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이런 여주인공이 또 있을까. 자신의 아들과 헤어지라고 협박하는 재벌집 사모에게 “내가 싫다”고 ‘사이다’ 발언을 쏟아내고 억지로 유학길에 오른 동생을 구하기 위해 도로 위 추격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때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아버지의 ‘상상암’을 이해할 만큼 성장했다. 인기리에 방송 중인 ‘황금빛 내 인생’ 속 서지안의 이야기다.

KBS 2TV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 (연출 김형석|극본 소현경)은 지난 4일 방송된 44회에서 자체최고시청률 44.6%(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연일 시청률 고공행진 중이다. ‘황금빛 내 인생’은 흙 수저를 벗어나고 싶은 서지안(신혜선 분)에게 가짜 신분 상승의 기회가 생기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특히 신혜선이 연기하는 ‘황금빛 내 인생’ 서지안이라는 캐릭터는 다른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출생의 비밀, 재벌가 후계자와의 로맨스 등 한국 드라마 속 전형적인 소재들을 다루고 있는 이 드라마에서 서지안의 존재만큼은 어쩐지 ‘특별’하다.

‘황금빛 내 인생’ 주인공 서지안 캐릭터가 새로운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KBS 2TV ‘황금빛 내 인생’>

◇ 내 인생은 내가 결정! 능동적 여주인공 서지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서지안은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다.

엄마 양미정(김혜옥 분)의 사기극으로 재벌 집에 들어가게 됐을 때부터 친딸이 아닌 사실을 알게 됐을 때까지 지안은 모든 상황을 자신이 직접 대면하고 해결하고자 했다.

갑작스럽게 바뀐 환경에서 지안은 재벌집 분위기에 맞추고자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그들의 부에 기대거나 의지하지 않았다. 자립심 강한 지안의 본모습을 잃지 않은 것. 또 자신이 동생 지수(서은수 분) 대신 재벌가에 들어오게 된 사실을 알게 된 후 두렵고 힘들었지만 부모와 자신의 처지에 대한 원망보다는 직접 나서 사태를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후 삶의 의미를 잃고 자살을 시도했던 지안이지만 힘든 시기를 견디고 이겨낸 것도 그 누구의 도움이 아닌 본인의 의지였다. 물론 친구 선우혁(이태환 분)이 지안을 섬에서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지만 선택은 지안의 몫이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차츰 회복해나갔다.

죽음을 선택할 만큼 힘들었던 지안은 어느새 아버지 서태수(천호진 분)의 아픔까지 이해할 정도로 성장했다. 죽고 싶은 마음에 ‘상상암’에 걸려버린 아버지. 그런 태수의 모습에 지안은 삶을 포기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진심으로 그의 아픔에 공감한다. 자신이 극복했던 것처럼 태수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바람으로 지안은 묵묵히 태수 곁을 지킨다.

지안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느 여주인공과 달랐고 그를 구하기 위해 언제 어디서든 나타나는 백마 탄 왕자도 필요 없었다.

‘황금빛 내 인생’ 서지안이 사이다 발언으로 통쾌함을 선사했다. < KBS 2TV ‘황금빛 내 인생’>

◇ 서지안이 선사하는 ‘사이다’

지안은 항상 당당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사이다’를 선사한다. 오해를 받거나 억울한 일을 당해 남몰래 뒤에서 눈물 흘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그 자리, 그 사람에게 직접 밝히고 털어낸다.

최도경(박시후 분)이 지안 때문에 집을 나간 사실을 알고 자신을 찾아온 노명희(나영희 분)에게 거침없이 쏟아냈던 장면은 ‘황금빛 내 인생’에서 가장 통쾌한 한 방이었다.

명희의 등장에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이던 지안은 도경과 자신을 의심하는 명희를 향해 “아무 사이 아니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성가에 다시 들어가고 싶은 생각 전혀 없다. 제가 싫다. 저하고 맞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제 인생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그 댁에 또 폐를 끼칠 만큼 염치없지 않다”고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전하며 오히려 명희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지수의 삶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지수가 자신과 달리 재벌가의 엄격한 생활에 견뎌내지 못할 거라고 걱정했던 지안은 그의 예상대로 억지로 유학길에 오른 지수를 구하기 위해 도로 위 추격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명희와 지수가 탄 차량 앞을 막아선 것은 목공소 트럭을 몰고 나타난 지안이었다.

이후 지안은 명희의 집을 찾아가 지수가 원하는 삶을 살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배포까지 보였다. 친딸이 아님을 알고 무섭게 쫓겨나듯 뛰쳐나온 곳에 지수를 위해 다시 찾은 것. 그때의 기억으로 벌벌 떨던 지안이지만 할 말은 다 하는 당찬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황금빛 내 인생’ 남자 주인공 최도경과의 관계에서도 주체적인 모습을 보이는 서지안. < KBS 2TV ‘황금빛 내 인생’>

◇ 연애도 서지안답게!

지안은 도경과의 관계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최종 결정권자는 항상 지안이다.

지안을 향한 마음을 깨닫고 집을 나와 독립을 선언한 도경. 그러나 지안은 도경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런 지안을 향해 도경은 원망을 쏟아냈다. 이에 지안은 “당연히 따라야하는 거냐. 나하고 결혼이라도 하고 싶은 거냐. 어이없다. 내가 왜 최도경 씨 믿어야 하냐. 손을 내밀면 내가 꼭 잡아야 하냐. 재벌이라서? 재벌이라서 싫다. 나는 이제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마음 편한 행복이 뭔지 알게 됐다”고 쏟아내며 도경의 입을 막아버렸다.

다른 드라마에서 가난하다는 이유로 집안 반대에 부딪히며 눈물짓던 가엾은 여주인공과 달리 지안은 도경을 향한 마음은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재벌이라 싫다’고 외치며 선택의 주체가 됐다.

현실적 상황을 직시하고 시한부 연애를 시작한 지안과 도경. “연애만 하자”는 도경의 제안에 지안은 “단 일주일만”이라고 더 이상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와 함께 있는 모습이 명희에게 발각되자 지안은 역시 피하지 않고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당당하게 맞섰다.

지난 4일 방송에서는 결국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한 명희의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그동안 지안이 보여준 모습들로 봐서는 명희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지안이 내릴 선택에 관심이 모아진다. 행여 명희의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의 속셈대로 따라가지만은 않을 지안임을 알기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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