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아이돌 그룹 H.O.T.가 ‘무한도전’을 통해 17년 만에 무대를 꾸몄다. (왼쪽부터) 이재원·강타·문희준·토니안·장우혁 < MBC ‘무한도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콘서트가 열리는 날이면 교육부에서 조퇴 금지령을 내렸고 지하철은 연장 운행됐다. 가사를 외우기 위해 영어 공부를 했고 “공부도 열심히 하라”라는 오빠의 말에 밤새 코피를 쏟았다. 1세대 아이돌, 아이돌의 전설, 10대들의 우상. 그 어떤 수식어도 아깝지 않은 H.O.T.. 그 시절 우리가 H.O.T.에게 열광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 H.O.T.의 모든 것을 알려주마.

문희준, 장우혁, 토니안, 강타, 이재원으로 구성된 H.O.T.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1996년 데뷔해 2001년 해체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돌 그룹이다.

5년 활동 기간 동안 H.O.T.는 콘서트 라이브 앨범을 제외하고 총 다섯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모든 앨범이 1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데뷔곡 ‘전사의 후예’를 시작으로 ‘캔디’, ‘행복’, ‘빛’, ‘위 아 더 퓨처(We Are The Future)’, ‘아이야’, ‘아웃사이드 캐슬(Outside Castle)’, ‘그래 그렇게’ 등 다수의 히트곡을 남겼다.

1세대 아이돌 그룹 H.O.T. 활동 당시 모습 (왼쪽부터) 문희준·강타·이재원·장우혁·토니안 < 뉴시스>

H.O.T.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아이돌 그룹 최초로 연간 최다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고, 최초로 KBS·SBS·MBC 지상 3사 가요대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또 한국 가수 최초로 잠실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개최했고 공연은 매진을 기록했다. H.O.T. 콘서트가 진행되는 날에는 교육부에서 조퇴 금지령을 내렸고 새벽 2시까지 지하철이 연장 운행되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는 해외로도 이어졌다. 특히 중국 시장을 사로잡으며 한류의 포문을 열었다. 2000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콘서트에는 1만2,000여 명이 공연장을 찾으면서 엄청난 돌풍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중국 언론은 최초로 ‘한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중국 내에서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팬클럽이 생겼고 회원 수는 무려 800만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H.O.T.의 성공은 한국 가요계를 아이돌 가수 중심으로 바꿔놨다. 아이돌 그룹들이 폭발적으로 생겨났고 가요계를 점령했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H.O.T.를 탄생시킨 SM엔터테인먼트는 거대 연예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신화,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엑소 등을 배출했다.

◇ ‘10대들의 우상’으로 우뚝 서다

이토록 H.O.T.가 사랑받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10대들의 우상의 부재가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H.O.T. 등장 이전에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있었다. 1992년 1월 결성된 서태지와 아이들은 파격적인 음악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면서 10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그들의 우상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1996년 1월 은퇴를 선언하면서 팬들의 곁을 떠났다. 이러한 가운데 ‘High-five of Teenagers(십대들의 승리)’를 의미하는 H.O.T.의 등장은 그들의 갈증을 해소시키기에 충분했다.

1세대 아이돌 그룹 H.O.T.의 데뷔곡 ‘전사의 후예’는 학교 폭력에 관한 사회 비판 가사를 담았다. <1집 앨범 커버>

H.O.T.는 10대들의 고민과 고충을 담은 가사로 그들을 대변했고 사회적 메시지도 잃지 않았다. 데뷔곡 ‘전사의 후예’는 학교 폭력 세태를 담으면서 청소년들을 위로하고 공감했다. 4집 타이틀곡 ‘아이야’는 1999년 일어난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사고를 모티브로 하면서 사회 비판 메시지를 담았다. 또 ‘행복’과 ‘빛’은 밝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면서 10대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 H.O.T. 멤버들은 작사, 작곡, 프로듀싱에 참여하며 뮤지션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했다. ‘상품화된 아이돌 가수’로 음악성은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버리는 시도였다. 강타가 작곡한 3집 수록곡 ‘빛’은 모두 힘을 합쳐 시련을 극복하자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그해 H.O.T.는 지상파 3사를 비롯한 각종 시상식에서 대상을 휩쓸었다. H.O.T.의 마지막 앨범인 5집 ‘Outside Castle’은 전 수록곡이 멤버들의 자작곡으로 채워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칼군무도 H.O.T.가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위 아 더 퓨처’는 많은 후배 아이돌 가수들도 무대를 재현할 만큼 절도 있는 동작과 완벽한 칼군무를 자랑한다. 특히 장우혁과 문희준은 직접 안무를 구성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다. 장우혁의 망치 춤과 문희준의 진공관 춤 등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따라해 봤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재치 있는 인사도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데뷔 초 H.O.T.는 “키워주세요”라고 인사하며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1세대 아이돌 그룹 H.O.T.가 ‘무한도전’을 통해 17년 만에 무대를 꾸몄다. 공연장을 찾은 팬들과 H.O.T. 멤버들 < MBC ‘무한도전’>

◇ 소년, 소녀를 만나다

17년. H.O.T.가 완전체로 팬들 앞에 다시 서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그동안 H.O.T.의 재결합설은 계속해서 제기됐지만 소문으로만 끝났던 상황. MBC ‘무한도전’을 통해 성사된 H.O.T.의 재결합 소식에 팬들은 반가움과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이러한 우려에도 H.O.T.는 H.O.T.였다. 17만 명에 육박하는 신청자가 몰렸고 제작진은 원래 계획했던 공연장 보다 3배를 더 수용할 수 있는 잠실 올림픽공원 올림픽홀로 장소를 옮겨 공연을 진행했다. 당첨되지 않은 팬들도 공연장을 찾아 H.O.T.를 외쳤고 멤버들과 팬들은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때 그 시절 소년과 소녀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방송을 향한 관심도 뜨거웠다. 늦은 시간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7일 방송된 ‘무한도전-토토가3’ H.O.T.편 첫 번째 이야기는 1부가 8.3%, 2부는 13.6%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지난 24일 방송된 두 번째 이야기 1부는 12.5%, 2부는 13.0%(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로 토요일 예능 전체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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