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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악몽⑥] ‘피해자’ 관점의 제도와 지원이 없다 
2018. 07. 18 by 최수진 기자 jinny0618@gmail.com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누군가는 몰래 촬영하고, 누군가는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온라인 공간으로 퍼지는 젠더 폭력.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성범죄’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는 생각보다 자주, 많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 무엇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디지털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현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편집자 주>

 

디지털 성범죄로 인한 피해는 평생 지속된다. 인터넷의 빠른 전파성으로 영구 삭제는 불가능하다. 피해자의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디지털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의 고통은 평생 지속된다. 불법촬영물의 완벽한 삭제가 불가능한 인터넷의 특성 탓이다.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문제 개선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 ‘재배포의 공포’… 영상 삭제한다고 문제 해결될까

디지털 성범죄로 인한 피해는 평생 지속된다. 인터넷의 빠른 전파성으로 영구 삭제는 불가능하다. 피해자의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불법촬영물의 원본을 삭제해도 복사본의 유포는 계속될 수 있으며, 유포 범위가 큰 경우 잠복기 이후 다시 업로드될 수 있다. 10년, 20년 뒤 다시 피해자의 영상이 게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재유포’ 문제는 피해자가 두려움에 떠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운영하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이하 센터)’ 홈페이지에 따르면 피해자들의 주된 질문 중 하나가 삭제된 불법촬영물이 재유포됐을 때의 행동요령이다.

센터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는 사이버 공간을 매개로 하는 만큼 삭제된 영상이 재유포 되는 등 피해가 재발생·재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됐다. 지난 4월 30일부터 7월 6일까지 집계된 사이트 삭제지원 건수는 2,747건에 달한다. 그런데, 이에 대한 피해자수는 719명이다. 평균적으로 한 명의 피해자 당 4건의 피해가 생기는 셈이다. 한 가지의 피해영상이 유포, 재유포를 통해 확산되며 다양한 사이트에 등록되고 있다.

◇ 디지털 성범죄, 사안 심각하지만 체계 마련은 이제 ‘첫걸음’

해마다 디지털 성범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발생한 디지털성범죄 신고는 6,980건이다. 2016년 신고 건수(8,456건)의 83% 수준이다.

범죄는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제도는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관련 정책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인터넷 보급 이후 지속된 문제였지만 사안의 심각성이 인지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로, 불과 1년 전이다.

문재인 정부는 ‘젠더폭력 방지 국가책임 강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디지털 성범죄 등 새롭게 대두되는 젠더폭력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 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젠더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환경을 조성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전히 피해자 보호 체계는 미비하다. 현재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삭제 비용을 피해자가 부담하고 있다. 유포 가해자에 대한 법적 규제가 미비한 탓이다. 이 역시 피해자에겐 2차 피해가 된다. 경찰관에 의한 2차 피해도 심각하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발생 급증에 따른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 및 조치 △피해자 보호 미비 등이다.

이 같은 문제는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상담과 촬영물 삭제 지원 비용’에 7억4,000만원 편성했다. 이를 활용해 오는 9월부터 삭제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법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경우 모든 피해자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국가가 우선 부담한 뒤, 가해자에게 관련 비용에 대한 구상금 납부를 통지하는 방식이다. 가해자는 30일 이내에 구상금을 납부해야 한다.

경찰관 교육도 나선다. 경찰청은 경찰관서별 여성청소년계 및 사이버 수사관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한다. 피해자의 관점으로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단, 구상금 납부가 어려운 가해자에 대한 추가 조치 등은 정해진 바 없으며, 대책을 논의 중인 상황이다. 이제 막 개선에 나서는 만큼 성과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성폭력처벌법)’을 대표발의한 까닭이다. 디지털 성범죄의 범위를 확대해 다양한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이유다. 사진은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

◇ 신용현 의원 “정부, 보여주기 아닌 진정한 대안 마련해야”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성폭력처벌법)’을 대표발의한 까닭이다. 디지털 성범죄의 범위를 확대해 다양한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이유다.

현행법은 ‘성적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배포하는 행위’만을 디지털 성범죄로 규정하고 있어 판결과 처벌에 의구심을 남긴 사례가 발생해왔다. 아울러 △상습범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이 없는 점 △불법촬영물 유통으로 가해자가 금품이나 이익을 취득해도 몰수·추징의 근거가 없는 점 등을 현행법의 문제로 지적했다.

신용현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가해자 처벌이 제한적이다”며 “정부가 나서야 할 문제다. 피해자들은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처벌받는 가해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양형 기준 조정을 통해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의 의지는 좋으나 추진 계획들은 현실적으로 신속한 시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법제도적 허점이 있는 부분도 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는 과학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촬영과 유포의 방법이 진화하고 있지만 관련 정책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보여주기 식의 포부만을 밝힐 게 아니라 정책 초기 단계에서부터 피해자 관점에서 신경 써야 한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의원으로서 정부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지적하고, 필요한 법을 개정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