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의 주가가 여러 악재로 인해 급락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제약업계 1위 한미약품이 최근 홍역을 치르고 있다. 대규모 기술 수출 계약이 무산됐을 뿐 아니라 이와 관련해 늑장공시 및 정보유출 의혹에 휩싸인 것이다. 폐암 신약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이 또한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연이은 악재와 논란 속에 한미약품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30일 64만9000원으로 시작해 장중 한때 65만4000원까지 올라갔던 주가가 50만2000원까지 급락했다. 개천절 연휴가 지나 4일 열린 주식시장에서는 아예 46만4000원에서 시작했다. 2거래일 사이에 주가가 20만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한미약품 주가는 지난달 30일 전일대비 18.06% 급락한 것을 시작으로 7일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7일 종가는 42만3000원이다.

뚝뚝 떨어지는 주가는 한미약품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특히 개미 투자자들은 회복이 어려운 수준의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주식 관련 온라인 게시판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성토가 줄을 이었다.

◇ 890억원→576억원… 300억원 날린 14살 ‘주식 부자’

한미약품은 ‘금수저’로도 유명한 곳이다. 미성년자, 심지어 4살에 불과한 임성기 회장의 손자들이 주식을 대거 보유 중이다. ‘어린이 주식부자’ 명단이 발표될 때면, 한미약품 손자들이 빠지지 않고 상위권에 등장한다.

한미약품의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이고,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는 임성기 회장이다. 임성기 회장은 자신의 지분 34.91%와 특별관계자의 지분을 더해 총 66.4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보유 중인 임성기 회장의 미성년자 손자는 총 8명. 2003년생인 A가 62만7244주(1.08%)로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 중이고, 2013년생인 B가 1627주로 가장 적게 갖고 있다. 나머지 6명의 보유 주식은 똑같이 61만2673주(1.06%)다.

▲ 임성기 회장 손자 A가 보유 중인 한미사이언스 주식 가치는 일주일 새 300억원 가량 줄었다. <시사위크>
그렇다면 이번 사태는 한미약품 ‘금수저 주식부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먼저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한미약품과 같은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30일 전일대비 18.28% 급락했고, 이후에도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달 30일 14만2000원에서 시작했던 주가는 7일 9만1900원으로 막을 내렸다.

A를 기준으로 살펴보자. 지난달 30일 아침 9시, A가 보유 중인 한미사이언스 주식의 가치는 890억6864만원이었다. 그러나 이날 주가가 급락하면서 장중 한때 A의 주식 가치는 699억3770만원까지 떨어진다.

다음 주식 거래일인 지난 4일, A의 주식 가치는 633억5164만원에서 시작해 655억4699만원으로 소폭 오르며 막을 내렸지만, 5일에는 668억148만원에서 시작해 재차 633억5164만원으로 되돌아왔다.

6일과 7일에도 하락세가 이어진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마침내 10만원대마저 무너졌다. A의 주식 가치는 7일 624억7350만원에서 시작해 576억4372만원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달 30일 890억원에 달했던 A의 주식 가치가 일주일 만에 576억원이 된 것이다. 불과 일주일 새 300억원 넘게 증발했다. 똑같이 61만2673주를 보유 중인 6명의 어린이도 마찬가지다.

하루에도 자신의 주식 가치가 수십~수백억원씩 출렁이고, 여전히 500억원대 주식을 보유 중인 A는 이제 14살이다. 나머지 6명의 임성기 회장 손자들 역시 2004년생에서 2008년생, 즉 13살에서 9살이다.

주식 가치는 크게 떨어졌지만, 이들 어린이들의 인생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아니다. 애초 이들은 주식 투자를 한 것이 아니었다. 월급을 한푼 두푼 모아 투자금을 마련하거나, 퇴직금 등 목돈을 큰 맘 먹고 투자하지 않았다. 이 주식으로 노후를 대비하거나 내집을 마련할 일도 없다.

오히려 주가가 크게 떨어진 틈을 타 한미약품 어린이 주식부자들이 주식 보유를 늘릴 가능성도 있다. 후계를 위한 주식 매입이나, 어린이들의 주식 매입은 대게 주가가 떨어졌을 때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 주식시장 관계자는 “주가 폭락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절망적인 일이지만, 임성기 회장 손자들에겐 주식을 더 매입할 절호의 찬스이기도 하다”며 “다만, 이번 사태의 성격상 만일 임성기 회장 손자들이 이 시기에 주식 보유를 늘린다면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해당 기간에 임성기 회장 및 특별관계자들의 주식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를 한미약품에 문의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조사에 대해서는 성실히 협조할 것이며,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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