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그룹이 지주사격인 계열사에 내부거래 일감을 몰아주고 있어 도마 위에 올랐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골판지 원지를 생산하는 대형 제지 업체들이 내부거래를 통해 꾸준히 덩치를 불리고 있다. 대양그룹의 자주사격인 신대양제지도 그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지난해만 해도 매출의 70% 이상을 내부거래로 올렸다. 이 같은 거래 구조는 오너일가에게도 적잖은 수혜를 안겨주고 있는 만큼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 계열사와 내부거래 비중 77%  

대양그룹은 1970년 산업용지인 골판지 원지 생산전문업체로 시작해 판지사를 흡수 합병하며 세를 불렸다. 현재는 대양제지공업, 신대양제지, 신대한판지, 대영포장, 광신판지, 대양판지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이 가운데 신대양제지는 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서 있는 곳이다. 최대주주인 권혁홍 대표(18.13%)를 비롯한 오너 일가는 이 회사의 지분 50.77%를 보유하며 지배력을 구축하고 있다. 권혁홍 대표는 창업주이자 형인 고(故) 권혁용 회장이 지난해 별세한 뒤, 그룹 총괄 경영도 맡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회사의 매출 구조다. 골판지 원지를 생산하는 신대양제지는 매출의 대부분의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에만 해도 전체 매출 2,202억원의 77%인 1,700억원을 내부거래로 올렸다. 거래 관계사로는 대영포장과 광신판지, 신대한판지, 대양판지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내부거래 비중은 최근 10년간 꾸준히 확대돼왔다. 2007년에는 38%에 머물렀지만 2012년부터는 70%를 상회하고 있다. 계열사 거래 확대로 매출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여 왔다. 2007년 500억원대 정도였던 매출은 어느새 2,000억원대로 성장한 상태다.

◇ 수직계열화 체제 구축 … 중소업체들 “대기업만 배불려” 반발

이처럼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이유는 대양그룹이 원자재 수급부터 원지 및 상자 제조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 체계를 구축한 탓으로 보인다. 대형 골판지 제지 업체 가운데는 이 같은 생산 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곳이 많다. 이는 시장 변화를 대응하고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이점이 있는 반면, 논란이 적지 않았다. 영세한 골판지나 원지 제조사들은 대형업체들이 내부거래를 통해 독과점 체제를 구축하며 가격 결정권의 힘을 휘두르고 있다고 토로해왔다.

더구나 오너 일가가 이 같은 사업 구조의 이점을 이용해 손쉽게 부를 축적하는 효과까지 누리고 있어 논란이 계속돼왔다.

신대양제지도 이 같은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곳 중 하나다. 오너일가는 신대양제지를 통해 주머니를 채우는 한편,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오너일가 및 특수 관계자는 2006년 이후 배당을 통해 85억원을 가량의 수익을 얻었다. 2015년부터 지난 2년간은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지만 향후에도 충분히 오너가의 현금 창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제지 업체들의 내부거래는 최근 새 정부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고 나서면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최근 중소 골판지업체들은 대형사들의 내부거래 구조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이 원지 가격을 인상하면서 그들 계열의 골판지 상자 가격에는 이를 반영하지 않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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