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엔지니어링과 통합돼 새롭게 출범한 포스코건설의 한찬건 사장. <포스코건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포스코건설 한찬건 사장의 경영 능력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업계 예상을 뒤엎고 유임에 성공하면서, 그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 진 것. 지난해 부진한 실적과 각종 악재에 시달려온 그가 통합 포스코건설의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울지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 “CEO는 실적으로 말한다” 통설 깨고 유임 ‘골’

한찬건 포스코건설 사장이 유임됐다. 3일 포스코그룹은 건설을 비롯한 포스코대우·에너지·켐텍·ICT 등 주요 계열사 사장단 전원을 유임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포스코가 변화보다 안정을 택한 건, 현재 진행형인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라는 권오준 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결정을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인사”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자신의 3년 임기 막바지에 최순실 게이트라는 복병을 만나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경험을 한 권 회장이 취할 수 있는 카드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연임에 성공할 경우 권 회장의 당면과제는 조직 안정화가 ‘0순위’로 거론됐다.

다만 포스코건설 한찬건 사장 인사를 두고서는 설왕설래가 오간다. 지난해 ‘악재 3종 세트’(실적부진·안전사고·비리의혹)가 터지면서 창사 이래 최악의 한 해를 겪은 건설사 수장의 유임을 점치는 견해는 소수에 불과했다. 5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던 포스코건설 한찬건 호는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폭발사고와 엘시티 비리 의혹 등에 시달리며 내우외환을 겪었다.

특히 전임 사장과 비교했을 때 한 사장의 거취는 더욱 이례적이다. 한 사장의 전임인 황태현 전 사장은 중도 퇴진하는 불명예를 겪었다. 부진한 실적이 이유였다. 황 전 사장 취임 첫 해인 2014년 포스코건설의 영업익(3230억원)은 전년 대비 1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이듬해 실적은 더욱 악화됐다. 주택사업에 심혈을 기울이며 실적 반등을 노렸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임기 말년인 2015년 포스코건설의 영업익은 2477억원을 기록하면서 또 다시 뒷걸음질 쳤다. 결국 경영 악화의 책임을 진 황 전 사장은 임기를 불과 한 달 앞두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적자 경영에도 불구, ‘경영자는 실적으로 말한다’는 업계 통설을 깨고 유임된 한 사장의 어깨는 그만큼 무거울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 적자기업 껴안은 적자기업… 시너지 효과 ‘미지수’

한 사장의 코 앞에 놓인 과제는 단연 수익성 회복이다. 지난해 포스코건설은 3분기 누적손실액 2833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기업이 됐다. 매출도 5조1434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가량 감소했다. 상사맨 출신인 한 사장은 지난 1년간 건설 분야의 경험을 쌓은 만큼, 올해엔 학습능력을 발휘해야하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놓인 것이다.

적자 늪에 빠진 CEO의 다급함은 신년사에서도 담겨있다. 한해 경영 철학이 담긴 신년사의 핵심은 수익성 제고였다. 지난달 2일 한 사장은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되고 직원들을 궁지로 내몰며 종국에는 사회공동체에 해악을 끼치게 된다”며 강한 어조로 직원들을 독려했다.

이를 위해선 포스코엔지니어링과의 시너지 효과 창출이 필수라는 분석이다. 지난 1일 포스코건설은 포스코엔지니어링을 흡수해 새로운 합병법인으로 재탄생했다. 이번 합병의 배경을 두고 그룹 측은 사업 영역이 겹치는 두 계열사를 통합해 경쟁력과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 반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 사장의 손에 통합 포스코건설의 첫 단추가 어떻게 끼워지느냐가 달려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포스코엔지니어링 역시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551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이와 관련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보다는 미래가치를 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진 만큼 올해 안에 꼭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며 “유임된 한찬건 사장의 강점인 해외 시장을 통해 실적 반등을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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