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국제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이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의 향한 관심은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홍보대사가 되고, 평창을 휴가지로 선택하는 등 지원사격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을 둘러싼 여러 우려와 논란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하나는 바로 김재열 국제부위원장이다.

◇ 이건희의 ‘스포츠 후계자’ 김재열, 국제부위원장 어떻게 됐나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은 삼성그룹 스포츠단을 총괄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일한’ 사위로, 스포츠 분야의 후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난해 6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국제부위원장에 임명되면서 2011년부터 맡아온 대한빙상연맹회장 자리를 내려놓았다.

당시 조직위는 기존에 없던 국제부위원장 자리를 새로 만들어 김재열 사장을 임명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각국 올림픽위원회(NOC), 각 동계 종목 국제연맹 등과 긴밀하게 소통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국제부위원장직을 신설했다”며 김재열 사장이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조직위가 밝힌 국제부위원장 신설 배경은 실제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빙상 및 스포츠분야에서 국내외적으로 적극 활동해온 김재열 사장이 적임자라는 것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김재열 사장의 국제부위원장 임명 배경에 대해 중대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여형규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사무총장은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내에 국제부위원장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당시 이를 검토한 조직위는 국제부위원장 자리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라는 ‘거물’이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상근 부위원장을 추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후 조양호 회장은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비슷한 시기 조직위는 국제부위원장 자리를 신설했으며, 김재열 사장이 그 자리에 임명됐다. 이에 앞서 기존 부위원장 3명을 사무차장급으로 격하시키기도 했다.

조양호 회장은 국회 청문회 당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사퇴 통보를 받았다”며 자의적 사퇴가 아니었음을 밝혔다. 조양호 회장에게 사퇴 압박을 넣은 문체부는 조직위에 김재열 사장을 꾸준히 추천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이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다. 김종 전 차관이 김재열 사장의 국제부위원장 임명을 앞장서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 전 차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아주 깊숙이 연루된 인물로, 현재는 구속된 상태다.

이 같은 인사청탁 의혹은 갈수록 짙어진다. 먼저, 청탁의 대가로 지목되는 것은 삼성전자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 지원이다. 16억2,800만원을 지원했는데, 이곳은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가 운영 중인 곳이었다.

그간 검찰 조사 및 재판과정에서 나온 내용을 종합하면, 김재열 사장은 김종 전 차관으로부터 “영재센터가 청와대 관심사항”이란 말을 들었고 이를 삼성그룹 임원에게 전달해 지원이 이뤄지게 됐다. 단, 구체적 내용과 관련된 각각의 진술은 서로 엇갈리는 부분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김재열 사장이 국제부위원장직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일까. 김재열 사장은 지난해 국제빙상연맹(ISU) 집행위원에 출마했다. 만약 집행위원으로 뽑힐 경우 규정에 따라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직은 내려놓아야 했다. 이에 그 자리를 대신할 평창동계올림픽 국제부위원장 직함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김재열 사장은 ISU 집행위원에 선출됐고, 평창동계올림픽 국제부위원장도 겸하게 됐다. 국내외에서의 위상과 입지를 한층 다진 셈이다.

김재열 사장의 최종 목적지는 ‘IOC위원’이라는 것이 세간의 분석이다. 그래야 비로소 장인어른의 뒤를 잇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ISU 집행위원과 평창동계올림픽 국제부위원장은 IOC위원으로 향하는데 있어 아주 좋은 ‘스펙’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박근혜·최순실→김종→김재열→장시호로 연결되는 의혹의 고리가 완성된다.

◇ 박근혜-이재용 의혹과 똑같은 구조

김재열 사장이 국제부위원장직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뉴시스>

이 같은 의혹은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이재용 부회장 등의 재판과 연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다만, 서로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고 아직 판결이 내려지진 않았다. 인사청탁 의혹을 둘러싼 대가성 여부와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이재용 부회장의 개입 여부 등이 핵심이다. 때문에 김재열 사장을 둘러싼 의혹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것도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김재열 사장의 조직위 국제부위원장 임명 과정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와 구조가 똑같다. 그의 역량 및 역할과는 별도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도 부정선거를 통해 당선됐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이자 숙제는 적폐 청산이다. 김재열 사장이 조직위 국제부위원장으로 임명되는 과정은 ‘적폐’가 아닌 다른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만약 그가 물러나지 않고 대회가 마무리된다면, 그는 두고두고 그 경력을 향후 행보에 이용하게 될 것이다. 언젠간 IOC위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커나가는 만큼, 슬그머니 넘어간 적폐도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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