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일부언론의 ‘노무현 때리기’가 극에 달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뜨겁다. 

지난 23일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청와대 문건목록 폐기를 지시했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을 근거삼아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새누리당 선대위는 “사초를 폐기하려했다”며 “5천년 내 최초의 역사폐기대통령”이라고 맹비난하며 공세를 펼쳤고, 박 후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가세했다.
 
새누리당은 긴급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당내 ‘영토주권 포기 진상조사위원회’를 ‘역사폐기’를 포함시켜 확대개편하고 △대통령기록물관리 법 개정 추진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과 수석.보좌관회의 참석자들은 새누리당이 근거삼은 23일자 조선일보의 ‘盧, 주재회의에서 청와대 기록문건 없애기로’에 대해 “완전한 날조”라며 즉각 반발했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하기 위해 앞뒤 맥락을 다 잘라내고 ‘기록물 폐기’ 의혹에 맞게 날조했다는 것이다.
 
먼저 조선일보가 언급한 2007년 5월 2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기록물 폐기’가 아니라 ‘기록물 보전 방안을 논의했다’는 것이 당시 참석자들의 증언이다.
 
대통령 기록물은 ‘공개기록-비밀기록-지정기록’으로 분류하는 데, 이중 ‘지정기록’은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1급 비밀로 분류해 15년에서 30년까지 공개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회의 참석자들은 노 전 대통령이 “후대를 위해 비공개와 지정기록물도 목록을 작성하되 비공개로 묶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날 논의에서는 대통령 기록관에 생산부서 등 출처 정보를 포함한 원본 그대로 이관된다는 점을 전제로, 차기정부에 공개기록을 인계하는 과정에서 “목록까지 공개해서는 안되는 지정기록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기록물 분류 작업 방식” 등을 논의했으며, 조선일보가 언급한 △인계할 때 제목까지 없애버리고 넘겨줄 거냐 △우리가 원서버를 두고 지정할 것은 다 지정해서 이관 쪽으로 옮기고 나머지 중에 인계하고 싶은 것도 뽑아 가면 남는 것은 필요 없는 것 △남은 것을 오히려 복사본으로 개념을 전환해 버리면 된다는 등의 노 전 대통령의 발언도 이 과정에서 언급된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따라서 새누리당이나 조선일보의 주장과 달리 노 전 대통령이 사초를 최대한 많이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역대 대통령별 소장기록 현황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은 재임동안 825만여 건의 기록물을 남겼다. 이는 그 이전 55년동안 8명의 역대 대통령이 남긴 33만 건보다 25배 많은 분량이며,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년 동안 54만여 건의 기록물을 남긴 것과 비교해도 많은 수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노무현 재단은 23일 성명을 내고,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원본은 이관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못 박았고, 원본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했다”며 반박했다.
 
이들은 이어 “조선일보가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과 특정후보 흠집내기 의도로 회의내용의 일부만 인용해 악의적인 주장을 날조했다”면서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허위사실로 서거하신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패륜적인 범죄”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노무현 재단은 조선일보 측에 같은 지면 같은 크기의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한편, “법으로 보호되는 비공개 지정 기록물인 청와대 수석 보좌관회의 기록물을 조선일보가 어떻게 입수했는지 경위를 분명하게 밝히라”고 추궁했다.
 
더 큰 문제는 ‘새누리당의 의혹제기-언론의 받아쓰기 및 확대.재생산-새누리당의 재공세’로 특정언론과 새누리당의 핑퐁식 주고받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
 
이런 핑퐁식 보도행태에 방송3사도 한몫을 하고 있다. 방송3사는 사실관계 규명은 뒷전인 채 ‘정쟁’만 부각하면서, 새누리당의 근거 없는 흑색선전을 받아쓰는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방송3사는 새누리당의 ‘참여정부 문건 폐기’ 의혹을 정수장학회 문제와 엮어 여야공방으로 다뤘는데, 새누리당의 주장을 비판 없이 중계한 뒤, 이에 대한 반박공세로 민주통합당이 정수장학회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보도했다.
 
반론은 노무현재단의 반박 입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는 정도로 짤막하게 언급한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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