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박창민 대우건설 신임 사장이 서울 신문로 본사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대우건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이 대우건설 키를 잡았다. 23일 박 신임 사장은 비공개로 진행된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박 사장은 2019년까지 '거함' 대우건설을 이끈다.

이날 박 신임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현재에 안주하여 체질개선을 이루어 내지 못한다면 제 아무리 리딩 건설사라 할지라도 경쟁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라며 “1등 DNA를 되살려, 세계의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건설사 도약을 위한 네 가지를 제시했다. ▲사업 수익성 강화를 통한 재무안전성 개선 ▲조직운영의 효율성 및 생산성 강화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한 신뢰구축 ▲참다운 인재경영의 실천이 그것이다.

하지만 박창민 사장이 대우건설을 다시금 국내 1위 건설사로 발돋움시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대내외 건설 경기가 좋지않은데다 해결해야 할 문제 또한 쌓여있기 때문이다.

◇ 낙하산 꼬리표 떼고 조직 안정시켜야

가장 시급한 건 낙하산 꼬리표를 떼는 일이다. 그간 대우건설은 내부 출신이 사장을 맡아 온 ‘전통’이 있었다. 박 사장은 이 전통을 깬 최초의 인물이다. 35년간 현대산업개발에 몸담은 그는 ‘현대 DNA’를 가진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노조 등 회사 안팎에서는 박 사장을 두고 ‘정부 입김이 들어간 낙하산’이라며 반대했다. 대우건설의 대주주(지분 50.75%)인 산업은행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앉히려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또 박 사장이 4년 간 한국주택협회장을 맡으면서 정치권과 인연이 깊을 것이란 관측도 곳곳에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아이파크 전문가가 푸르지오 지으려고 한다”는 비아냥도 흘러 나왔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이날 열린 임시 주주총회와 취임식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신임 사장을 둘러싼 잡음이 흘러나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해외수주 능력 입증하고 떨어진 주가 회복 시급

부족한 해외수주 경험 역시 박 사장의 아킬레스건이다. 이는 박 사장이 낙하산 의혹에 휩싸인 원인 중 하나이기도 했다. 대우건설은 차기 사장 후보 조건으로 풍부한 해외 수주 경험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과 대우건설은 국내 10대 건설사라는 범주에 속해 있지만, 그 실상은 많이 다르다. 특히 주력사업에서 두 기업은 큰 차이를 보인다. 현산이 국내에서 주택사업에 주력해온 반면, 대우건설은 꾸준히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지난해 대우건설은 매출의 3분의 1 가까이를 해외에서 거뒀다.

올해 대우건설은 신규 수주하는 공사 규모를 12조 가까이로 잡았다. 이 가운데 절반을 해외에서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는 지난해 해외수주액의 두배에 이르는 액수다. 해외 경험이 부족한 박 사장에게 다소 부담스런 규모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곤두박질 친 주가회복도 당면 과제다. 현재 대우건설의 주가는 6000원 안팎이다. 이는 2011년 산업은행에 인수될 당시 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재선이 점쳐졌던 박영식 전 사장의 발목을 잡은 회사의 주가를 박 신임 사장이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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