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무(왼쪽)와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는 형제경영의 기조를 지키며 세아그룹의 3대 시대를 함께 열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세아그룹이 3세 경영을 위한 지분 조정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뜻밖의 악재가 있었음에도 별 탈 없이 형제경영의 기조를 이어가게 된 세아그룹이다.

세아그룹 계열사인 해덕기업은 지난 23일 공시를 통해 또 다른 계열사 세대에셋을 흡수합병한다고 발표했다. 합병기일은 오는 12월 1일이다.

해덕기업은 현재 부동산임대업 등을 주로 영위하고 있고, 세대에셋은 의료용품 도매업과 유가증권 투자업 등을 주된 사업으로 삼고 있다. 해덕기업은 이번 합병의 목적에 대해 “두 회사의 경영효율성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 해덕기업의 세대에셋 흡수합병은 이주성 전무의 세아제강 지배력 강화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합병 배경이 있다. 세대에셋이 가진 세아제강 지분이다. 세대에셋은 세아제강 지분 1.81%를 보유 중이다. 10월 들어서도 세 차례 매입에 나서는 등 꾸준히 지분을 늘려왔다. 세대에셋을 흡수합병하는 해덕기업도 세아제강 지분 4.30%를 갖고 있다. 두 곳의 지분을 합치면 6.11%가 된다.

세대에셋을 흡수합병하는 해덕기업은 현재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이 88.95%의 지분을 갖고 있고, 이순형 회장 아들인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의 지분은 8.93%다. 그런데 세대에셋은 이주성 전무가 지분 53.33%를 갖고 있고, 나머진 해덕기업이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합병이 이뤄지면 이주성 전무의 해덕기업 지분이 20.12%로 높아지게 된다.

즉, 해덕기업과 세대에셋의 합병은 이주성 전무의 세아제강 지분 확대를 위한 움직임일 가능성이 높다.

세아제강은 지난달 22일 최대주주가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무에서 이순형 회장으로 변경된 바 있다. 이태성 전무는 아버지 고(故) 이운형 전 세아그룹 회장이 2013년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지분을 상속받아 세아제강 최대주주로 올랐었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주식을 팔았고, 결국 작은아버지인 이순형 회장보다 낮아지게 됐다. 반면, 그 사이 사촌형제인 이주성 전무는 꾸준히 세아제강 지분을 확보했고, 이순형 회장과 같은 11.34%까지 끌어올렸다. 현재는 이순형 회장이 단 259주 많을 뿐이다.

이 같은 흐름을 보면 해덕기업과 세대에셋의 합병 배경은 더욱 쉽게 이해된다. 이주성 전무의 해덕기업 지분을 높여, 결과적으로 해덕기업과 세대에셋이 가진 세아제강 지분을 이주성 전무 에게 건네기 위한 과정인 것이다.

동시에 이태성 전무는 세아홀딩스 지분을 늘렸다. 이순형 회장이 가지고 있던 세아홀딩스 지분 중 5%를 세아그룹 계열사 HPP가 지난 20일 시간외매매로 사들였다. HPP는 이태성 전무가 지분 98%가량을 보유한 사실상의 개인회사다. 이를 통해 자신의 지분 35.12%와 어머니 10.65%, 누나 0.24% 등 46.01%의 직계가족 지분을 갖고 있던 이태성 전무는 51.01%로 훨씬 안정적인 지분구조를 확보하게 됐다.

이처럼 최근 세아그룹 내에서 분주하게 이어지고 있는 지분 이동과 합병 등은 모두 이태성, 이주성 전무를 향해있다. 이태성 전무는 세아홀딩스, 이주성 전무는 세아제강에 대한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2대째부터 이어져오는 세아그룹 특유의 형제경영이 3대에도 무난히 안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세아그룹은 창업주 고(故) 이종덕 회장이 1960년대 회사를 설립했고, 1990년대 들어 두 아들인 고 이운형 회장과 이순형 회장이 2세 경영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서로 경쟁하기보단 협력하며 세아그룹을 한층 성장시켰다.

하지만 2013년 고 이운형 회장이 남미 출장 중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하면서 뜻밖의 변수가 출몰했다. 고 이운형 회장의 지분이 아들 이태성 전무에게 상속되면서 지분 균형이 깨진 것이다. 자칫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세아그룹에선 갈등이 벌어지지 않았다. 이태성, 이주성 전무는 예정대로 각각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을 맡는 쪽으로 지분 구조를 형성해나갔다. 그리고 어느덧 이러한 과정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게 된 것이다. 동시에 세아그룹은 별다른 문제없이 3세 경영 시대를 열 준비도 마치게 됐다.

이와 관련 한 업계관계자는 “이태성 전무와 이주성 전무는 비록 사촌지간이지만, 동갑내기인데다가 어렸을 때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며 함께 자랐다. 특히 우애가 좋았던 아버지들 아래서 친형제 못지않게 지내온 것으로 전해진다”며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세아그룹의 3세 시대 전환은 순항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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