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가 해빙국면을 맞고 있다. 사진은 인천공항에서 날아오르는 중국 국적 비행기.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한·중 정부가 나란히 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외교부는 10월 31일 성명을 통해 “양측은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군사당국간 채널을 통해 사드 관련 문제에 대해 소통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구절은 한국이 사드배치를 결정했던 2016년 7월 이후 얼어붙었던 양국관계에 해빙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기대감을 높였다. ‘사드 절대반대’를 외쳐왔던 중국 언론 또한 한·중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음을 대서특필했다.

◇ ‘트럼프 효과’ 있었나

통 짜오 베이징 국제정책연구소 연구원은 10월 31일(현지시각) CNN을 통해 “중국이 한·중 양국에게 모두 외교적·경제적 손해를 입혔던 사드 문제에서 벗어나려 한다”고 평가했다. 일관된 강경정책을 펼쳐오던 중국 정부가 전략을 수정하려 한다는 뜻이다.

중국의 변심에는 한국·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5개국 순방길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시드니 로위연구소의 유안 그레이엄은 “북한의 미사일 실험으로 한·미관계가 강화된 상태다. 중국이 양국의 협력기조에 제동을 걸려 한다면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방문하기 전밖에 기회가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중국은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깊이 염려하고 있으며, 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쌓음으로서 걱정을 덜고자 한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도 “사드 갈등을 풀 열쇠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는 IBK자산운용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에서 어떤 행보를 보이냐에 따라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인 코스피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오는 7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한·미관계뿐 아니라 한·중관계도 시험대 위에 올릴 전망이다.

◇ 관계회복 가시화 언제… 정상회담에 주목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사드배치로 제조·유통업과 관광 등 문화산업에서 발생한 한국의 경제적 피해는 8조5,000억원에 달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절반 이상은 중국인이며, 이들의 발길이 식으면서 월 170만명을 넘던 외국인 관광객도 110만명 가량으로 떨어졌다.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들이 해빙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올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블룸버그가 현대 모비스·CJ그룹 등 중국과 9개 기업의 주가지수를 종합해 만든 ‘사드지수’는 그간 악화일로를 걸어온 양국관계를 잘 보여준다. 2015년 130을 넘었던 사드지수는 지난 9월 25일 역대 최저점인 78.4를 기록할 때까지 줄곧 하락세를 기록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직후 사드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약 2주 간 소폭 반등했지만, 그뿐이었다.

사드지수는 현재 95를 기록하며 오래간만의 상승세를 만끽하고 있다. 특히 중국 고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관광업계가 반색했다. 블룸버그는 31일(현지시각) 기사에서 “아모레퍼시픽과 신라호텔의 주가가 9월 22일 대비 각각 34%와 42%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저가항공사 스프링 에어라인은 지난 7월 말 한국행 항공편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여행·운송업계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다만 상처가 깊었던 만큼 아무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레지나 함 미래에셋 대우증권 분석가는 CNN을 통해 “한·중이 통화스왑 연장을 발표하면서 양국관계가 호전되리란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다”면서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증가하려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싱가포르 운송업 리서치 회사 크루셜 퍼스펙티브의 최고경영자인 코린 핑 또한 “물류·운송업이 정상궤도에 오르려면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내년 초에는 ‘중국 특수’를 노릴 이벤트가 많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2월 9일 개막하며, 2월 15일부턴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설날)이 시작된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무역의존도가 높은 만큼 대목을 맞이하기 전에 본격적인 화해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라는 기업과 상인들도 수없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오는 10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중국이 화해의 제스처는 내비쳤지만 아직까지 사드 문제에서 양보하지는 않은 만큼 회담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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