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원그룹 김해련 회장. <송원그룹>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합금철강, 전구 등 기초소재의 강자인 송원그룹 김해련 회장이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핵심 계열사에서 발생한 대형 화학사고가 좀체 수습이 되지 않고 있어서다. 2015년 광주를 떠들썩하게 한 남영전구의 수은 누출 사고의 항소심이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피해자들이 민사 소송까지 제기, 모기업 송원은 이중고를 안게 된 것이다. 2020년까지 연매출 1조원을 향해 전력질주 해야 할 김 회장으로서는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게 됐다.

송원그룹은 석회와 전구, 휴게소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으며 8개 계열사를 거느린 연매출 5,000억원 규모의 중견그룹이다.

◇ 구토에 발진, 손가락도 휘어… “수은 공장인지 몰라”

송원그룹의 수은누출 사고가 터진 건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3월, 계열사인 남영전구 광주공장의 형광등 생산설비 철거작업이 진행됐다. 보름가량이 소요되는 작업에는 약 20여명의 일용직 근로자가 파견됐다.

순조롭게 출발한 철거 작업은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몸에 이상을 호소하는 근로자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하나 같이 원인모를 고통과 발진, 구토 증세를 보였다. 손가락이 심하게 휘어 마비 증상을 보이는 근로자도 더러 있었다.

수은 중독이었다. 한 근로자의 몸에서는 정상 수치의 30배가 넘는 양의 수은이 검출됐다. 안전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10년간 하루에 3kg 가량의 수은을 취급해온 공장 철거 작업에 투입되면서도, 근로자들이 몸에 두른 거라곤 방진마스크와 안전모, 작업화가 전부였다.

문제는 이뿐 만이 아니었다. 작업 중 생산설비 곳곳에서 흘러나온 은색 액체 덩어리의 정체를 아는 근로자는 없었다. 이들은 현장이 독성 중금속을 취급했던 장소임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사고 당시 수은 중독 판정을 받은 한 근로자는 언론을 통해 “(회사 측이)이곳에서 수은을 다뤘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수은을 불법 매립한 사실도 적발됐다. 사고 후 이뤄진 영산강유역환경청의 조사에서 공장 지하실에서 3㎏의 수은이 발견됐다. 이에 환경청은 남영전구 김모 대표를 포함한 회사 관계자 등을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상’과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사법당국에 고발했다.

사건을 접수한 광주지법은 올해 1월 열린 1심에서 김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데 그쳤다. 함께 기소된 직원들에 대해서도 징역 1년 내외의 실형이나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남영전구에는 벌금 2억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양형의 이유로 “사고 발생 후 수습조치 이행을 성실히 했다”고 밝혔다.

◇ 회장 취임 1년만 터진 대형 화학사고… 커리어 ‘오점’

하지만 검찰의 생각은 달랐다. 광주지검은 즉각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의 항소로 남양전구의 수은 누출 사고에 관한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2년 가까이 수은 중독으로 고통 받고 있는 근로자 6명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함께 국가와 남영전구를 상대로 15일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남영전구는 동일한 사건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는 위기에 몰리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송원그룹 관계자는 “내용을 파악 중이라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모기업인 송원그룹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법기관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회사에서 발생한 대형 화학사고가 계속해서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법원의 판결을 떠나 기업 이미지 손상 등 송원이 안게 될 유무형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남영전구는 8개 계열사 가운데 유일한 BtoC 기업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대외에 가장 잘 알려진 계열사에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 역시 다른 계열사들보다 크다는 것이다. 실제 남영전구는 브랜드 ‘루씨엘’ 런칭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데 주력해 오고 있었다.

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 회장에게도 뼈아프다. 남영전구 사태는 김 회장의 경영 인생의 큰 오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20년 넘게 패션 산업에 종사해 온 김 회장이 부친인 김영환 회장의 작고 후 그룹을 물려받은 지 1년여 만에 터진 게 수은 누출 사고다.

젊은 여성들의 멘토로 알려진 김 회장이 수은 누출 사고라는 대형 악재를 뚫고 연매출 1조원 달성을 핵심으로 하는 ‘송원 2020’ 비전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을지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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