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8일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낡은 구두’가 뜨거운 관심을 집중시켰다. 경영난으로 폐업한 것으로 알려진 구두제조업체가 다시 부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 MBN 방송화면 갈무리>

[시사위크=김민성 기자] 지난해 5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참배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행보만큼이나 관심을 집중시켰던 것은 바로 ‘낡은 구두’였다. 무릎을 꿇고 엎드려 참배를 하는 과정에 낡고 갈라진 구두 밑창이 포착된 것. 특히 이 구두가 청각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고자 문 대통령이 2012년 직접 구입했고, 낡아서 밑창이 갈라질 때까지 신고 다닌 사실이 알려지면서 뜨거운 화제를 불러 모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 브랜드는 ‘아지오(AGIO)’다. 청각장애인들이 만든 수제화 제조업체 ‘구두 만드는 풍경’의 자체 브랜드다. 유시민 작가가 2010년 모델로 나서 잠시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당시 유 작가는 모델료로 갈색 구두 한 켤레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지난 2013년 폐업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에 담긴 사연에 많은 이들이 감동했다. 특히 ‘이니 굿즈(문재인 대통령 관련 상품)’로도 주목받았지만 폐업으로 인해 더 이상 이 업체에서 만든 구두를 구매할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이 커지기도 했다.

이에 문재문 대통령의 팬 카페에선 수요조사를 벌였고, 결국 ‘구두를 만드는 풍경’은 부활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의 재기에 많은 이들이 힘을 보탰다. 한국협동조합은 회사 설립작업을 돕고, 무크는 마케팅과 기술·디자인 개발 부문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투자의사를 밝힌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폐업 전 회사에서 구두를 만들던 장애인들 상당수가 다시 동참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낡은 구두가 ‘희망’의 불씨가 된 셈이다.

‘구두를 만드는 풍경’은 지난 8월 30일 여의도에서 재창업을 위한 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유석영 대표를 비롯해 구두브랜드 무크(MOOK)·한국협동조합·한국농아인협회 관계자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20여명이 후원자 자격으로 참여했다. 오는 10월 창립총회를 열고, 내년 3월 아지오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남겨진 과제도 적지 않다.

“장애인들에게 폐업이라는 상처를 또 줄까봐 그동안 재창업을 망설였다”는 유석영 대표의 발언은 깊게 새겨야 할 메시지다. 단편적인 인기와 일회성 호기심에만 그친다면 더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장애인들이 평생 즐겁게 일하는 일터를 만들고 싶다”는 유석영 대표의 바람을 현실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이들을 다시 세상 밖으로 불러낸 우리 모두의 ‘관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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