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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건설업계, 때 아닌 ‘모래 전쟁’에 깊어지는 시름
   
▲ 지난 8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남해EEZ 대책위원회와 부산지역 수산업계 관계자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바다모래 채취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부산경남 지역 건설업계가 난항에 빠졌다. 주요 건설자재인 모래 수급에 애를 먹으면서 공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 지역 수산업계가 남해 바다의 모래 채취를 반대하면서, 레미콘 공장이 멈춰서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 멈춰버린 레미콘 공장… “군산서 모래 사와”

부산·경남권 건설업계가 때 아닌 ‘모래 대란’에 빠졌다. 지역 건설 현장 요소요소에 모래를 공급해야 할 레미콘 공장 50곳 모두가 멈춰선지 오늘로 4일째다.

공장이 멈춰선 건 바다에서 모래를 더 이상 퍼올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국내 바다골재 단지 2곳 가운데 한 곳인 남해 EEZ(배타적경제수역)에서의 채취 기간이 만료됐다. 4대강 사업으로 하천에서의 골재 수급이 금지된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남해 EEZ에 100% 모래 수급을 의존해 왔다.

골재란 모르타르 또는 콘크리트의 뼈대가 되는 재료로 주로 모래와 자갈을 일컫는다. 14일 더불어 민주당 최인호 의원실에 따르면, 골재 중 모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34% 가량으로 알려졌다. 이중 바다모래는 국내 연간 골재수요량의 30%를 책임지고 있으며, 최대 공급단지가 바로 남해 EEZ다.

남해에서 모래 채취가 시작된 건 2008년부터다. 경남 통영에서 동남쪽 방향으로 70㎞ 떨어진 105해구에서 골재 채취가 이뤄졌다. 이후 3차례의 기간연장과 한 차례의 조건부 연장 합의를 거쳐 8년째 관련 사업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달 15일자로 채취 기간이 만료됐고, 남아 있는 모래가 바닥나면서 급기야 지역 레미콘 업체 50곳의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레미콘이 멈추면서 공사 현장도 '스톱'됐다. 지역 소식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의 포스코 엘시티를 비롯해 굵직굵직한 사업들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롯데건설의 연산6구역 재개발사업 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연동 임대아파트 공사 등이 중단되거나 공정을 변경한 것으로 전해진다.

15일 부터는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긴급수혈을 받은 레미콘 업체들은 내일 공장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부산레미콘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서해 EEZ 쪽 모래를 이용하는 군산에서 4일에 걸쳐 모래를 들여왔다. 본래 ㎥당 1만5000원이던 모래를 3만원에 웃돈을 붙여 구매했다. 현재 3000㎥ 가량 실어왔으며, 긴급공사가 필요한 지역에 우선 공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 수협 “정부와 건설업계, 어민에 희생만 강요해”

남해에서의 4번째 모래 채취기간 연장이 난관에 부딪힌 건 수산업계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본래 부산 신항만 조성 등 국책사업을 조건으로 허가가 내려진 남해 EEZ 골채 채취가 10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지역 어민과 생태계가 입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게 수산업계의 입장이다. 남해 모래 채취의 영구적 중단과 파괴된 환경이 원상 복구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수협 관계자는 “지난해 44년 만에 어업생산량 100만t 선이 붕괴됐다. 특히 먹이사슬의 최하위에 있는 멸치 어획량이 40%가량 감소했다. 이는 건설업계가 남해 모래를 퍼가면서 생태계를 파괴한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면서 “건설사들이 콘크리트 사용에 부적합한 바다 모래를 민간 아파트 사업에 이용하고 있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3차례 걸쳐 모래 채취허가를 연장해줬다”고 말했다.

남해 바다에서의 모래 채취 여부를 두고 지역 건설사와 수산업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 부처인 국토부와 해수부의 조속한 협의가 요구되고 있다.

범찬희 기자  nchc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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