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 이후 여야의 극한 대치가 계속되면서 전례없는 '초유의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에 ‘사상 초유’의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여야의 양보없는 극한 대치 속에 전례가 없는 일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말처럼 국회에 ‘협치는 죽었다.’

‘사상 초유’의 사건은 불과 며칠 만에 수차례 발생했다. 지난 23일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 예정된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이 단초가 됐다. 해임건의안 표결을 막고자 새누리당은 시간 끌기 전략을 세웠다. 국회의원의 질문 시간이 15분인데 반해, 국무위원의 답변시간은 제한이 없다는 점을 노렸다.

황교안 총리 등 답변에 나선 국무위원들의 발언이 길어졌고, 마지막 질의자로 나선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은 무려 1시간 40분 가량 대정부 질문을 이어갔다. 역대 최장시간 대정부질문으로 평가 된다. 이를 두고 사상 초유의 국무위원 ‘필리버스터’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필리밥스터’라는 용어도 새롭게 등장했다. 대정부질문이 길어지면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정회’ 없이 본회의를 강행하자, 정진석 원내대표 등이 나서 정회를 요구했다. ‘국무위원들에게 밥 먹을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이를 두고 소병훈 민주당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들은 광화문에서 50일 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데…”라고 꼬집기도 했다.

국회 해임건의안이 통과되고 장관직을 유지한 사례도 최초다.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사례는 총 6차례로, ‘자진사퇴’를 포함해 가결 이후 국무위원이 직을 유지한 전례가 없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가장 최근 가결된 것은 지난 2003년 김두관 당시 행자부 장관 때다. 현재 민주당 소속인 김두관 의원은 27일 국감에서 “국회의원 해임건의안이 갖는 함의가 크다고 생각해 사임했다”고 우회적으로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해임건의안 가결은 여야 정쟁으로 번지면서, 매일 ‘초유의 사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중립성 위반’을 근거로 형사고발을 검토했고, 국정감사를 보이콧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나아가 정 의장의 자진사퇴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선포했다. 이 모든 것이 전례가 없어 언론들은 ‘초유의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날은 상임위를 개최하겠다는 여당 위원장이 같은 당 의원들로부터 ‘감금(?)’ 당한 사건도 벌어졌다.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은 “전쟁이 나도 국방위는 열려야 한다”며 당 지도부의 방침과 달리 국감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새누리당 지도부를 비롯해 김무성 의원까지 국방위원장실을 방문해 만류하고 나섰다. 이에 김 의원은 “지금 국방위원장실에 갇혀 있다”고 국방위원들에게 전했다.

야당만의 단독국감도 사상 초유다. 그간 상임위별로 국감이 단독으로 치러진 전례는 있으나, 전 상임위 국정감사를 야당만 진행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 현재까지는 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만 국감을 열어 진행 중이다. 야권은 새누리당 소속 위원장이 있는 상임위의 사회권을 넘겨받아 단독으로라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오후 야당소속 정무위원들은 단독으로 회의를 열고 추가증인 및 참고인 채택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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