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W가 최근 화재 가능성과 관련된 리콜을 잇따라 실시하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1년 전인 지난해 11월. BMW는 ‘불타는 자동차’라는 오명을 쓰기 시작했다.

발단이 된 것은 11월 3일 자유로에서 발생한 BMW 520d 차량 화재다. 해당 차량은 엔진룸에서 화재가 발생해 전소됐다. 운전자는 “BMW 정비소에서 타이밍 벨트 리콜 관련 정비를 받은 직후 첫 운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한 BMW의 무책임한 대응에 항의하며 서울 서초구 BMW 판매대리점 앞에 전소한 차량을 가져다 놓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뒤따라 발생한 BMW 차량 화재 사건은 타오르는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11월 5일엔 서울 상암동에서 역시 520d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11월 7일에는 경기도 구리에서 525i 차량이, 11월 8일엔 7시리즈 차량이 잇따라 불길에 휩싸였다. BMW 차량 화재는 12월에도 2건이 이어졌고, 올해 들어서도 멈추지 않았다.

잇따르는 화재 사건에 고객들의 우려는 커져갔다. 화재가 난 차량들은 BMW라는 브랜드는 같았지만 모델이나 연식, 화재 발생 지점 등이 제각각이었다. BMW는 사고 원인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면서도 외부수리업체에게 화살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 하나 명확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화재만 계속되자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BMW코리아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다. 지난해 7월~12월까지 발생한 화재 사건을 상세하게 조사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엔 BMW 독일 본사에서 온 화재감식팀까지 투입됐다.

조사 결과는 지난 2월 발표됐다. BMW가 내놓은 답변은 “상당 수 차량들이 완전히 전소돼 명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10대 중 BMW 공식서비스센터에서 정기적으로 관리 및 정비를 받은 5대에 대해서만 보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외부수리업체가 원인으로 밝혀진 1대와 외부수리업체의 정비를 받은 4대에 대해서는 보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화재 원인은 미상이지만 BMW 공식서비스센터를 이용한 고객에 대해서는 ‘도의적’ 차원에서 보상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국내 자동차 화재 사건이 하루 평균 14.5건에 달한다며 BMW만의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까지 더했다. 보상 문제는 차치하고, 정작 중요한 화재 원인은 전혀 밝혀진 것이 없었다.

이후에도 BMW 화재는 계속됐다. BMW가 조사결과를 내놓은 지 보름 만에 528i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닷새 뒤에는 또다시 520d가 도심 한복판에서 불길에 휩싸였다. 화재는 4월과 5월에도 계속됐다.

▲ BMW의 최근 두 차례 리콜 내용 및 해당 차종. 두 리콜 모두 화재 가능성을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
◇ 조사결과는 ‘원인 미상’, 잇따르는 ‘화재 가능성 리콜’

BMW 화재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은 지난 3월이다. 언론을 통해 ‘연료호스’ 결함 가능성과 은폐 의혹 등이 제기됐고, 정부 당국은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실제 화재가 발생한 차량이 아닌 다른 모델에서 부품 결함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 부품 결함은 화재 발생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

BMW는 결국 5월 들어 연료호스 결함을 인정하고, 자진리콜을 결정했다. 앞선 화재 사건에 대해선 미온적인 태도를 취해온 BMW가 또 다른 부품 결함 논란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일각에선 결함을 숨기려던 BMW가 탄로 날 위기에 처하자 자진리콜로 사태 확산을 막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국토부의 조사 결과는 지난달 발표됐다. 국토부는 BMW의 자진리콜 결정과 무관하게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계속해왔다. 그 결과 연료호스 제작공정 상의 결함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확인됐다. 여기에 해당되는 차량은 320d를 비롯한 13종 1751대다.

최근엔 화재 가능성을 내포한 또 다른 결함도 발견됐다. 국토부는 BMW 차량 17종에서 연료펌프 커넥터 결함이 발견돼 리콜을 실시한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여기엔 잇따른 화재 사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520d 차량도 포함돼있다. 리콜 대상은 2만957대다.

국토부는 커넥터핀과 배선의 접촉 불량으로 주행 중 시동이 꺼지고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리콜은 BMW의 결함 보고에 의해 시작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BMW의 결함 보고와 관련해 화재 가능성을 지적했고, BMW 측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화재 가능성을 내포한 BMW 차량 결함이 잇따라 발견되자 고객들의 불안감은 다시금 커지고 있다. 이번 리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BMW 차량을 소유 중인 한 운전자는 “계속해서 발생한 화재 사건에 대해서는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하고, 화재와 관련된 부품 결함은 계속 발견되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차량의 화재와 비교해 BMW가 유난히 많은 주목을 받는 것은 사실”이라며 “만약 결함에 의한 화재로 밝혀질 경우 이는 폭스바겐 사태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일이 되겠지만, 같은 차종이 판매되는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고객들의 불안이 큰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우선은 현재 결정된 리콜에 최선을 다해 집중할 것이며, 고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당연히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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