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고애신과 쿠도 히나가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 매력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고애신 역을 맡은 김태리(왼쪽)와 쿠도 히나로 분한 김민정. < tvN ‘미스터 션샤인’ 캡처>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김은숙 작가의 전작들이 남자 캐릭터를 좋아하게 되는 드라마였다면, 이 드라마는 반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배우 이병헌이 지난 6월 27일 진행된 케이블채널 tvN ‘미스터 션샤인’(연출 이응복, 극본 김은숙)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를 꼽아달라는 취재진의 물음에 내놓은 대답이다. 뚜껑이 열리자 이병헌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미스터 션샤인’ 속 여성 캐릭터들은 주체적이고 당당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미스터 션샤인’은 신미양요(1871년) 때 군함에 승선해 미국에 떨어진 한 소년이 미국 군인 신분으로 자신을 버린 조국인 조선으로 돌아와 주둔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1900년대를 배경으로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았으나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의병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최고의 필력을 자랑하는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자 이병헌의 오랜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미스터 션샤인’은 첫 방송부터 8.9%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역대 tvN 드라마 첫 방송 시청률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후 계속해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더니, 지난 5일 방송된 10회는 13.5%(이상 닐슨코리아 기준)까지 치솟으며 또 한 번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미스터 션샤인’의 인기 비결로는 탄탄한 스토리와 영화 같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영상미, 배우들의 호연 등이 꼽힌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이다.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태양의 후예’, ‘도깨비’ 등을 통해 그동안 ‘신데렐라 스토리’를 반복해왔던 김은숙 작가는 ‘미스터 션샤인’에서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주목받고 있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김태리(위)와 김민정. < tvN ‘미스터 션샤인’ 캡처>

먼저 조선 최고 명문가의 애기씨, 사대부 영애 고애신(김태리 분). 애신은 조부 몰래 한성순보와 독립신문을 읽으며 조국을 위해 뜻을 품은 후 총기를 다루고 사격술을 익히면서 열강 사이에서 무너져 가는 조국을 살리고자 마음먹은 강인한 정신력의 인물이다. 애신은 사대부 영애의 기품 있고 우아한 모습뿐만 아니라,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으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또 총을 겨누고 지붕을 넘나드는 등 거침없는 액션도 서슴지 않으며 의병으로서도 활약하고 있다.

특히 의병 애신이 전하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는, 그의 결연한 의지가 고스란히 전해지며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애신은 할아버지와 스승 장승구(최무성 분)의 걱정에도 “제가 구한 여인입니다. 안전하길 바랍니다. 마무리도 제가 하겠습니다”라며 담담하게 거사에 나가기를 자청했다.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위기에 처하고, 자신의 목숨이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조국을 지키기 위한 확고한 결의를 드러내며 묵직한 감동을 안겼다.

쿠도 히나(이양화 역, 김민정 분)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호텔 글로리 사장이자 슬픈 사연을 소유하고 있는 젊은 미망인 쿠도 히나는 친일파 아버지에게 이끌려 일본인 거부에게 시집 간 후 늙은 남편이 죽으면서 막대한 유산, 호텔 글로리를 상속받은 인물이다. 치명적이고 도도한 매력으로 조선의 권력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된다. 우아한 외모와 수려한 말솜씨 등 외형적인 매력 외에도 히나는 영어, 불어, 일어 등에 능통한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뛰어난 펜싱 실력은 덤이다.

뿐만 아니라 히나가 남몰래 조선 왕실을 돕고 있던 사실이 공개돼 이목을 끌었다. 조선을 위기로 내몰고 있는 이완익(김의성 분)의 딸임에도 당차게 반항하고 대립하며, 조국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속 시원한 ‘사이다’ 발언도 히나의 매력 포인트다. 고종(이승준 분)에게 당당히 커피값을 요구하고, 호텔에서 일하는 여직원을 지키기 위해 손님에게 경고하는 등 ‘걸크러시’ 매력을 발산했다.

애신과 히나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매력으로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의 ‘좋은 예’가 되고 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드라마 속 흔한 여주인공과 달랐다.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미스터 션샤인’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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