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의 인문학/토머스 W. 호지슨, 휴버트 반 덴 베르그 저/마리서사/470쪽/1만7,000원/2017년 7월 10일 출간.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얼마 전 방송됐던 tvN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은 교양과 예능이 절묘하게 섞인 프로그램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출연자는 입담을 갖춘 잡학박사들이었고, 방송은 이들이 여행을 함께하며 나누는 끝없는 수다로 채워졌다.

‘알쓸신잡’이 예상보다 큰 인기를 끈 이유는 지적인 욕구와 재미를 동시에 충족해줬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편안하고 즐겁게 이들의 여행과 수다를 지켜봤고, 동시에 그동안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됐다. 좀처럼 양립하기 힘든 ‘재밌는 공부’가 이뤄진 셈이다.

‘알쓸신잡’의 성공은 우리 현대인들이 얼마나 지적 갈증을 느끼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엄청난 양의 정보가 엄청난 속도로 오고가는 시대지만, 정작 알맹이를 만나긴 어렵다. 팟캐스트 방송 ‘지대넓얕(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 가능하다.

이러한 지적 갈증을 해소하는 데에는 사실 책만한 것이 없다. 다만, 책은 다른 매체에 비해 다소 흥미가 떨어지고, 무겁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신간 <잡담의 인문학>은 그런 한계를 가뿐히 벗어났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만 보면 따분할 같지만 전혀 무겁지 않다. 어느덧 흥미롭게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철학가, 예술가, 작가, 학자, 영화감독 등 다방면의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인물도, 한번쯤 이름을 들어본 인물도 있을 것이다. 혹은 알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주위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한 인물도 등장한다.

각 인물들은 특정 주제로 묶여 하나의 장을 형성한다. 전혀 다른 시대와 분야, 성격의 인물이 특정 주제로 묶이는 것부터 흥미롭다. 또한 각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길지 않으면서 알차다. 해당 인물에 대해 모든 것을 알게 해주진 않지만, 주목할 만한 특징이나 알아두면 좋을 사건 등은 충분히 접할 수 있다. 흥미가 생긴 인물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아보는 것도 이 책을 알차게 활용하는 방법이다.

특히 각 인물에 대한 내용은 ‘한 바닥’, 즉 두 페이지를 절대 넘기지 않는다. 따라서 짧은 시간을 좀 더 알차게 보내며 틈틈이 지적 갈증을 해소하기에 알맞다. 아무 페이지나 열어서 읽어 내려가도 좋은 정도로 부담 없는, 그렇지만 읽다보면 어느새 유시민 못지않은 잡학박사로 만들어주는 <잡담의 인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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