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해외 자동차 부품업체 인수 검토 중
‘VC사업 ‘승부수’ 구본준 부회장 의지 반영 분석… 광폭 행보 눈길

구본준 LG 부회장.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LG그룹이 1조원대의 해외 자동차 부품업체 인수를 검토 중이다. 미래 성장 동력인 전장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으로, 그간 M&A시장에서 잠잠했던 행보와 반대의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이는 그룹 내 영향력이 확대된 구본준 LG 부회장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 LG전자, ZKW 인수검토 인정

LG전자는 지난 29일 공시를 통해 “미래성장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왔다”며 “오스트리아 자동차부품업체 ZKW 인수 추진설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거나, 1개월 내 관련내용을 공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떠돌던 ZKW인수설에 사실상 검토 중이라고 입장을 밝힌 격이다. 이는 미래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1938년 설립된 ZKW는 LED, 헤드라이트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BMW, 아우디, GM, 볼보 등 글로벌 유명 자동차 업체가 주요 고객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약 9억8,000만 유로(1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글로벌 자동차 조명 업계에서는 5위 수준, 점유율은 5% 가량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선 LG가 ZKW를 인수하게 되면 전장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전기차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 LG전자, LG화학(배터리), LG이노텍(LED) 등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 중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의 자동차 부품사업 포트폴리오가 기술 장벽이 높은 헤드램프 등 조명 시스템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며 “ZWK의 고객기반을 흡수해 유럽 완성차 업체들과 파트너십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도 “LG그룹이 보유한 다양한 기술 및 전장 사업에서 종합적인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며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한 LG전자는 VC의 매출증가를 통해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 1조원대 M&A, 구본무 부회장 의지?

LG의 ZKW 인수검토는 인수액만 1조원이 넘어선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대기업으로 치면 큰 액수는 아니지만, 그간 LG가 M&A 시장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7년간 LG의 단일 M&A 중 최대 규모는 4,245억원(LG화학의 동부팜한농 인수)에 불과하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도 같은 기간 M&A로 지불한 액수는 연결기준 약 2,601억원에 불과한 반면, R&D 비용은 23조원에 달한다. 이에 일각에선 LG그룹 특유의 ‘인화’와 ‘장인정신’ 문화 탓에 잡음이 발생하는 인수합병보다 내부적으로 경쟁력을 키우려 했다는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이번 인수추진으로 LG의 행보가 달라졌다는 평가다. 여기엔 구본준 LG 부회장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구 부회장은 LG전자 대표 재임시절 전사조직으로 VC사업부를 만든 이후 독립부서로 승격시키는 등 전장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엔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았고, 올해부턴 구본무 회장이 주재하던 경영회의체를 주관하면서 그룹 내 역할을 확대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은 사실상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라며 “현재 서열 1위는 구본준 부회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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