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아이콘트롤스는 정몽규 회장의 지분이 30%에 살짝 미치지 않아 규제를 피하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1순위 과제로 삼고, 정권 초기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그 중 경제계의 적폐로 꼽히는 것은 ‘부의 불평등’이다. 서민들은 열심히 일하고도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핍박받고, 재벌 오너일가들은 내부거래 같은 편법을 활용해 돈을 벌던 사회에 경종이 울렸다.

변화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났다. 먼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팍팍하기만 했던 서민들의 숨통을 틔워줬다. 동시에 ‘재벌 저격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통해 재벌들의 ‘꼼수 단속’에 나섰다.

이에 여러 기업들이 관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의 내부거래를 이어가며 새 정부의 ‘적폐 청산’ 흐름에 역행하는 곳도 있다.

◇ 정몽규 회장, 아이콘트롤스 지분 28.9%만 가진 이유

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28일, 올해 3분기와 4분기에 해당하는 계열사 아이콘트롤스와의 거래 내역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아이콘트롤스와 3분기 399억8,400만원, 4분기 579억6,500만원의 거래를 진행한다. 하반기에만 총 979억4,900만원의 매출을 올려주는 것이다. 이 중 788억2,500만원은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아이콘트롤스는 건물관리시스템을 제공하는 IBS(Intelligent Building System)업체다. 대형 빌딩이나 아파트의 보안, 정보통신, 관리 및 제어 등 여러 시스템을 제공한다. 현대산업개발이 진행하는 공사에 반드시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현대산업개발이 아이콘트롤스에게 일감을 건네 준 현장은 광교 엘포트 아이파크, 송파 헬리오시티, 김포한강 아이파크, 일산센트럴 아이파크, 인천공항 연결철도 등이다.

자연히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1,888억원이었는데, 계열사를 통해 거둔 매출액은 1,023억원에 달했다. 그중에서도 현대산업개발이 1,010억원의 매출액을 안겨줬다. 지난해 아이콘트롤스 매출 중 현대산업개발이 차지한 비중은 53%를 넘는다.

올 상반기도 마찬가지다. 아이콘트롤스는 1,193억원의 매출액 중 절반이 넘는 683억원을 현대산업개발을 통해 확보했다.

다만, 아이콘트롤스는 교묘하게 규제망을 피해있는 상태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지분이 29.89%로 30%를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는다. 만약 지분율이 30%를 넘었다면, 내부거래 규모 및 비중에 의해 곧장 규제대상에 포함될 상황이다.

2014년 상반기만해도 정몽규 회장의 아이콘트롤스 지분은 50%를 넘었다. 당시엔 아이콘트롤스가 비상장사였다. 이후 2015년 9월 아이콘트롤스의 상장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유상증자 등을 통해 정몽규 회장의 지분이 30% 아래로 내려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규제 회피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는 공정위와 국회 등도 인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6월 내부거래 실태점검 대상에 현대산업개발을 포함시켰다. 또한 국회엔 내부거래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상장사 오너일가 지분 기준을 30%에서 20%로 낮추는 법안이 제출돼있다. 모두 정몽규 회장처럼 규제를 교묘하게 벗어난 이들을 압박하는 움직임이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 등 정부당국이 재벌 개혁과 관련해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진 않지만, 방향성만큼은 뚜렷하다”며 “향후 규제 기준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기업들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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