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의회, 29일 대정부건의안 통해 중앙119 대형 소방헬기 입찰중단 및 규격재검토 요구
외국산 헬기 구매, 문재인 정부 일자리창출 정책과도 어긋나

대형 소방헬기 2대 도입사업을 추진 중인 중앙119가 상당수 임무장비들을 빠진 헬기를 구매하려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현재 중앙119가 운용중인 EC225 대형소방헬기.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29일 경남도의회가 채택한 ‘국산헬기 우선 구매를 위한 대정부 건의안’에는 현재 중앙 119구조본부의 외국산 대형 소방헬기 입찰을 즉각 중단하고, 규격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남도의회를 비롯한 정치권 일각에선 중앙119가 ‘대형헬기’를 고수하는 이유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중앙119의 외국산 헬기 구매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조치가 이뤄질 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미 민관군 헬기통합지휘체계 구축…‘대형’ 고집할 이유 없어

중앙119는 “대형·특수재난 발생 시 한 번에 많은 구조대원과 장비를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대형 소방헬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가적 대형 재난사태의 경우, 중앙119 홀로 임무수행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난 5월 발생한 강릉산불 사태의 경우만 봐도, 산불진화를 위해 헬기 20대 이상이 투입됐다. 대형재난 발생 시 중앙119 단독 임무수행이 아닌, 국민안전처·경찰청·산림청·국방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헬기에 대하여 중앙과 지자체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실제 정부는 국민안전 및 헬기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지난 2011년 경찰청·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산림청 등 기관이 업무협약을 맺고 공조체계 강화에 나선 바 있다. 2015년엔 헬기 표준운영절차를 마련하고 국민안전처와 전국 17개 시·도 간 소방헬기 업무협약을 체결, 재난현장 국가기관 헬기 통합지휘체계 구축한 상태다. 중앙119의 헬기만 ‘많이 싣고, 멀리 가야’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업계에선 오히려 20년 이상의 노후한 중형헬기 교체가 더 시급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산헬기 수리온은 군과 경찰 등에서 운용, 인명구조와 수색 임무 등에서 안정성과 임무적합성을 검증받았지만, ‘소방분야'에서는 입찰에 참여도 못할 정도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대형헬기 운영 효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인천 남동갑)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해경에서 도입한 대형헬기 S-92(미국 시콜스키社 기종)의 경우, 2년간(2013~2015) 운항일수가 320일에 불과했다. 반면 수리·고장일수는 253일에 달했다. ‘큰 헬기’가 인명구조 및 산불진화 등에 효율적이라는 중앙119 주장의 근거가 빈약한 이유다. S-92는 중앙119의 이번 입찰조건에 맞는 헬기 중 하나로, 중앙119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종으로 알려진다.

막대한 유지운영비 역시 논란거리다. 대형헬기 운영유지비는 연간 3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형헬기 대비 연간 15억원 이상 비싸다. 보험료 역시 중형헬기의 최대 5배에 달한다. 국내 정비업체가 없는 만큼 그에 따른 정비비와 가동률도 우려된다.

무엇보다 중앙119가 이번에 구매하려는 헬기가 ‘다목적 헬기’로서 임무수행이 가능할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점에서 문제가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다.

◇ 중앙119, 엉터리 대책으로 눈속임… 수백억 국민혈세 낭비 우려

중앙119는 예산절감을 이유로 여러개의 임무장비를 헬기와 별도로 구매하겠다는 입장이다. 자동차의 경우로 예를 들면, 풀옵션 상태의 차량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옵션을 별도구매해 사후 장착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논리다. 얼핏 들어선 꽤 그럴싸하다. 그러나 헬기는 자동차와 상황이 조금 다르다. 헬기가 도입되는 시점에 임무장비가 모두 구비돼야만 ‘온전한 임무수행’이 가능하다. 환율상승, 장비호환 등을 이유로 제 시기에 장착하지 못할 경우 관련 임무 수행이 어렵게 된다.

특히 일부 장비는 추가 예산을 확보해 구매하겠다는 방침이다. 추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해당 장비들은 구매하지 않거나, 임시방편 대책을 세워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추가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중앙119가 내놓은 임시방편(조치계획)이 헬기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중앙119가 내놓은 대책은 냉방장치를 없애는 대신 휴대용 얼음팩을 비치하거나, 야간·악천후 시 임무수행을 자제하겠다는 것이다.

중앙119가 최종규격서에서 삭제하거나 변경한 규격과 이에 대한 후속조치 계획. <자료=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실>

반면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 (주)한국항공우주산업는 중앙119의 대형헬기(2대) 구매 예산(960억원)으로 중대형급 수리온 4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형헬기에 비해 1회 운송가능 중량은 적지만 정비공백 없이 1년 내내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119가 원하는 임무장비를 모두 장착한 ‘완전체 헬기’로도 공급이 가능하다.

유지비도 적게 든다. 국내 제작사의 장점인 후속지원을 활용하여 경제적 운용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가동률은 자연히 높아진다. 한국항공우주산업에 따르면 경찰청에서 운용하는 수리온(1호기 2013~2016/3호기 2015년~2016년)의 가동률은 평균 78.5%에 달한다. 헬기가 30년간 운용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약 367억원 운용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한국항공우주산업 측의 설명이다. 고장 시 수리 및 부품 수급문제로 장기간 운용하지 못하거나, 해외 외주정비시 비용(외화유출)이 소요되는 외산헬기와는 가장 차별화된 강점이다. 하지만 수리온은 ‘민수헬기용 인증’이 없다는 점과, ‘대형’이 아니라는 이유로 중앙119의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중앙119가 이번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일각에선 일부 임무수행이 불가능한 ‘반쪽짜리 헬기’를 사오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소방관 장갑과 방화복조차 돈 없어서 못 바꿔준다는 조직들이 왜 굳이 수백억 해외헬기를 사려고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한 네티즌의 쓴소리는 한번쯤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경남도의회 의원들은 대정부 건의안을 통해 “중앙119의 960억(헬기 2대분) 외국산 헬기 입찰은 현 정부가 일자리 80만개 확대와 소방·복지 등 공공분야에 17만명을 채용하겠다는 발표에 배치되는 판단”이라며 “국내 지형을 고려한 다목적 임무수행가능, 안전장비/시스템구축으로 조종 임무부하 경감, 신속한 부품조달 등 상대적 우수성을 살펴나 봤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현재 추진중인 국민안전처 소속 중앙119의 헬기입찰을 즉각 중단하고 전국 소방본부 등의 입찰 구매조건을 수리온 우선의 조건이 될 수 있도록 변경 추진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건의했다.

한편 지난 28일 진행된 중앙119의 다목적 대형 소방헬기 구매 입찰은 외국업체 한 곳만 참여해 유찰됐다. 중앙119는 조만간 2차 입찰공고를 낼 것으로 보인다. 중앙119의 이번 헬기구매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정부 건의안’을 받아든 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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