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는 국민연금의 반대 속에서도 장수 사외이사를 둘이나 두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하나투어는 국내 여행업계 굴지의 1위 회사다. 42개의 계열사 및 관계사를 거느리고 있고, 호텔사업과 면세점사업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특정 사외이사를 고집하는 모습은 업계 1위의 위상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나투어는 현재 3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특히 분기·반기·사업보고서를 통해 사외이사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기재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하지만 3명의 사외이사 중 2명의 재직기간이 10년을 넘어선다. 최근 발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변정우 사외이사는 13년 2개월, 한장석 사외이사는 10년 3개월을 기록 중이다. 이들의 임기는 나란히 2019년 3월까지로, 아직 2년이 남아있다.

사외이사 제도는 1990년대 후반 금융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IMF의 권고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의 사외이사는 유명무실한 존재였다. 사외이사에 오너일가 또는 경영진의 측근이 선임되거나, 전관예우로 활용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특히 특정 사외이사가 한 기업에 오래 머무는 일이 많았다. 애초에 오너일가 및 경영진과 관계가 없었다 해도, 오랫동안 한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맡다보면 유착관계가 생길 우려가 컸다. ‘장수 사외이사’라 불리는 이들은 실제로 ‘이사회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외이사 실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지침에 사외이사 재직기간 관련 내용을 포함시켰다. 사외이사가 10년 이상 재직하는 것을 반대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최근에는 이러한 ‘장수 사외이사’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비하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확인된다.

하지만 하나투어는 이 같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며 ‘장수 사외이사’를 둘이나 두고 있다. 두 사외이사의 재직기간은 하나투어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보다 2배가량 길다. 이렇게 오랜 기간 하나투어에 머문 두 사외이사는 그동안 이사회에서 한 번도 반대표를 던진 적이 없었다.

이는 국민연금의 반대도 무릅쓴 행보이기도 하다. 하나투어 지분을 보유 중인 국민연금은 2013년과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하나투어의 특정 사외이사 고집을 막진 못했다.

이에 대해 하나투어 관계자는 “사외이사 선임은 절차에 따라 주주총회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밝힐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