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의 결혼식’(감독 이석근)이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로맨스 영화 가뭄이 극심한 극장가에 모처럼 단비 같은 작품이 등장했다.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너의 결혼식’(감독 이석근)이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공감 가득한 스토리와 박보영·김영광의 완벽한 ‘케미’를 앞세운 ‘너의 결혼식’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기억하나요? 당신의 첫사랑.

고3 여름, 전학생 승희(박보영 분)를 보고 첫눈에 반한 우연(김영광 분). 승희를 졸졸 쫓아다닌 끝에 마침내 공식 커플로 거듭나려 했지만 잘 지내라는 전화 한 통만 남긴 채 승희는 사라져버리고, 우연의 첫사랑은 그렇게 막을 내리는 듯했다.

1년 뒤, 승희의 흔적을 쫓아 끈질긴 노력으로 같은 대학에 합격한 우연. 그런데 그의 앞을 가로막은 건 다름 아닌 그녀의 남.자.친.구!

▲ 현실 공감 로맨스 ‘UP’

‘너의 결혼식’은 충무로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로맨스 영화다. 판타지·SF·첩보·스릴러 등 남성적이고 강렬한 영화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흥행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크린 밖으로 밀려난 멜로·로맨스 장르 영화의 제작은 시도 자체만으로도 반길 만하다. 장르 다양성 면에서도 의미가 깊다.

영화의 또 하나의 미덕은 현실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첫사랑의 풋풋한 감성과 연애의 과정을 통해 깊어지는 성장, 그리고 모두가 공감할만한 빛나는 청춘의 추억이 유쾌하게 녹아있다. 특히 승희를 향한 마음만은 늘 한결같지만 고등학교, 대학교, 사회인이라는 환경의 변화에 따라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는 우연의 이야기는 현실 연애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고민과 고충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공감대를 자극한다.

공감을 부르는 스토리로 관객들의 취향 저격에 나선 ‘너의 결혼식’. 박보영(왼쪽)과 김영광 스틸컷.<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달달함과 코믹함, 멜로 장르의 절절한 감정 등을 적절히 배합한 점도 좋다. 영화 내내 소소한 웃음을 안기더니 결말에서는 가슴을 저릿하게 만들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또 MP3 플레이어, 공중전화, 게임기 등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리얼한 소품들은 기분 좋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인물의 감정선에 따라 흐르는 음악은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박보영과 김영광의 활약도 흠잡을 곳 없다. 박보영은 ‘로맨스 퀸’다운 면모를 과시한다. 까칠한 성격으로 쉽게 마음을 열지 않지만 3초 만에 반하는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리는 승희를 거침없는 매력과 성숙한 감정 연기로 완벽히 표현해냈다. 김영광의 열연도 돋보인다. 승희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가가지만 때로는 서툴고 때로는 쿨하지 못한 우연 역을 능청스럽고 순수한 매력으로 소화해냈다. 리얼한 ‘현실 남친’의 모습을 우연 캐릭터에 고스란히 담아내며 내 주변에 존재할 법한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완성해 눈길을 끈다.

▼ 특별하지 않은 로맨스 ‘DOWN’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기보다 평범하고 공감 가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이석근 감독)

이석근 감독은 ‘너의 결혼식’을 통해 공감을 부르는 주변의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많이 들어봤을 법한 익숙함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감독의 이러한 선택은 ‘너의 결혼식’이 다른 로맨스 영화와 차별화를 두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로맨스 영화, 그 이상이 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너의 결혼식’이 여름 성수기를 맞아 선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해당 영화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다채롭고 입체적인 우연 캐릭터에 비해 승희는 비교적 단면적으로 그려진 점도 아쉽다. 승희를 향한 우연의 마음과 성장하는 과정 속 그의 다채로운 감정이 꼼꼼하게 그려진 반면 승희는 좀처럼 속을 알 수가 없다.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며 시간이 흐르는 과정 속에서 승희의 서사가 부족해 그의 감정선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 총평

특별함은 없다. 공감을 위해 새로운 시도보다 안전한 선택을 했다. 여느 로맨틱 영화와 차별화를 두지 못한 모습이다. 그러나 영화가 주는 ‘공감의 힘’이 꽤 크다. 순수해서 더 유쾌하고, 추억이 깃들어 더 아름답다. 그리고 현실적이어서 더 아프다. 한결같이 사랑스러운 박보영과 다채로운 매력을 뽐낸 김영광의 열연도 기분 좋은 에너지를 선사한다. 대작들이 쏟아지고 있는 여름 극장가에 유일한 로맨스 영화라는 점도 눈 여겨볼만하다. 오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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