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엔씨소프트가 2년 만에 핀테크 사업에서 백기를 들었다. KG이니시스에 투자한 자금을 전부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전담 테스크포스팀까지 꾸리며 준비한 핀테크 서비스는 시장에 얼굴도 내밀지 못하고 사실상 좌초됐다. 최근 게임 외 먹거리 찾기에 분주한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의 신사업 진출 잰걸음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 신사업 진출 2년 성적표… 핀테크만 ‘울상’

“게임과 무관한 투자는 없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올리면서 내놓은 가이드라인이다. 웹툰, 드론, 결제업체 등 게임 외 다양한 분야에 공격적 투자를 감행하면서도 주력사업부문은 놓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정통 PC게임업체의 자존심을 걸고 신사업 분야에서도 게임과의 협업 및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엔씨소프트가 게임 외 분야에도 투자를 감행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4년부터다. 웹툰사이트 ‘레진코믹스’ 등 뜬금없는 분야에 진출하자 업계서는 만화광 김택진 대표 개인적 성향에 따른 투자라는 웃지못할 분석까지 나왔다. 그러나 엔씨소프트의 투자 사업은 언제나 게임적 요소를 수반하고 있었고, 호평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 엔씨소프트가 핀테크 사업에서 쓴잔을 들이켜며 사업다각화의 보폭이 지나치게 넓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19일 전자공시를 통해 KG이니시스에 발행한 450억원의 전환사채(CB)를 조기상환한다고 밝혔다. 처분 예정일자는 2017년 2월 4일이며, 처분목적은 투자자금 회수다. 작년 2월 취득한 KG이니시스 전환사채권 전부에 조기상환을 청구할 계획이다.

엔씨소프트가 투자금 회수를 결정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엔씨는 50억원을 투자한 ‘레진엔터테인먼트’에 올해 8월 지분 일부를 매각해 약 33억원의 막대한 차익을 기록했다. 지분률은 14.9%에서 13.5%로 떨어졌다. 그러나 게임 외 사업에서 투자금을 전부 회수하고 사실상 사업후퇴수순을 밟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라 배경에 이목이 집중됐다.

◇ ‘레드오션’된 결제시장… 지금이 ‘조기상환’ 타이밍?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2월 핀테크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KG이니시스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대규모 인수하며 차세대 결제사업 진출 나섰다. 단순 투자가 아닌 기술적 협업도 이어졌다. 양 사의 엔지니어 등이 참여한 공동 태스크포스팀(TFT)을 발족하고, KG이니시스의 결제 서비스 노하우와 엔씨소프트의 IT 및 보안기술을 결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TFT 발족 2년이 다 되도록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업계서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결제시장의 현황을 고려해 엔씨가 핀테크 사업진출 자체를 재검토한다는 의혹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실제로 결제 시장은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시장과 지난해 하반기 페이코, SSG페이 등 새로운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며 시장 선점 및 안착에 성공했다. 이에 후발주자인 엔씨소프트가 핀테크 시장진출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수익창출을 낙관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KG이니시스의 재무상태가 악화됨에 따라 더 큰 손해를 보기 전에 조기상환 카드를 활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KG이니시스의 부채는 ▲2014년 3274억 ▲2015년 3861억 ▲2016년 9월말 4388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매출액은 해마다 줄고 있어,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판단하긴 힘들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외부의 시장상황을 고려했다기 보단 주가 등 전반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투자활동의 일환”이라며 “태스크포스팀은 현재 해체됐고 구체적인 결과물을 얻지는 못했지만 핀테크분야에서 의미있는 협력을 했다고 보고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