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민의당 소속 광주시의원들이 내년도 SOC 예산 삭감에 대해 '정부 편'을 든 운장현 광주시장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내년도 정부의 SOC 예산 삭감을 둘러싼 건설업계 갑론을박이 뜨거운 가운데, 논란이 지역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 광주와 전남을 위시한 호남지역에서 ‘홀대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들 지역에서는 SOC관련 정부 예산 반영액이 영남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며 이는 “명백한 차별”이라고 현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 ‘호남 26% vs 영남 81%’… 극명하게 엇갈린 SOC 예산 반영률

건설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된 SOC 예산 문제가 정치권으로 번졌다. 올해 대비 20% 가까이 SOC 예산이 삭감되면서 건설업계 전체가 침통한 분위기에 빠진 가운데, 호남을 지지기반을 둔 정당과 의원들 사이에서 광주·전남의 삭감폭이 유난히 크다며 차별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논란의 불씨는 국민의당 소속 황주홍 의원을 통해 지펴졌다. 황 의원은 정부의 예산안 발표 이후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호남 홀대론’을 뒷받침 할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관련 논의의 불을 댕겼다.

호남지역이 내년도 SOC 예산안에서 ‘홀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정부의 예산 반영률 차이에 있다. 황 의원실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호남 지자체들은 당초 정부에 건의했던 SOC 예산액의 26.78%에 불과한 금액이 배정된 반면, 영남의 반영률은 81.0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금액을 보면 다음과 같다. 호남은 ‘호남고속철도 2단계’(3,000억)와 ‘광주~완주 고속도로’(3,000억), ‘보성~임성리 철도건설’(3,500억) 등 6개 사업에 투입될 1조750억원을 건의해 2,879억원을 배정 받았다. 영남은 ‘함양~울산 고속도로’(4,000억), ‘부산~울산 철도건설’(2,105억), ‘대구순환 고속도로’(800억) 3개 사업에 쓰일 6,905억원을 건의해 5,598억원이 배정됐다.

단순히 반영률만 차이가 나는 게 아니다. 정부는 영남 지자체에서 건의하지 않은 일부 사업에 대해서도 3,053억원의 예산을 반영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정부 예산안에 포함된 ‘포항~영덕 고속도로’(393억), ‘도담~영천 철도건설’(2,560억), ‘대구선 복선전철’(100억) 3개 사업지는 당초 영남권에서 관련 예산을 건의하지 않은 곳들이다.

홍 의원은 “영남의 경우 지자체가 건의하지도 않고 이월액도 상당한 사업을 정부에서 자발적으로 예산에 반영한 사례를 볼 때 문재인 정부가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의지가 사실상 전무한 것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 지방선거 의식한 ‘빅피처’ 비판에도… “호남민심 소외감 분명해”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국토부는 예산 편성은 지역을 고려하지 않으며 사업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반영한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민의 당 안철수 대표까지 나서 호남 홀대론 의혹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면서, 관련 논의를 부채질하고 있다.

13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 회의에서 안 의원은 같은 당 황주홍 의원이 제시한 SOC 예산 삭감 사례를 열거하며 “만경평야가 서러워할 것이다. 농업을 손 놓으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미완의 과제, 전북의 아픔을 국민의 당이 풀어내겠다”고 호남 민심을 향해 호소했다.

호남 홀대론이 특정 정당 소속 의원을 통해서만 제기되다 보니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적인 포석이라는 시각도 지배적이지만, 호남 민심이 이번 정부에 ‘섭섭함’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전남 신안군의 흑산공항 등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들이 줄줄이 표류하고 있는 와중에 SOC 예산까지 삭감되자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태다.

대한건설협회 전남지회 관계자는 “국토부 장관까지 나서 호남을 홀대한 게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는 있지만, 정부에 건의했던 예산안이 대폭 삭감된 사실을 확인한터라 소외감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면서 “전남도는 자체적으로 예산을 어느 정도 마련해 한시름 놓았지만, 개별 지자체에서는 추가 예산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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