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판매정지 악재 속에 수입차 연간판매량이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던 수입차업계에 급제동이 걸렸다. 폭스바겐-아우디 사태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판매량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11월까지 수입차 누적 판매량은 20만5162대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1만9534대보다 6.5%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수입차 연간판매량은 24만3900대였다. 올해 수입차 연간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상승세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12월에만 2만4366대 이상을 판매해야 한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월간 수입차 판매는 2만3435대(6월), 1만5730대(7월), 1만5932대(8월), 1만6778대(9월), 2만612대(10월), 2만2991대(11월)에 그치고 있다. 연말 특수가 발휘된다 하더라도 넘어서기 쉽지 않아 보인다.

◇ ‘빅4’ 중 벤츠만 이름값… 연간판매량 7년 만에 ‘마이너스’ 임박

만약 올해 수입차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다면, 이는 2009년 이후 7년 만의 일이 된다.

수입차업계는 2009년 세계금융위기가 벌어지면서 역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졌다. 2009년 연간판매량은 6만993대에 그쳤으나, 2011년엔 10만대를 돌파했고 2013년엔 15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20만대를 가뿐히 넘어섰을 뿐 아니라, 25만대에 육박하는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남겼다.

▲ 수입차 연간판매량은 최근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으나,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시사위크>
이처럼 매서웠던 상승세를 꺾은 ‘주범’은 폭스바겐과 아우디다. 지난해 배출가스 조작파문으로 세계 자동차업계에 큰 충격을 안긴 두 브랜드는 올해 국내에서 최악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각종 인증서류 조작이 드러났을 뿐 아니라, 정부 및 수사기관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여 결국 ‘판매정지’라는 철퇴를 맞고 말았다.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각각 3만5778대와 3만2538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바 있다. 벤츠, BMW와 함께 이른바 ‘빅4’를 형성하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판매량은 판매정지라는 최악의 악재를 만나 곤두박질쳤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판매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아우디 역시 1만대 가량 줄어든 모습이다. 특히 폭스바겐은 11월 판매량 ‘0대’를 기록하는 굴욕까지 당했다.

뿐만 아니다. 7년 연속 수입차 판매왕을 차지한 BMW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BMW는 지난해 말부터 잇따른 화재 사고로 논란의 중심에 섰으며, 올해 화재 관련 결함이 발견돼 리콜 조치를 받았다. 또한 내년 5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숨고르기를 한 측면도 있다.

국내 업체들의 적극적인 행보도 수입차업계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내 자동차업계는 SM6, 신형 말리부, 신형 그랜저 등 굵직한 신차를 대거 출시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첫 ‘판매왕’ 등극이 유력한 벤츠의 성장세와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 중인 포드, 랜드로버, 렉서스, 볼보 등이 선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폭스바겐, 아우디의 몰락과 BMW의 정체를 넘어서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내년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더 가파른 추락이 불가피하다.

가장 큰 관건은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판매재개 여부 및 시점이다. 현재로선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지만,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판매재개가 이뤄진다 해도 시장의 반응이 예전 같을지는 미지수다.

BMW와 닛산, 포르쉐 역시 인증서류 조작이 적발됐다는 점도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판매정지가 장기화되고, 이들 역시 판매정지 등의 처분을 받는다면 올해보다 더 나쁜 내년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수입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도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보기 좋게 빚나갔다”며 “문제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안 좋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를 계기로 수입차업계 전반에 변화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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