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계보험사인 AIG손해보험이 한국 진출 63년만에 첫 배당을 실시했다. 사진은 스티븐 바넷 AIG손해보험 대표. <AIG손해보험 제공>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보험업계가 신년벽두부터 분주하다.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자기자본 확충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저마다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자본 늘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도 있다. 외국계 손보사인 AIG손해보험이 그 주인공이다. AIG손해보험이 최근 대주주에 대해 대규모 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진출 63년 만에 내린 첫 배당 결정이지만, 업계에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 한국 진출 63년 만에 첫 ‘배당잔치’

보험업계에 따르면 AIG손보는 말 이사회를 통해 주당 4517원의 중간 배당을 결의했다. 배당 총액은 269억원 규모다. AIG손보는 지난해 3분기까지 220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배당금은 모두 AIG손보 싱가포르 법인에게 지급된다. 이 법인은 AIG손보 지분의 100%를 보유하고 있다.

AIG손보는 국내 최초의 외국계 보험사로 미국 최대 보험사인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의 한국지사다. AIG손보는 지난 1954년 한국시장에 지점 형태로 진출한 뒤 지난 2012년 법인으로 전환했다. 이번에 한국 진출 63년 만에 첫 배당을 실시하게 됐다.

이에 대해 AIG손보 관계자는 “그간 꾸준히 이익을 내왔고 본사에서 지속적으로 투자까지 받아왔다”며 “이 같은 점을 감안해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을 실시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실현된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자연스러운 경영 결정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적절한 시점인지에 의아함을 표하는 시선도 있다.

올해 보험업계의 최대 이슈는 ‘자본 확충’이다. 2021년 도입되는 새 회계제도(IFRS17)를 대응하기 위해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IFRS17은 보험 부채를 계약시점 원가가 아닌 결산시점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보험사의 부채비율을 높일 수 있다. 이를 대비해 보험사들은 유상증자 및 채권발행 등의 방식으로 자기자본을 늘리기에 나섰다. 

금융당국 또한 지난해부터 보험사에 배당을 자제하고 내부 유보금을 늘릴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AIG손보는 이와는 다른 행보를 보인 셈이다. 
 
◇ 자본확충 나서는 업계 분위기와 다른 행보

이에 대해 AIG손보 측은 “자본건전성이 우수해 새 회계기준 도입에 큰 부담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G손보 측은 “확정형 고금리 상품이 거의 없고, 자본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이 현재 400%를 상회하고 있다”며 “새 회계기준 도입에 대한 자본 확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배당금액을 집행한 뒤에도 지급여력비율과 재무건전성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외국 대주주에 대한 배당에 신호탄을 쏜 가운데 ‘해외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솔솔 피어오를 조짐이 보이고 있다. AIG손보의 배당 금액의 전액은 외국인 주주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구조다. 향후 배당 추이에 따라 ‘국부유출’이라는 곱지 않는 시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AIG손보 관계자는 “수익이 날 시, 주주환원을 하는 것은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라며 “게다가 국내 대형 보험사들의 주주의 60%가 외국인 주주들이다. 외국인 주주들에게 배당을 자본유출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해외 투자자 유치를 활성화하자는 국가 전략에도 부담을 주는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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