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과거사 사과는 어떠한 의미로 비쳐졌을까.
 
국민의 대다수는 이번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를 ‘지지율을 고려한 행동’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아산정책연구원과 리서치앤 리서치가 지난 22~24일 양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9.6%가 박 후보의 사과가 지지율을 고려한 행동이라고 대답했다. 반면 과거사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행동이라는 응답은 33.3%에 그쳤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회견을 열고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지난 2004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재임 시절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장준하 선생 유족 등을 만나 박 전 대통령 재임시 사건들과 관련해 사과와 유감의 뜻을 전하는가 하면, 각종 토론회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서도 관련 질문이 있을 때마다 "피해자들에게 항상 송구하고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박 후보는 야권 등으로부터 늘 사과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받아왔다.

특히 최근 박 후보가 경선과정에서 보여준 태도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그가 5·16쿠데타와 관련해 “아버지로선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또 지난 10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 유신 체제 하에서의 대표적인 '사법 살인' 사건인 인민혁명당 사건에 대해 “법원 판결이 두 가지”라는 발언을 하면서 논란을 증폭시킨 바 있다.

그러나 박 후보가 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하루아침에 번복하자 민주통합당은 박 후보의 이번 사과가 ‘지지율을 고려한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통합당은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과 관련해 박 후보가 인혁당(인민혁명당)을 ‘민혁당'으로 잘못 읽은 것을 두고 “진정성이 담긴 사과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24일 “(박 후보의) 역사 왜곡, 쿠데타 미화 발언에 대해 진정한 수습 의지가 있는지 오늘 잘못된 발언이 보여주고 있다”며 “사과를 해야 할 대상의 사건명조차 헷갈려 하는 후보가 어떻게 대통령이 돼 화합과 통합의 대상자들을 제대로 가리고 화합의 행보를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하는 사과가 과연 진성성 있는 사과냐”고 날을 세웠다.

반면 새누리당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도 지향점을 분열이 아닌 통합, 과거가 아닌 미래에 두기 바란다”고 밝혔다.

여야가 박 후보의 사과 발언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여론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박 후보의 사과는 되레 박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박 후보가 고개를 숙였으나 안철수 대선후보와의 지지율 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이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 후보가 48.6%의 지지율로 40.6%에 그친 박 후보에 앞섰다. 이는 과거사에 대한 사과가 반영되기 전인 지난 24일의 지지율보다 떨어진 수치로 당시 안 후보와 박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47%, 41.9%였다.

다만 박 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선두를 지켰다.

박 후보는 45.2%로 42.8%인 문 후보에 2.4%포인트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61명을 대상으로 집전화와 휴대전화를 통해 실시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