자체가 다르다.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고, 빠른 인구증가와 함께 땅값, 집값도 성큼성큼 뛰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핫한 곳이 제주도다.

이러한 ‘제주 열풍’을 이끈 것은 수많은 올레꾼을 비롯해, 이른바 ‘제주 이민’을 실행에 옮긴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제주 이민은 귀농·귀촌 열풍에서 한걸음 더 진화한 하나의 시대적 흐름이었다.

삶의 터전을 도시에서 제주로 옮긴 사람들은 기존의 ‘성공 기준’을 따르지 않았다. 부와 명예보단 ‘지금의 행복’, 그리고 ‘소박한 행복’을 찾은 사람들이다.

<제주에서 당신을 생각했다>는 이처럼 행복을 찾아 제주로 떠난 부부의 이야기다. 지난 2011년 제주에 정착한 저자는 ‘제주 이민’ 1세대에 해당한다.

두 사람은 원래 서울에서, 그것도 아주 바쁘게 살았다. 남편의 직장이 있는 빌딩가에서 아내는 식당을 운영했다. 그렇게 결혼식마저 미룬 채 5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을 때, 잠시 쉼표를 찍기로 했다. 생업의 전쟁터에서 잠시 떠나 소박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쉼표는 머지않아 인생의 한 장을 마감하는 마침표가 됐다.

두 사람이 식당을 잠시 쉰 것은 고작 일주일. 하지만 돌아온 그들은 너무나도 다른 현실을 마주했다. 배달은 물론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여기에 계약 연장을 약속했던 건물주는 돌연 마음을 바꿔 가게를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5년 동안 숨 가쁘게 쌓아온 탑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포기할 수 없었다. 다시 삶의 전쟁터를 내달렸다. 다행히 식당은 다시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그 사이 더 큰 것이 무너져있었다. 두 사람의 건강과 감정이었다. 몸은 망가졌고, 행복은 없었다.

악재는 끝나지 않았다. 배달에 나섰던 남편이 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래도 아내는 멈추지 않았다. 남편 병간호와 식당 운영을 병행하며 하루하루 녹초가 됐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은 결국 결단을 내렸다.

두 사람은 서울을 떠나기로 했다. 처음엔 강원도로 떠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첫 만남에서부터 강원도는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음 후보는 따뜻한 남쪽나라 제주도였다. 몇 날 며칠 인터넷 부동산을 뒤진 두 사람은 마음에 속 들어오는 집을 찾았고, 곧장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집은 마치 오랫동안 자신들을 기다려온 것처럼 마음에 쏙 들었다. 지체는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제주에서의 두 번째 인생은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기분 좋은 좌중우돌이었다. 본인들의 힘으로 집을 새단장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서울에서 처럼, 그러나 서울과는 다르게 식당도 운영했다. 그 사이 두 사람에겐 행복이 움트기 시작했다.

제주 열풍이 시작된 지도 어느덧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제주에 터전을 잡으면서, 집값·땅값 상승과 환경파괴, 주민갈등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환상을 깨트리거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다시 육지로 떠난 이들도 많다.

그래서일까. 초창기에 제주로 향했던 부부의 이야기가 담긴 <제주에서 당신을 생각했다>는 그 의미가 더 크다. 어쩌면 초심을 잃었을지도 모를 ‘제주 이민 바람’을 환기시켜 준다.

제주가 포화상태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제주를 향한 발길과 눈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혹시 제주에서의 삶을 꿈꾸고 있다면, <제주에서 당신을 생각했다>를 통해 진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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