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그룹이 대구은행의 비자금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대구은행 제2본점. <대구은행 제공>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경찰이 대구은행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DGB금융그룹이 비상이 걸렸다. 그룹 경영의 총 책임자인 박인규 대구은행장 겸 DGB금융회장이 수사의 주요 타깃인 만큼, 이번 이슈는 그룹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박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후폭풍은 거셀 전망이다.

◇ 창립 50년만에 압수수색 굴욕

결국 경찰은 칼을 빼들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5일 박 회장과 대구은행 부장급 간부 5명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입건하고, 대구은행 제2본점 등 12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박 회장 등은 지난 2014년 3월 취임한 이후 지난 7월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현금화하는 일명 ‘상품권깡’ 수법으로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박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제보를 입수한 뒤 한달간의 내사를 거쳐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수사 강도는 예상보다 높았다. 이날 경찰은 수사관 50명을 투입해 오전 10시부터 5시간 가량을 고강도 수사를 벌였다. 박 회장의 집무실과 자택도 수색 대상에 올랐다.

대구은행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창립 5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설마 했던 일이 현실화되자 내부 임직원들은 물론, 지역 사회, 주식 시장의 동요가 잇따랐다.

압수수색이 벌어진 5일, DGB금융지주의 주가는 6.88% 떨어진 1만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음날인 6일에는 9,970원까지 떨어져 약세를 이어갔다. 오늘(7일)은 하락폭을 만회, 상승 마감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은 계속될 전망이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박 회장을 소환하고, 추가 혐의가 확인될 시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M&A 추진 브레이크 … 경영 사업 차질 예상 

이에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박 회장의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거취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업계에선 수사 압박을 견디며 자리를 계속 지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 공백이 현실화된다면 각종 사업 추진에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미 박 회장이 추진해온 인수합병(M&A) 추진 계획부터 브레이크가 걸린 모양새다.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후보들이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인수전에서 발을 뺀 가운데 DGB금융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이번 비자금 파문으로 M&A 추진은 발이 묶이게 됐다. 비자금 혐의가 인정될 경우 관련 법규에 따라 대주주 자격이 제한돼 DGB금융그룹은 향후 1년 간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나설 수 없다.

박 회장이 사퇴하더라도 경영 공백이 빠르게 해소될지도 미지수다. 만약 경영진의 부도덕성이 확인될 경우, 경영지배구조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경영진의 시세조종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BNK금융도 이같은 사례에 해당된다.

BNK금융은 경영구조를 쇄신하기 위해 그간 겸직 체제로 운영되던 지주 회장과 부산행장직을 분리하기로 했다. 또 지주 회장직은 내부 뿐 아니라 외부에도 문을 개방하는 공모 형식으로 뽑기로 했다. 하지만 인선 절차는 각종 잡음을 내며 한달 넘게 지연되고 있다. DGB금융도 경영구조와 회장 선출 구조를 개편할 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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