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프로야구 정규리그가 두산 베어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대한민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 올 시즌에도 역대 최다인 833만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7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10개 구단은 저마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며 팬들과 고락을 함께했다.

하지만 프로스포츠의 세계는 비정하다. 시즌을 마친 각 구단은 성적에 따라 1위부터 10위까지 일렬로 줄을 섰다. 팬들의 희비도 자신이 응원하는 구단 성적에 따라 엇갈렸다. 또 하나. 야구단을 운영하거나 스폰서로 참여 중인 10개 기업 역시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두산 베어스 경기를 지켜보며 미소 짓고 있다. <뉴시스>
◇ 박정원 시대 축포 쏜 두산

가장 먼저 두산 베어스다. 올 시즌은 ‘베어스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은 4월 1일 시작해 10월 9일 마쳤는데, 베어스는 4월 13일부터 줄곧 1위 자리를 지켰다. 시즌 중반 승률이 70%에 달하는 등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정규리그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지난 시즌 극적인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또 한 번 축포를 터뜨렸다.

두산으로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에 맞은 우승이다. 두산은 올해 박정원 회장이 새롭게 그룹 수장으로 취임하며 ‘4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베어스가 ‘박정원 시대’ 원년을 맞아 제대로 일을 낸 것이다. 박정원 회장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베어스 구단주로 활동하며 야구단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베어스는 올해도 ‘화수분 야구’를 이어가며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그룹의 가치를 실천했다. 핵심선수인 김현수가 미국으로 떠났지만, 무명의 김재환이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베어스는 내친김에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다. 가장 강력한 위용을 뽐낸 베어스의 전력을 고려하면, 우승 가능성은 무척 높은 상황이다.

◇ 강팀 위상 굳힌 NC와 넥센

프로야구 ‘신흥 강자’로 떠오른 NC다이노스와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나란히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3년 1군 무대에 합류한 다이노스는 4시즌 만에 2번이나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며 기존 구단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베어스의 압도적인 행보에 가려지긴 했지만, 다이노스 역시 5월 중순부터 단 한 번도 2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는 막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일부 소속선수들이 승부조작 혐의에 연루돼 논란에 휩싸였고, 이로 인해 구단이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또 핵심 용병선수 테임즈가 음주운전에 적발되는 사건도 있었다. 성적은 만족스러웠으나, 뒷맛이 개운치 않은 NC다.

히어로즈는 올해 유력한 ‘꼴찌 후보’로 꼽혔으나,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핵심선수들이 떠난 빈자리엔 새로운 스타들이 속속 등장했고, 팀컬러는 한 시즌 만에 180도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히어로즈는 올해도 여유있게 가을야구에 합류하며 모두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새로운 홈구장 고척스카이돔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점도 반가운 일이다. 히어로즈가 고척돔에 입성하기까지 숱한 논란이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단점보단 장점이 부각됐다. 특히 올 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시원한 돔구장은 다른 구단과 팬들의 부러움을 샀다.

덕분에 메인 스폰서인 넥센타이어는 올해도 함박웃음을 짓게 됐다. 굵직한 대기업보다 훨씬 적은 돈을 투자하고도, 그 이상의 홍보효과를 봤다.

◇ ‘결과의 중요성’에 웃은 LG-기아, SK는 ‘아쉬움’

LG 트윈스와 기아 타이거즈, SK 와이번스는 가을야구 티켓 2장을 놓고 사투를 벌였다. 시즌 전체로는 긍정적인 요소와 함께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과다.

8월초만 해도 8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트윈스는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서더니 결국 4위로 시즌을 마쳤다. 타이거즈 역시 출발은 썩 좋지 않았으나, 시즌 중반과 막판 저력을 발휘하며 가을야구 티켓을 따냈다. 트윈스와 타이거즈의 또 다른 공통점은 ‘리빌딩’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젊은 선수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잡으면서 미래를 밝게 만들고 있다.

모기업인 LG와 기아로서는 고마운 결과다. 특히 두 구단은 팬들의 열정과 규모가 엄청난 것으로 유명하다. 성적이 좋으면 모기업 홍보효과가 그만큼 더 커지지만,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난처함도 커진다. 이번 시즌은 전자다.

가을야구 문턱만 밟고 돌아선 SK와이번스는 아쉬움이 큰 시즌이 됐다. 몇몇 새로운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보다 많은 과제를 남겼다. SK는 통신라이벌 LG에게 밀렸다는 점에서 결과가 더욱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 프로야구 정규리그 하위 4구단은 나란히 큰 과제를 안게 됐다. <시사위크>
◇ 먹구름 잔뜩 낀 한화-롯데-삼성-kt

한화 이글스는 올해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최근 몇 년간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지만, 좀처럼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어느덧 9년 연속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한 이글스다.

김성근 감독의 ‘혹사 논란’만 점점 더 달아올랐다. 김성근 감독 특유의 선수단 운용 및 투수기용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몇몇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면서 논란은 더 커진 상황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부은’ 꼴이 된 한화와 야구광으로 알려진 김승연 회장의 속도 꽤나 쓰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리’를 중시하는 한화는 김성근 감독을 내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의리는 박수를 보낼만하다. 그러나 이것이 또 다른 감동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팬들의 눈물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는 명성이 무색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자이언츠는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차지하며 8위, 라이온즈는 9위를 기록했다.

자이언츠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적잖은 기대를 받았다. 기존 전력이 건재하고, 외부영입을 통해 약점을 보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지난해와 똑같은 8위. 최근 3년간 성적은 7-8-8위다.

라이온즈는 추락, 아니 몰락이란 말이 어울리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팀이 올 시즌엔 꼴찌에서 2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팀이라고 믿기 어렵다. 특히 소속선수들의 도박논란은 성적을 넘어 큰 실망감을 안겼다.

공교롭게도 모기업 롯데와 삼성 역시 올해 고초를 겪고 있다. 롯데는 비리 혐의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총수일가 소환 등 정신없는 한해를 보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 동영상 논란과 갤럭시노트7 발화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자이언츠와 라이온즈는 가라앉은 모기업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했다.

막내 구단 kt 위즈는 1군 합류 두 번째 시즌에도 꼴찌에 머물렀다. 성적보다 아쉬운 것은 그들이 보인 행보다. 장성우와 장시환의 SNS 파문과 오정복의 음주운전, 김상현의 음란행위 등 사건이 잇따랐다.

아쉬운 것은 위즈만이 아니다. kt도 프로답지 못한 야구단 운영을 보이며 ‘막내 티’를 벗지 못하고 있다. kt는 소극적인 투자와 잦은 사장 및 단장 교체로 신생팀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kt의 이러한 모습은 적절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조기에 강팀으로 자리매김한 NC 다이노스와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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