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동원이 출연하는 영화 ‘골든슬럼버’(감독 노동석)가 베일을 벗었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설 연휴를 앞두고 ‘강동원의 종합선물세트’가 온다. 배우 강동원이 7년 전부터 각별한 애정을 쏟은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았던 영화 ‘골든슬럼버’(감독 노동석)가 베일을 벗었다. 평범한 소시민으로 분한 강동원은 액션, 코믹, 멜로, 스릴러까지 완벽히 소화하며 팔색조 매력을 뽐냈다. 강동원의 ‘하드 캐리’가 빛을 발할 수 있을까. ‘골든슬럼버’의 강점과 아쉬운 점을 짚어봤다.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스토리

“아무도 믿지 마. 그리고 반드시 살아남아”

착하고 성실한 택배기사 건우(강동원 분). 최근 모범시민으로 선정돼 유명세를 치른 그에게 고등학교 시절 친구 무열(윤계상 분)로부터 연락이 온다. 오랜만에 재회한 반가움도 잠시, 그들 눈앞에서 유력 대선후보가 폭탄 테러에 의해 암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당황한 건우에게 무열은 이 모든 것은 계획된 것이며, 건우를 암살범으로 만들고 그 자리에서 자폭 시키는 게 조직의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겨우 현장에서 도망치지만 순식간에 암살자로 지목돼 공개 수배된 건우. CCTV, 지문, 목격자까지 완벽히 조작된 상황에서 건우는 무열이 남긴 명함 속 인물, 전직 요원인 민씨(김의성 분)를 찾아가고 그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조금씩 알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누명을 벗기 위해 필사적으로 맞서는 건우. 하지만 자신이 도망칠수록 오랜 친구인 동규(김대명 분)와 금철(김성균 분) 그리고 선영(한효주 분) 마저 위험에 빠지게 되는데…. 과연 건우는 끝까지 살아남아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골든슬럼버’에서 ‘하드 캐리’하는 강동원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강동원의 하드 캐리·리얼한 도심 추격전·향수 자극 OST는 ‘UP’

‘배우 강동원’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골든슬럼버’는 ‘종합선물세트’와 다름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동원은 이 영화에서 그야말로 팔색조 매력을 뿜어낸다. 긴장감 넘치는 액션 연기(주로 달리기지만)부터 풋풋한 첫사랑의 모습을 담은 멜로 연기, 간간이 등장하는 코믹 요소까지 ‘찰떡’같이 소화하는 그다. 또 1인 2역을 통해 착하고 성실한 건우의 ‘순둥미’ 넘치는 모습과 악인의 카리스마를 동시에 발산해낸다.

외모 변신도 흥미롭다. ‘골든슬럼버’ 속 건우는 ‘평범한’ 택배기사. 강동원이 과연 이 ‘평범함’을 소화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던 상황. 반전은? 사실 없었다. 살을 찌우고 파마머리를 했지만 그의 잘생긴 외모는 절대 가릴 수 없었다.

하지만 꽤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상대방의 속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순진하게 미소를 짓는다거나 긴 다리로 어설프게 달리고 또 달리던 스크린 속 강동원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택배기사 아저씨 건우로 비치기에 충분했다. 물론 ‘심하게 잘생긴’이라는 조건이 붙지만.

영화 속 가장 큰 볼거리는 서울 도심을 관통하는 리얼한 추격전이다. 광화문 세종로 한복판에서부터 홍제천의 지하 배수로에 이르기까지 지상과 지하를 넘나들며 완성된 도주 장면은 생동감과 리얼리티를 더한다.

특히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이뤄진 광화문 폭발신은 긴장감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명장면이다. 노동석 감독에 따르면 이 장면은 제작진의 치밀한 준비와 수많은 리허설, 그리고 약 450여 명의 제작진과 대규모 물량이 투입돼 완성될 수 있었다.

적재적소에 흐르는 음악도 좋다. 비틀즈의 ‘골든슬럼버(Golden Slumbers)’와 고(故) 신해철의 ‘그대에게’와 ‘힘을 내’ 등 국내외 명곡들이 흘러나와 귀를 즐겁게 한다. 또 이 곡들은 긴박한 추격 장면 사이사이 등장하는 플래시백(회상)과도 잘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를 매끄럽게 연결한다.

‘골든슬럼버’ 출연 배우 스틸 사진.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한효주·윤계상·김의성·김성균·김대명<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감동 주지 못한 그들의 우정과 다양한 요소의 배합 실패는 ‘DOWN’

‘골든슬럼버’의 큰 틀은 두 가지다. 평범한 시민이 어느 날 갑자기 음모에 휘말리며 누명을 쓰게 되는 것과 주인공이 친구들의 도움을 통해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것. 노동석 감독은 “한동안 잊고 지냈던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고 싶게 만드는 훈훈한 감성을 지닌 영화”라고 소개하며 ‘우정’을 영화의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로 강조했다.

그러나 건우와 금철, 동규, 선영의 우정은 깊은 감동을 준다거나 관객들에게 공감을 선사하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누명을 쓴 건우의 결백을 끝까지 믿어주고 그를 위해 나서긴 하지만 건우가 처한 상황에 비해 친구들의 걱정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다 영화 말미 눈물을 쏟아내며 과거를 추억하는 장면에서는 감정이 전혀 이어지지 않아 “갑자기 왜?”라는 생각이 든다. ‘휴머니즘’ 결말로 가기 위한, 또 억지 감동을 끌어내려는 것처럼 느껴지는 부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또 많은 요소들이 잘 섞이지 않아 부조화를 이루는 것도 아쉽다. 스릴러라는 테두리 안에 우정과 멜로, 감동과 유머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다 담아내려고 했지만 적절한 배합에 실패한 모양새다.

◇ 총평

주인공과 친구들의 우정을 공감하기에는 부족한 스토리 라인과 연결되지 않는 감정선, 그리고 많은 재료가 적절히 섞이지 않아 부조화를 이룬다는 점에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108분의 러닝타임 내내 눈과 귀는 즐겁다. 익숙한 서울을 배경으로 만나는 리얼한 도심 추격전과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국내외 명곡들, 그리고 강동원의 ‘하드캐리’까지. 사실 ‘골든슬럼버’가 강동원의 종합선물세트라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의 선택을 받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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