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바꾸기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시작으로 업무에 공식 복귀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한구 원내대표의 이날 연설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대기업 집단의 졸부 같은 행태는 국민을 실망시킨다”며 재벌 CEO들을 ‘졸부’에 비유했다.
 
졸부는 벼락부자를 말한다. 골목상권 등 소상공인 영역의 무차별적 잠식,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등 일부 재벌그룹들이 보여줬던 행태에 대해 그는 “탐욕에 의한 횡포”라며 이 같은 극단적인 비유를 꺼내 들었다.
 
한마디로 최근 불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발맞춰, 대기업 개혁을 촉구하고 나선 셈인데, 그가 이 같은 강도 높은 발언을 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개혁의지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말바꾸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된 정치행보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평소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하며 김종인식 경제민주화에 강한 반감을 표시해왔던 까닭에 “소액주주, 하청업체, 소비자, 비정규직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대기업의 부당·위법 행위를 정부가 일상적으로 개입해서 해결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그의 발언에도 고개를 갸우뚱한 이들이 적지 않다.

이 원내대표는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증여와 관련, “이 같은 범법행위는 가차 없이 처벌해야 한다”며 “특수 관계인에 대한 부당 지원 행위 등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확실하게 묻는 등 엄격한 법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재벌그룹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에게 전쟁을 선포한 형국인데, 이 원내대표가 이처럼 족벌경영 등 재벌 기업의 ‘치부’를 들쑤신 것은 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 파문으로 새누리당에게 등을 보인 민심을 잡기 위한 ‘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민주통합당은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대해 “철저하게 계획되고 준비된 정치쇼”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정성호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브리핑을 통해 “이 원내대표는 정녕 입이 열한 개라도 되는 건지, 국민은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박 전 대표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이 원내대표의 연설은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우원식 원내대변인도 기자회견을 통해 “먼저 자신부터 약속을 잘 지키라고 조언한다”고 비꼬았고, 김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을 속이는 사기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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