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상반기 방송가에는 연애 예능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었다. <채널A ‘하트시그널2’ 포스터와 tvN ‘선다방’ 포스터>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건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남의 연애 엿보기만큼 흥미로운 일이 또 있을까. 2018년 상반기 예능가는 ‘연애 프로그램’이 점령했다. 그동안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이 오랜 시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잠시 주춤했던 연애 프로그램은 관찰 예능의 콘셉트가 더해져 색다른 재미를 선사, 화려하게 부활했다. 다시 만난 연애 예능의 전성시대다.

연애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해왔다. 1990년대 MBC ‘사랑의 스튜디오’를 시작으로 2000년대 KBS 2TV ‘산장미팅-장미의 전쟁’, SBS ‘짝’ 등이 청춘 남녀가 커플이 되는 과정을 담아내며 큰 인기를 끌었다. 또 남녀 연예인이 다양한 게임을 통해 서로의 매력을 어필하고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커플 매칭 프로그램과 가상 부부로 연을 맺고 결혼생활을 다룬 러브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은 반복적인 패턴과 뻔한 전개로 점차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또 연애가 목적이 아닌 스타 등용문으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출연자들이 다수 등장해 진정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리얼리티를 가장한 조작 방송”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한동안 주춤했던 연애 예능은 올해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한 모습이다. 그 중심에는 종합편성채널 채널A ‘하트시그널’이 있다. ‘하트시그널’은 무한한 ‘썸’을 타는 공간 ‘시그널 하우스’를 찾아온 청춘남녀들의 동거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6월 방송된 ‘하트시그널’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시즌2로 제작돼 지난달 15일 인기리에 종영했다.

‘하트시그널’은 연애 세포를 자극하는 로맨스의 달달함은 그대로 유지한 채 일반인 출연자들을 앞세워 진정성과 리얼함을 높였다. 여기에 출연자들의 마음을 예측하는 추리의 재미까지 더해져 시청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또 요즘 예능 트렌드로 자리 잡은 관찰 예능의 콘셉트를 영리하게 접목시킨 것도 기존 연애 예능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지점이다.

케이블채널 tvN ‘선다방’도 일반인들의 맞선 현장을 소소하고 담백하게 담아내며 지난달 24일 호평 속에 종영했다. ‘선다방’은 연출된 재미보다 리얼리티에 더욱 초점을 맞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극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출연자들은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은 진정성으로 다가왔다는 평이다. 또 ‘선다방’을 운영해나가는 카페지기 이적·유인나·양세형·로운의 애정 어린 조언도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했다.

‘선다방’을 연출한 최성윤 PD는 연애 프로그램의 예능 점령이 올해에만 두드러진 특징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2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방송가에서 연애 예능은 계속 있었다”며 “우연치 않게 ‘하트시그널’이나 ‘선다방’이 화제가 돼 붐처럼 보이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최 PD는 ‘연애’가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모습을 담아내기 위한 좋은 매개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는데 이성 앞에서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리얼한 이야기들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 사랑을 소재로 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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